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상>

박주민(44, 은평구 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이 국회의원되고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국회=문병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이철영 기자] "힘들다는 말은 못하겠고, 해야 할 일이 있으니 그 일은 꼭 해야만 한다."

박주민(44, 은평구 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목적은 뚜렷하다. 지난 4월 13일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후보로 나서기 전부터 그랬다. '국회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있기에 당선된 그의 어깨는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의원실에서 마주한 그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그의 셔츠는 팔목 위로 걷어 올려져 있었고, 의원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의원실 보좌진들은 방을 정리하느라 여전히 분주했다.

박 의원은 여의도 국회에 들어온 이유가 있다.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지난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의 세월호 침몰로 눈물 흘린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일이다. 박 의원 이름 앞에 '거리의 변호사' '세월호 변호사'가 붙은 이유와 같다.

지난달 30일 제20대 국회 임기가 시작했다. 박 의원도 초선 의원으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의원회관 5층 그의 사무소는 여전히 정리 중이다. <더팩트>는 지난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 의원을 만났다. 그와의 인터뷰는 1시간 넘게 진행됐으며 세월호부터 국회의원이 된 그의 일상의 변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 의원이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과 관련해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세월호 문제는 제가 반드시 해야 할 일

박 의원 의원실에는 세월호와 관련한 액자도 플래카드도 없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벽에 기대어 있는 흑백 사진 액자가 전부다. 책장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책 한 권 꽂혀있지 않다. 박 의원은 "아직 정리 중이라 아무것도 없다"며 웃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달 30일 20대 국회 임기 시작 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박 의원의 외모에서도 충분히 느껴진다.

박 의원은 "오전에도 지역구에 있는 대림시장에 다녀왔다. 일정이 엄청나다. 집에 들어가 쉬어야지 하고 이동하는 늦은 저녁에도 갑자기 일정이 생긴다"며 여의도 입성 초선 의원의 신고식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변호사로 통한다. 그가 여의도 정치에 입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어깨의 무거운 짐보다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첫 번째 법안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 연장을 골자로 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7일 오후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 마감시한은 6월 30일이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특조위 활동은 이달 말 마감한다.

박 의원은 "지금 정부는 태도가 확고하다. 의회에서 어떻게 푸느냐의 문제인데,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이 오더를 주거나 가이드라인을 주면 잘 어기지 않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이미 충분히 한 거 아니냐'는 가이드라인을 줬다"면서 "쉽진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19대 때와 달리 여소야대니까 환경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면서 국민도 박 대통령에 대해서 잘못하고 있는 부분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어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정부가 세월호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무능이다. 무능한데 솔직하지도 못하다. 차라리 솔직히 밝히고 사과하면 되는데 감추려고 하는 모습만 보였다"면서 "저는 우리나라도 민주주의가 돼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더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박 의원이 20대 국회 임기 시작과 함께 고단한 의원 생활을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문병희 기자

◆차량과 보좌진은 왜, 필요한지 몸소 느끼는 중

박 의원은 초선이다. 아무리 밖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했지만,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밖에서 보고 부닥쳤던 모습과 다들 수밖에 없다. 그는 요즘 국회의원이 됐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그는 국회의원이 된 느낌이 어떠냐고 묻자 "예전에는 부탁하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일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약간 다르다. 지금은 선수가 돼서 뛰고 있지 않나"라며 한숨과 함께 웃었다.

20대 국회 임기 첫날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초심을 잃지 마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국회의원이 된 후 태도가 달라진 경험에서 나온 충고다. 박 의원은 이와 함께 "지역구를 위해서도 열심히 일해 달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박 의원은 "은평구 갑은 재개발 민원이 많다. 재개발이 의원 영역은 아니다"면서 "구와 시의 영역이다. 의원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재개발 문제가 어려운 것은 개발을 원하는 주민과 원하지 않는 주민이 있다는 것이다. 한쪽 편만 들어서 법을 바꾸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대한 민주적으로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익 보는 분들이 있다면 반대로 이익을 보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그는 국회의원의 특권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문병희 기자

박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고 그동안 '특권'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특히 차량 이용과 보좌진과 관련한 것들이다.

그는 "예전에는 '무슨 일을 하기에 보좌진이 저렇게 많아' '얼마나 바쁘고 피곤하다고 차를 타고 다니나'라고 생각했다"며 "해보니 그게 아니더라. 최근 2시간 동안 13개의 일정을 소화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불가능한 스케줄이더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정"이라며 손을 내둘렀다.

이어 "차는 일정 때문에 필요하구나 이해됐다. 또, 보좌진도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보좌진 한 명이 7개 기관의 자료를 담당한다. 거기에 두 명은 지역을 챙겨야 한다. 지역구 의원은 정말 힘든 것 같다. 그래도 아직 의원회관에서 본청까지 차를 이용한 적은 없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의원회관에서 본청까지 "너 뛰어가!"라고 말한다면 "차량 이용을 기계적으로 도식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일을 얼마나 했는지로 평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활동하던 그가 국회라는 공간에서 얽매여 있는 생활은 할 만한 것일까. 그는 "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말은 못하겠다. 저는 해야 할 일이 있으니 꼭 해야만 한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저는 어떤 세력과 결부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다. 제가 누구를 당선시키기 위해 국회의원이 된 것도 아니고, 누구 덕에 당선된 것도 아니다. 저는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들어왔다"며 다시 한 번 자신이 국회의원이 된 이유를 상기했다.

☞<하>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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