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노 기자] 40년 만에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완파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위에 있었던 한국은 대회 첫 셧아웃 승리를 챙긴 가운데 라이트 김희진이 부활한 것은 토너먼트를 준비하는 대표팀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이정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1일(한국 시각)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마라카낭지뉴 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배구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0(25-18, 25-20, 25-23)으로 물리쳤다. 조별리그 2승(1패)째를 챙긴 한국은 남은 브라질과 카메룬전에서 1승만 추가한다면 8강에 자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날 한국은 2세트까지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으나 3세트에서 고질적인 문제점인 서브 리시브와 수비 집중력이 흔들리며 고전했다. 김연경의 연속 스파이크로 셧아웃 승리를 챙기긴 했으나 보완점이 뚜렷했던 3세트였다. 그럼에도 문제점보다 희망적인 요소가 있었다면 바로 라이트 공격수 김희진의 부활이었다.
'주포' 김연경과 함께 좌우 공격수로 선발 출장한 김희진은 팀 내 최다인 3개의 서브 에이스와 블로킹 1개를 포함해 17점을 작성했다. 두 팀 통틀어 김연경(19점)에 이어 두 번째 많은 득점이다. 스포트라이트는 마지막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김연경에 쏠렸으나 8강 이상을 준비하고 있는 이정철 감독으로선 김희진의 활약이 반가울 리 만무하다.
V리그 최고 라이트인 김희진은 지난 2009년 월드그랑프리부터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터줏대감이다. 186cm의 장신을 앞세운 블로킹과 목적타 서브는 세계 정상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아르헨티나와 맞대결 전까진 침묵 아닌 침묵을 지켰다. 조별리그 1차전부터 유독 몸이 무거워 보였다. 성적 역시 김희진은 부진을 성명해줬다. 대회 첫 경기였던 '숙적' 일본전에서 단 5점에 그쳤다. 블로킹 1득점이 있었지만, 서브 에이스는 없었고, 스파이크 역시 힘이 없었다. 이어진 러시아전에선 7득점을 작성했으나 블로킹은 없었고, 서브 득점은 1개에 그쳤다.
'대표팀 주축' 김연경에 쏠린 단조로운 공격은 한국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돼왔다. 이정철 감독은 '김연경 원팀'에 언제나 'No(아니요)'를 외쳤으나 라이트 김희진의 부진이 이어진다면 자칫 거짓말쟁이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김희진은 세 번째 경기에서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1세트에서 서브 에이스가 연달아 나오며 포문을 열었고, 블로킹 벽이 김연경에게 쏠린 틈을 타 강력한 스파이크로 상대 수비진을 괴롭혔다.
지난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동메달 이후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과 거리가 있었던 배구 대표팀. 지난 2012년 런던에선 36년 만에 4강에 올랐으나 한일전에서 패해 아쉽게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한국은 '주포' 김연경을 비롯해 양효진, 김희진 '공격 삼각 편대'를 앞세워 리우 땅을 밟았다. 1, 2차전에서 제 몫을 다해줬던 김연경과 양효진과 다르게 다소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던 김희진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몸풀기 제대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