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노래 연습에 눈물까지…
[더팩트|권혁기 기자] 지난 2004년 영화 '신부수업'으로 데뷔한 배우 천우희(30)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유독 학생 역할이 많다. '써니' '우아한 거짓말'에서 고등학생으로 출연했으며, 천우희의 이름을 알린 '한공주'에서도 타이틀 롤을 맡아 1학년 여고생 연기를 했다. 실제로 '한공주'에서는 화장을 전혀 하지 않아 진짜 고등학생처럼 보였다. 데뷔 10년차인데도 말이다.
그나마 '카트'에서는 취준생 미진으로 분해 자기 나잇대 연기를 펼치는가 했지만 대형마트 비정규직 역할이라 대부분 유니폼을 입거나 트레이닝복 차림이기 일수였다. '손님'에서 신내림을 받더니 '뷰티 인사이드'에서는 내면은 남성인 '우진' 중 한 명이었으니 천우희의 숨겨둔(?) 여성성(女性性)은 언제쯤 볼 수 있을지 궁금하기만 했던 게 사실이다.
13일 개봉을 앞둔 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 제작 더램프)는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천우희는 "이제 교복을 입는 시나리오가 들어오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들어오면 내심 기쁘긴 하다. 아직 죽지 않았다는 기분"이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천우희는 '해어화'에서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를 타고난 기생 연희를 맡았다. '해어화'는 1943년 마지막 남은 경성 제일의 기생학교 대성권번에 대한 영화다.
"항상 옷을 한벌 또는 두벌로 연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화장도 하고 머리도 만지며 옷도 잘 입어 나름 즐거웠어요. 사실 우려했던 부분들도 있었죠. 연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서 선택이 쉽지는 않았어요. 소속사라든지, 지인들이라든지 저에게 바라는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천우희에게서 밝은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그래도 많은 직업군을 연기해본 것 같아요."
'한공주'에 이어 '해어화'에서도 노래를 부른 천우희는 "사실 '한공주' 때도 부담이 되긴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번에는 만인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는 역할이라 훨씬 부담이 있었다"며 "'한공주'는 제 느낌으로 노래를 했다면 이번에는 무대에 서야 하기 때문에 연습 과정에서부터 좌절감을 맛봤다"고 회상했다.
"누군가에게 노래를 배운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본적인 발성부터, 당시 가요의 느낌을 알기 위해 트로트까지 배웠다. 4개월 연습을 했는데 가수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영화가 2시간 동안 하고자 하는 말을 보여주는 예술이라면 가수는 3분에서 5분 사이에 모든 것을 다 보여줘야 하잖아요. 감정 표현의 길이 이렇게 다른지 처음 느꼈죠. 노력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방법들이 생소하기도 해서 울기도 했어요. 연습실에서 혼자 연습을 하는데 서럽기도 하더라고요.(웃음)"
천우희는 '노래' 자체보다도, 1943년을 살아간 '연희'에 초점을 맞췄다. 단 한곡으로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대중의 마음을 훔친 당대 최고의 가수 연희. 천우희는 그 시대의 창법을 공부하면서 연희의 매력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어떻게 해야 매력적으로 들릴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해어화'에서 연희가 부른 '조선의 마음'이라는 노래다. 천우희는 '조선의 마음' 1절을 작사했다.
"'출중한 여자'에서도 OST를 불러 저작권료가 들어온다고 들었는데 700원이 들어왔어요.(웃음) '조선의 마음'은 영화 촬영 중 가장 늦게 나온 곡이기도 해요. 촬영 일정이 계속 미뤄지기도 했죠. 워낙 중요한 곡이라서 그랬나봐요. 박흥식 감독님하고 이병훈 음악 감독님, 그리고 저까지 좋은 곡을 찾고 있었는데 제가 연기를 하다보니 연희의 마음을 담아 작사를 하게 됐어요. 일단 감독님께 제가 작사를 하면 어떨지 여쭤봤더니 의외로 좋아하시더라고요. 음악 감독님도 '우희씨가 불러야하니까 괜찮을 것 같다'고 하셔서 나름 뿌듯했어요. 정말 단어 하나 하나에 고민이 되더라고요."
'해어화' 초반에는 '다시는 노래하는 연기를 하지 말자'라고 생각했다는 천우희는 "저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끝내고 나니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유형의 음악 영화도 도전해보고 싶다. '헤드윅' 같은 작품에 대한 동경도 있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다 전문적으로 앨범을 내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에 "저희 가족이 자꾸 소원이라면서 '복면가왕'에 출연하라고 한다. 즐겨보긴 하지만 '저는 거기 나갈 실력이 안된다'고 해도 제발 좀 나가달라고 하신다"면서 웃었다.
끝으로 흥행 부담에 대해 묻자 그는 "모든 작품에 흥행 부담은 없다"고 운을 뗀 뒤 "흥행이 되길 바라는건 누구나 항상 그렇기 때문에 그걸 기대하면 심적으로 편치 않고 순수해지지 못하는 것 같아 부담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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