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17일 20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오른 뒤 다시 잠잠해진 '개헌'에 불씨를 지폈다. 여야 지도부 역시 '개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정당 간 온도 차가 있어 개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68주년 제헌절 경축행사에서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을 시대적 상황에 맞게 다듬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며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30년이 흐른 지금 시대 변화를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이어 그는 "새로운 헌법질서를 통해 낡은 국가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충분히 조성되어 있는 만큼 여야 지도부가 국가 개조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늦어도 70주년 제헌절 이전에는 새로운 헌법이 공포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전반기 국회의장을 맡은 자신의 임기 내에 개헌이 되길 바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여야는 헌법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개헌에 대해서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인다.
같은 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현 헌법이 한계에 온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개헌 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주도하는 개헌 작업은 현실적으로 동력을 얻기가 어렵다"고 개헌에 의문부호를 붙였다.
새누리당은 논평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의 헌법적 가치는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대한민국의 근간이자 기둥"이라며 "따라서 헌법을 수호하고 실천하는 것은 국민을 하늘같이 받들고 민생을 안정시키고 경제를 살리는 데 있다"고 개헌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개헌 논의에 긍정적 입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박광온 수석대변인을 통해 논평을 내고 "대한민국의 현실은 헌법 가치의 훼손과 퇴색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도 지난달 "당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 개헌을 추진하는 일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국민의당은 '개헌'을 논의하자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국민의당은 17일 논평을 통해 "개헌이 논의돼야 한다"며 "새로운 미래를 위해 극적으로 준비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하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인 불평등과 격차 해소 및 한반도 평화에 기반한 미래복지국가를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의 공론화의 물꼬를 박근혜 대통령이 터야 한다고 역할을 요구했다.
다만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제헌절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 찬성)하겠느냐"며 개헌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다.
여야가 개헌 논의에 입장 차가 있는 만큼 개헌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각 정당이 개헌에 대한 정쟁으로 국회 작동이 멈춰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개헌 가능성을 낮추는 한 요인이다. 앞서 18·19대 국회에서도 개헌론이 일었지만, 주요 국정 현안에 밀려 탄력을 받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