[TF추적]"내 신차가 흙바닥에서 출고?" 현대글로비스, 기아차 '불법 방치' 논란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이화리의 비포장 공터에 K7, K5, K3, 쏘렌토, 니로 등 기아자동차 신차 수십여 대가 야적돼 있는 현장이 25일 더팩트 취재진에 포착됐다. 흙과 자갈로 이뤄진 공터는 일체의 보안 시설이 돼 있지 않았다. /화성=권오철 기자

기아자동차 공장 내부 주차장 협소해 고객 차량 '외부 방치'

[더팩트 | 화성=권오철 기자] 기아자동차의 일부 출고 차량이 고객에게 인도되기 전 비포장 공터 등에서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이틀 이상 방치돼 온 사실이 확인됐다. 일체의 보안 시설이 없어 신차가 훼손될 가능성도 높고, 지면이 흙과 자갈로 이뤄져 차량의 내·외부가 오염될 우려도 적지 않다고 주변 주민들은 지적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이화리 7**-**번지 일대에 K7, K5, K3, 쏘렌토, 니로 등의 기아자동차 수십여 대가 야적돼 있는 현장이 25일 <더팩트> 취재진에 포착됐다. 일요일인 이날 오전 7시 30분 밤새 새하얀 서리를 맞은 기아차 차량 수 십여 대는 약 559평(1848㎡) 부지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차량엔 임시번호판이 달려 있거나 번호판이 아예 없는 공장 출고차량이었다. 50분 후인 오전 8시 20분쯤부터 현대글로비스 탁송 차량이 수차례 다른 차량들을 싣고 와 공터의 나머지 공간에도 차량들을 주차시켰다.

이들 차량들은 이곳에서 약 1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기아자동차 화성 공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이미 개인 고객들이 구입해 탁송될 예정인 차량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흙을 다진 공터에 차를 모아 고객에게 배달하는 이 같은 탁송과정은 고객이 차량을 구입하면 공장에서 생산된 신차가 안전하고 깨끗한 물류과정을 거쳐 새 차량이 인계된다는 일반적 인식과 크게 달라 논란이 될 전망이다.

더군다나 해당 공터는 농지를 거칠게 다듬은 다음에 사용하는 미허가 불법 주차장으로 드러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기아차 탁송업무를 맡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해당 미허가 불법 주차장을 활용한 신차 탁송에 대해 "올 연말처럼 물량이 몰렸을 경우 사용하는 임시 주차장의 개념"이라고 해명했다.

일요일인 25일 오전 8시 20분쯤 현대글로비스 탁송 차량이 기아차 신차를 추가적으로 싣고와 비포장 공터에 차량을 주차했다.

◆ 펜스·CCTV 등 일체 보안 시설 없어...노면은 흙과 자갈 '오염 가능성'

차량을 주차시키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해당 차량들이 어떤 차량들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기아차 공장에서 나온 것"이라며 "일요일 출하하게 되면 저쪽(공장) 주차장이 협소해서 여기 갖다 놓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들에게 팔린 차량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내일 탁송될 것"이라고 말해 차량들이 이곳에서 하루 정도 더 머물게 될 것을 시사했다.

문제는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해당 토지의 상태다. 일체의 안전 장치나 보안 시설이 없었으며 노면은 흙과 자갈로 이뤄져 오염의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비가 오면 노면의 상태는 진흙으로 변해 차량의 오염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글로비스 직원이 노면의 흙을 밟고 나서 차량에 탑승해 운전을 하기 때문에 차량 실내의 오염 가능성도 제기된다.

약 6~7개월 전부터 주말마다 이곳에서 기아차 차량이 세워진 것을 봤다는 주민 A씨는 "최소한의 펜스나 CCTV가 설치된 것도 아닌 일반 공터나 나대지에 개인 고객의 신차를 이렇게 보관을 하는 것은 차량 소유주 입장에서 불쾌하고 기분이 나쁜 상황"이라면서 "이건 보관이 아니라 방치"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리 인수와 대리 탁송을 맡겼는데 내 차가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이 사실을 고객들은 모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비포장 공터에 기아차 신차들이 깔렸던 시각 2km 떨어진 폐주유소 부지에 또 다른 기아차 신차들이 현대글로비스 관계자에 의해 주차되고 있다. 이곳 역시 보안 시설이 전혀 돼 있지 않았다.

◆ 기아차 대리점 관계자 "비밀이다. 고객 알면 불쾌할 것"

화성시의 한 기아차 대리점 관계자는 이미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비포장 공터에 신차를 주차시키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이다"면서 "고객은 모르는 사실"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화성시의 다른 기아차 대리점 관계자는 "나는 몰랐다"면서도 "발레 파킹을 맡겼는데 차가 다른 곳에 있다가 온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고객의 입장에서 불쾌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날 같은 시각 해당 공터에서 약 2km 떨어진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이화리 1***번지에 자리한 한 폐주유소(휴업)에도 보안 시설이 없이 기아차의 신차들이 방치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후 비포장 공터와 마찬가지로 현대글로비스 탁송 차량이 새로운 차량들을 추가로 가져와 폐주차장의 빈공간에 주차시켰다. 주말 동안 두 공터에 주차시킨 신차들을 합하면 약 80대가량이다. 단순 계산으로 6개월 동안 총 수천 대의 차량이 이 같이 공터에 방치됐다가 고객에게 인도된 셈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고객들은 출고되자마자 바로 고객에게 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평일에는 그렇게 탁송하고 있는데 주말 같은 경우 고객들이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일요일에 주차를 해놓고 월요일 아침에 배달하는 시스템이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이화리 7**-**번지는 등기부등본상 농지다. 밭으로 쓰이다가 최근 평탄화 작업을 통해 주차장화됐다. 하지만 화성 시청 관계자는 누가 봐도 논이나 밭으로 볼 수 있게 농지로 원상복구 돼야 한다고 말했다./네이버 지도 캡처

이 관계자는 해당 공터 사용에 대해 "저희 회사가 컨트롤 타워가 되고 각 지역마다 협력사가 있는데 협력사가 관리하고 임대료를 내고 쓰는 곳들"이라면서 "무단으로 법을 위반한 것은 전혀 아니고 적법하게 임대료를 낸다든지 토지주에게 컨펌(확인)을 받고서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이 오염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협력사들은 고객 인도 전에 PDI(차량 점검)를 반드시 하게 돼 있다"면서 "고객에게 배달되기 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메뉴얼화 돼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관계자는 신차를 야외에 방치했다는 지적에 대해 "방치는 아니다"면서 "올 연말처럼 물량이 몰렸을 경우 사용하는 임시 주차장의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 시청 관계자 "해당 농지를 주차장으로 쓰는 것은 불법"

취재 결과 두 공터는 주차장 사용 허가가 되지 않은 곳으로 나타났다. 이화리 7**-**번지는 등기부등본상 농지인 '전(田)'으로 용도가 규정돼 있었다. 화성시청 관계자는 "이곳은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면서 "포장은 안 했지만 농지를 평탄화해서 주차장으로 쓰이는 것 같은데 불법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가 봐도 논이나 밭으로 볼 수 있게 농지로 원상복구 돼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고발 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리 1***번지의 폐주유소 부지에 대해서 화성시청 관계자는 "주차장으로 등록이 안 돼 있다"면서 "세무서에 사업자 신고를 하고 영업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에 나가서 확인 후 필요하면 세무서에 관련법 요청을 해서 정상적 등록이 가능하도록 공문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기아차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우리는 생산량에 대한 충분한 주차 시설을 갖추고 있다"면서 "(우리는) 한 번도 비포장 농지에 야적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영상=권오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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