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삼성그룹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삼성 측은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라는 견해를 밝히면서도 예상치 못한 검찰의 압수수색 단행에 당혹스러운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압수수색이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독일에서 최순실 씨를 만나 사업 논의를 했다는 증언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이뤄진 만큼 검찰의 수사 범위가 그룹 수뇌부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8일 오전 6시 40분부터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 내 삼성전자 대외협력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삼성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지난 2008년 4월 삼성 특검 이후 8년 만이다. 이날 예고 없이 진행된 검찰의 압수수색에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길에 오른 미래전략실 주요 임원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검찰 관계자들을 대면하지는 못했지만, 미래전략실 전체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 등에 따르면 검찰은 사옥 27층 대외협력단 사무실 외에도 대한승마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상진 사장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이 최순실 씨가 독일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비덱스포츠' 계좌를 통해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건네고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말과 승마 경기장 등을 지원해준 정황을 파악하고 자금흐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최순실 씨 모녀에 대한 우회 지원 의혹과 관련해 회장사 차원의 지원이라며 그룹 개입설을 일축했지만, 최근 '비덱스포츠'의 전신인 '코레스포츠'의 공동 대표를 맡았던 로베르트 쿠이퍼스 독일 헤센 주 승마협회 경영부문 대표가 박상진 사장이 코레스포츠에 자금을 송금하기 직전인 지난해 8월 독일에서 최순실 씨를 수차례 만나 자금 지원 등의 협력을 논의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면서 의혹이 더욱 짙어졌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관련 자료에 대한 검토를 마친 이후 박상진 사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추가 소환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에서 자금의 성격과 송금 흐름이 구체적으로 밝혀질 경우 박 사장 외에도 고위급 인사에 대한 연루 혐의가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검찰 압수수색은 대외협력단과 박상진 사장 개인 집무실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박상진 사장이 대외협력단 외에도 승마협회장을 맡고 있어 검찰에서도 승마협회 관련 자료를 살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삼성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