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 드라이브 건 특검…1차 타깃 삼성·롯데 법리 해석 '촉각'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특별검사 수사가 초읽기 단계에 접어들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진 기업들의 눈과 귀가 사정 당국의 수사 향방에 쏠리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자금 지원 연루 의혹이 불거진 대기업들의 눈과 귀가 온통 특별검사팀이 내놓을 법리 해석에 쏠리고 있다. ·

특별검사팀의 지휘권을 잡은 박영수 특검이 직접적으로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협의 입증에 집중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만큼 1차 수사 타깃에 오르는 그룹의 경우 수뇌부에 대한 소환 조사, 추가 압수수색 등으로 내년도 사업 구상을 비롯한 굵직한 사안 처리에 단단히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 수사 향방에 셈법이 가장 복잡해진 곳은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이다. 애초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을 때만 하더라도 그룹 총수가 박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8개 대기업(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한화, 한진, CJ그룹)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사정 당국의 이들 기업을 향한 의혹의 눈초리가 삼성과 롯데그룹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재단 출연금 지원 외에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우회 지원 논란과 더불어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으로부터 특혜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 입증에 집중하는 특검의 수사 타깃이 되는 것 아닌지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실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 이후 삼성을 둘러싼 의혹의 크기가 더욱 커진 것 역시 삼성으로서는 부담이다. 당시 특조 위원들은 전체 질의의 70% 이상을 '삼성 의혹'에 할애하며 특혜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했지만,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깜짝 발언' 외에 의혹을 해소할 만한 해명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체제 정비를 마친 박영수 특검이 청문회 진행 과정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의혹의 불씨가 더욱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특검에서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 그룹 수뇌부에 대한 소환 조사 등 압박의 수위를 높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더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옛 삼성물산 주주들이 제기한 '합병 무효 소송' 역시 재판부가 변론을 재개하고 선고를 특검 수사 종료 시점인 내년 3월로 연기한 것 역시 부담일 수밖에 없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지원 외 추가 자금 지원 의혹이 불거진 일부 대기업의 경우 그룹 수뇌부에 대한 소환 조사 등 특검의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질지에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공동취재단

내년도 정기 임원 인사, 조직 재편 등 '뉴삼성' 체제 확립을 위한 정지 작업에 제동이 걸린 것 역시 고민거리다. 실제로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안갯속 정국이 이어지면서 매년 12월 초에 단행한 그룹 정기 인사를 잠정 연기한 상태다. 그룹 중추를 맡고 있는 미래전략실을 비롯한 조직 재편 역시 구체적인 일정을 미룬 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삼성그룹 측은 "검찰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견해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검찰 수사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특검 수사와 관련해 그룹 측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할 내용은 없다"라면서 "정기 인사를 비롯한 내년도 경영 전략 수립 시기는 아직 윤곽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룹 수뇌부의 의중에 따라 그 시기가 구체적으로 결정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역시 머릿속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롯데는 면세점 사업권과 관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45억 원의 출연금을 지원한 것과 별개로 70억 원을 추가로 지원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70억 원의 추가 지원금이 재단에 손으로 들어갔다 다시 그룹이 돌려받는 일련의 과정에서 의혹의 불씨가 커졌다. 검찰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3월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지원금을 요구받고, 5월 K스포츠재단에 체육 인재 육성 등의 명분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롯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다툼으로 촉발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자 같은 달 재단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았다. 특검에서도 신 회장의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 이후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 지원이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대가성'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 역시 정기 인사는 물론 호텔롯데 상장 등 연내 추진을 계획하고 있던 주요 사안들이 일제히 '올스톱' 상태에 빠졌다. 그룹 총수가 대통령과 독대한 LG, 한화, GS그룹 등이 정기 인사를 단행한 것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 정기 임원 인사는 내년 1월로 시기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그룹 경영 계획 수립에 차질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미 검찰 수사 과정에서 여러 의혹에 대해 충분히 소명했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이번 특검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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