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제 아무리 똑똑한 인공지능이 나온다 해도 현장 취재를 대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박대웅·서재근·황원영·변동진·박지혜·이성락·서민지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했던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리= 서재근 기자] 지난 한 주 재계 안팎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슈가 있었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 소송 중인 임우재 삼성전기 상임고문이 사적인 자리에서 털어놓은 그간의 고충과 결혼사가 한 매체의 보도로 여과 없이 공개되면서 '폭로전' 논란이 불거진 건데요.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 총수의 맏사위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두 차례에 걸쳐 자살 시도를 했다는 충격 고백을 비롯해 그룹으로부터 무시를 받아왔다는 얘기까지 '너무 센' 임 고문의 발언 수위에 소송 당사자인 이부진 측 변호인단은 물론 그룹 관계자들까지 당혹스러운 반응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기사로 밝히지 못했던 뒷이야기도 많았다고 하는데 지금부터 다양한 현장을 찾아 핫뉴스와 이슈를 보도하는 <더팩트> 경제팀 기자들의 취재 뒷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이건 아닌거 같은데…" 모두를 당황케 한 임우재 '폭탄 발언'
-삼성가 맏사위였던 임우재 고문의 '폭탄 발언', 그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주시죠.
-"미국 MIT 경영대학원으로 유학을 가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두 차례 자살을 기도했다" "수차례 술을 마시고 아내(이부진 사장)를 폭행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삼성 고위 임원으로부터 모욕을 받았다" "이건희 회장의 손자라는 이유로 아들을 대하기가 어려웠다" 등이 골자인데 일각에서는 임우재 고문의 발언이 '가사소송법 10조'를 위반한 것이란 주장도 나옵니다. 법정에서 다뤄져야 할 내용이 이런 식으로 외부에 유출되는 것이 재판의 의미를 희석시킬 수도 있는 만큼 이번 사태는 어느 쪽도 승자가 없는 안타까운 일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올해 10살인 아이입니다. 아버지의 행동을 충분히 알 나이인데 앞으로 성장에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부진 사장 측은 임우재 고문의 폭로 인터뷰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인터뷰 내용이 보도된 당일 협의 이혼부터 이 사장의 법률대리를 맡은 윤재윤 변호사(법무법인 세종)와 전화통화를 했는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통화 중 수차례 "(임 고문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행동하는지 모르겠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더팩트>가 단독 보도도 했지만, 현재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히, 윤 변호사는 지난 2월 임 고문의 항소장 제출 기자회견 당시에도 담담한 모습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재계 쪽 반응은 어땠나요?
- 사건 당사자인 이부진 사장과 변호인단이 받았을 충격이 가장 컸겠지만, 재계에서도 임 고문의 '인터뷰 논란'에 대해 "충격적이다"라며 놀라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삼성과 호텔신라 측에서도 "이혼 소송은 개인적인 문제"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지만, 사석에서 만난 일부 관계자들은 "(인터뷰 관련) 기사를 보고 '갈 데까지 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골적으로 '이슈 메이킹'에 나서려는 의도가 없다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런데 언론인과 임 고문의 식사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혜문스님이 논란 직후 블로그에 "비보도를 전제한 대화가 어느새 인터뷰로 보도돼 (기자들한테)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는데요. 어떻게 된 일이죠?
-개인적으로는 혜문스님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하고 싶은데요. 비보도를 전제로 했다고 하지만 민감할 수 있는 가정사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언급한 것은 솔직히 상당한 리스크가 뒤따를 수밖에 없죠. 더욱이 임 고문이 삼성가 맏사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요. 소송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언행에 신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쎄요. 만일 혜문스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해당 기자의 책임도 분명히 있지 않을까요. 임 고문 측이 해당 기자와 매체를 상대로 고소를 준비 중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가는데요. 마음먹고 나선 '인터뷰'가 아닌 사적인 자리에서 털어놓은 '고백'이라면 이를 단순히 노이즈 마케팅으로 몰아세울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임우재 고문의 이혼 소송을 맡은 변호인들이 일괄 사임했는데요.
-사실 이해가 안됩니다. 의뢰인의 승소를 위해 앞장서야 할 변호인들이 폭로 논란이 일자 발 빠르게 뜻을 같이 했다는 게 어이가 없습니다. 그쪽 세계는 그런 게 당연한 것인지 비일비재한지 모르겠지만 황당합니다. 임우재 고문의 이혼 소송을 맡았던 남기춘 등 법무법인 담박 소속 변호사 5명과 법무법인 화연 측 변호사 3명 등 변호인단 8명 전원은 폭로 논란 이튿날인 16일 법원에 사임계를 제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진 임우재 고문의 '인터뷰 논란'이 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 하에 이들이 재판에서 손을 뗀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너무 무책임하단 말도 많습니다. 의뢰인의 실수로 지는 게임이 됐다 하더라도 이렇게 한꺼번에 손을 떼는 것은 법률전문가 이전에 인간의 도리가 아닌 거 같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여러 가지 추측과 온갖 '설'만 남은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네요. 아무쪼록 소송 당사자 모두가 더는 마음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부실 관리' 지적한 감사원, 갑자기 왜?
-최근 조선·해운업에 대한 산업은행(산은)의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는데요. 감사원의 감사 결과 산은의 관리 부실이 드러나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고요?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13~2014년 1조500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는데요. 문제는 산은이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 등을 구축해놨음에도 이를 방치했다는 거죠. 감사원이 이 시스템을 통해 당시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최고위험등급(5등급)으로 나타난 만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산은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비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산은이 더 이상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이네요. 그런데 감사원의 뒤늦은 감사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도 많다는데, 무슨 일인가요?
-"산은의 부실 관리를 왜 지금에서야 발견한 건지 모르겠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가 이런 말을 했는데요. 감사원은 몇 년 동안 산은을 감시해왔고, 조선·해운업의 부실도 지난해부터 나온 이야기인데 지금까지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업계도 이번 감사가 뒤늦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데요. 최근 홍기택 전 회장의 발언이 정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자 발 빠르게 나선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홍 전 회장이 최근 "당국의 압박으로 조선업을 지원했다"고 발언한 만큼 재빠르게 움직인 것 같다는 추측인데요. 실제로 대우조선 비리와 산은의 부실 감독은 지난해 국정감사에도 나온 이야기였기 때문에 늦었다는 것을 발뺌할 수 없는 상황이죠.
-산은은 물론 홍 전 회장의 행보에 저절로 관심이 집중될 것 같네요. 현 상황에 대해 노조가 성명서를 냈다고 하는데, 이들의 입장은 어떤가요?
-산은 노조는 대우조선 감사 결과가 공개되자 이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는데요. 감사원이 지적한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통한 재무상태 미실시 문제는 대우조선의 주주변동 내역이 시스템에 반영되지 않아 생긴 '시스템 입력누락' 문제며, 회계법인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산은의 책임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건데요. 노조는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홍 전 회장이며, 홍 전 회장을 즉각 소환해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산은에 '부실 관리' 논란이 잠재워지지 않은 만큼 산은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네요.
◆존 리 전 옥시대표 영장 기각 '싸늘한 여론'
-존 리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현 구글코리아 대표)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시민들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는데요. 존 리 전 대표의 영장이 왜 기각 된 것인가요?
-네. 이 때문에 시민들 역시 기각의 이유를 궁금해하고 있어요. 사실 이유는 간단해요. 존 리 전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면서도 숨겼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증거가 없다고요? 그렇다면 검찰은 그를 왜 기소한 것인가요?
-존 리 전 대표가 대표를 지냈을 당시 가습기 살균제가 가장 많이 팔렸어요. 또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에 대한 민원이 제기된 시기이기도 한데, 이 글이 삭제됐죠. 그래서 검찰은 존 리 전 대표의 지시가 있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고 본 거죠.
-정황은 있는데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한 거군요?
-네. 이것 때문에 옥시 가습기살균제 판매 당시 관계자들은 줄줄이 구속됐는데, 존 리 전 대표만 면죄부를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죠. 일단 검찰은 그를 불구속 상태로 추가로 조사한다는 계획입니다.
-옥시의 조사가 벌써 다음 주면 마무리된다고 하는데요. 아무쪼록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으면 합니다.
◆조합·시공사·주민, 모두가 '윈-윈'하는 재건축은 없나요?
-최근 서울 그것도 강남권에 불고 있는 재건축 열풍이 정말 거센 것 같은데요. 과열 단계에 접어들면서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고요?
-네 맞습니다. 조합과 비조합원 그리고 시공사간 재건축 분담금이나 설계, 전용면적, 임대주택 수량, 기부채납 면적 등을 두고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서울 서초동 서초우성1차아파트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해당 아파트의 경우 비조합원 측이 조합의 전횡과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시공권 박탈을 위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는데요. 비조합은 서초우성1차아파트주민협의회(이하 협의회)를 구성하고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주민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며 시공사 선정을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또한 새로운 시공사 선정은 공개경쟁입찰 아래 입주민의 이익을 더 부합하는 쪽으로 선정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협의회는 현행 조합이 사실상 삼성물산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조합장 해임 주민총회를 다음 달 중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에 서초우성1차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협의회가 딴죽을 걸고 있다'며 이 같은 법정 소송이 소모적이며 재건축 기간만 연장시킬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도 '그동안 시공사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왔는데 10여 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서초우성1차아파트 이외에도 서울 청담삼익아파트도 분담금을 두고 조합과 비조합원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또한 롯데건설이 확정지분제에서 도급제로 애초 약속을 변경한 것에도 의구심을 품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건축 물량 투자에 있어 유의할 점은 없을까요?
-최근 상황이 '어게인 2006'이라면 '어게인 2008'을 조심해야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2006년 정점을 찍은 부동산 경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급반전됐는데요, 재건축을 제외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2008년 1.6% 떨어졌지만,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는 평균 11.8%나 폭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재건축 아파트는 13.5%로 수도권 평균보다 더 큰 낙폭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 낀 거품이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현재 강남권 재건축 열풍의 중심에는 저금리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시장의 불안감 확산과 금리인상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에 정부도 급증하는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금리인상 등 가능한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아 과도한 대출을 끼고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은 '폭탄을 안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꼴'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