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합헌 결정이 난 만큼 따라야겠죠."
'말 많고 탈 많던'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합헌결정을 내렸다.
재계는 서둘러 대응방안 모색에 나서고 있지만, 당장 법시행이 2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봐야 할 지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헌재는 28일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 등도 법 적용 대상자 명단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헌재의 결정에 재계는 "법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면서도 "지금까지 시행해온 일련의 홍보·마케팅 업무의 틀을 모두 바꿔야 하는데 정확한 가이드라인도 없어 난감하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홍보, 구매 등 업무직군에 따라 언론과 관할 지자체 및 주요 거래처 관계자와 스킨십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김영란법 시행으로) 홍보 및 대관업무 자체에 막대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은 단순히 '접대비' 명목을 넘어 기업에서 진행하는 크고 작은 대외 홍보·마케팅 업무 전체에 제약이 따르게 될 것"이라며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봐야 할 지 구체적이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법 시행이 되는 9월부터 최소 1~2개월 동안 아무 대외활동도 하지 않고 '몸 사리기'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며 실무상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유통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잇달았다. 대형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뿐만 아니라 상품을 납품하는 국내 축산, 수산 등 농가의 대량피해가 예상된다"며 "김영란 법으로 인해 5만 원 미만으로 선물 가격을 제한할 경우 한우와 굴비 등 기존 전통적인 국산 선물세트는 대부분 백화점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대표 재계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내용을 존중한다"면서도 위법의 경계가 불분명한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측은 "제도시행까지 남은 기간 동안 입법 취지의 효과적 달성과 새 제도 도입충격의 최소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시킬 방안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며 "합법과 위법의 경계가 여전히 불분명해 자칫 정상적인 친목교류와 건전한 선물관행마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소비위축과 중소상공인 피해 등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경련 역시 이날 헌재 결정 이후 논평을 내고 "어려운 경제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정부가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헌재의 결정으로 김영란법은 애초 예정대로 오는 9월 28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