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국정감사를 엿새 앞둔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새누리당 소속 A 비서관은 두툼한 서류를 넘기며 자료를 훑어보고 있다.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한 그는 인상을 구긴 채 서둘러 자료를 정리한다.
얼굴을 마주한 그의 눈은 실핏줄이 보일 만큼 붉게 충혈돼 있다. A 비서관은 "국감이 코앞이라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2시간 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피로한 눈을 비볐다. "피곤하겠다"고 묻자 "국감철엔 기자들도 피곤하지 않으냐"고 되물으면서 "피감기관의 공무원들도, 그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정리하는 보좌진들도 마찬가지죠. 커피를 달고(?) 살아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국회는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20일 동안 20대 국회 첫 국감을 치른다. 국정 전반에 관한 감사가 강도 높게 시행되는 만큼 국감은 흔히 '전쟁'이라는 말로 통용되기도 한다. 그만큼 국감 일정이 끝나기 전까지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때문에 국감을 준비하는 보좌진들은 녹초가 되기 일쑤라고 한다. 새누리당 소속 B 보좌관은 "국감을 준비하다 보면 변수가 생길 때가 많다. 최근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것처럼 대형 이슈가 터지면 현안에 최우선을 둬야 한다. 시간은 물리적이기에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기도 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또 보좌진들은 피감기관과 자료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데, 이 또한 피로감을 높이는 원인이라고 한다. 국회의원실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면 피감기관에서 자료를 거부하거나 종종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감기관으로서는 국회에서 지적이 될 만한 현안이나 알려지기 민감한 사안에 대해 방어하기 위한 조치지만, 의원실 측은 골머리를 앓는다.
더민주 소속 C 비서관은 "드문 일이지만, 최근 자료와 이전 자료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피감기관이 허위 자료를 보낸 것을 발견했다"며 "사람이다 보니 공무원들이 실수했을 경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고의로 자료 내용을 빠뜨린 것은 문제 대상이 된다. 다만 고의 여부를 가리기가 어렵다는 애로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거부할 경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본회의 또는 해당 위원회의 의결로 주무장관에 대해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 출석하여 해명하거나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국감은 준비의 연속이다. 흡연실에서 만난 새누리당 소속 D 보좌관은 담배 연기를 뿜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는 "다른 의원실도 비슷한 것으로 아는데, 추석 때 돌아가면서 보좌진들이 국감을 준비했다"면서 "국감이 한해 국정 전반을 감사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중요한 일이기에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보좌진들은 의원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결산과 임시국회가 끝나는 시점인 7월 초쯤부터 국감을 준비했다고 입을 모았다. 장기간 국감을 준비하는 만큼 고된 나날의 연속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육체적인 고통보다는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이 보좌진의 고충이라고 한다.
더민주 소속 D 비서관은 "국감은 1년 중 한 번만 진행되기 때문에 성과가 가장 걱정이다. 초선의원의 경우 인지도를 높일 기회이고, 열심히 일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중압감도 있다. 보좌진들이 국감 자료를 준비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바뀌기도 하는 문제도 있다. 공을 들여 국감을 준비했는데 그만큼의 성과가 안 나오면 허탈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새누리당 소속 E 비서관은 "국감은 참 힘든 장기 레이스다. 많이 힘든 시기인 것은 국회 안팎에서 모두가 비슷하게 느끼지 않겠나 싶다. 하지만 국감이 끝나고 나면 힘들었지만, 뿌듯함이 크다. 국감은 애증의 관계지만, 우리나라를 건강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