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 '수락산 날다람쥐' 안철수의 두 마리 토끼잡는 하루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1일 오후 1시께 경기도 안산시에서 선거운동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선거 캠프 측 관계자가 안 대표를 이끌고 있다./안산=서민지 기자

[더팩트 | 서울·안양·안산·인천=서민지 기자] 4·13총선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자신의 별명 '수락산 날다람쥐'처럼 바쁜 일정을 보냈다. '당의 간판' 역할도 하면서 자신의 지역구인 노원병 수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1일 오전 6시 30분 서울 노원역에서부터 안양, 안산, 인천을 거쳐 오후 8시 서울 은평구에 다시 도착하기까지 수도권 11곳을 따라다니며 안 대표를 '동행 취재'했다. 같은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10곳,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8곳의 일정을 소화했다. 각 당 대표의 차이는 자신의 지역구 유세를 돌지 않고 지원유세에 나섰다는 점이다.

안 대표가 시장에서 상인이 주는 떡을 먹고 있다./인천=서민지 기자

안 대표는 수도권을 돌기 전 자신의 지역구부터 살펴야 했다. 현재 '박근혜 키즈'인 이준석 새누리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6시 30분 노원역에 자칭 '동네 아저씨 복장'을 하고 나타난 안 대표는 출근길 유세를 시작했다.

오전 7시 30분 지역주민들이 물밀 듯이 밀려오자 "좋은 하루 보내세요" "파이팅"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악수를 청한다. 막간을 이용해 취재진의 질문에도 대답한다. '전날(31일)도 바빴는데 체력관리는 하고 있느냐'는 물음엔 "원래 있는 건 체력뿐"이라고 농담을 건넨다. 안 대표의 '맥 빠진(?) 답변'에 취재진들은 "역시 '수락산 날다람쥐'네"라고 귀엣말을 주고받는다. '수락산 날다람쥐'는 안 대표가 평소 틈날 때마다 자신의 아파트 뒷문에 있는 노원구 수락산 등산로를 타고 정상(638m)까지 단숨에 올라 붙은 별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곧 수도권 유세를 떠나야 할 시간. 그는 "노원병 주민들께 양해를 구하고 다녀와야지요. 저녁 늦게라도 와서 상가방문, 인사드리려고요"라고 말하며 노원역을 나선다. "어, 여기로 다 모이네요!" 출입문에서 때마침 경쟁자 이준석 새누리당 후보를 만났다. 명함 돌리는 이 후보를 뒤로한 채 떠나는 그의 발걸음이 사뭇 무겁게 느껴진다.

안 대표가 노원역에서 출근길 유세를 하고 있다.(위) 유세를 마치고 나서는 길, 노원역 입구에서 이준석 새누리당 후보와 마주친 안 대표.(아래)/노원=서민지 기자

오전 10시부터 본격적으로 수도권 표심을 훑었다. 국민의당은 거대 양당보다 당세가 약한 탓에 인지도가 높은 '안철수 브랜드'를 활용하려는 수도권 후보자들의 지원유세 요청이 끊이질 않고 있다. 때문에 스케줄이 20분~40분 단위로 촘촘히 짜였다. 노원에서부터 '안 대표 차량-취재진 차량-보좌진 차량'이 시간을 맞춰 동시에 이동했고, 혹시라도 시간이 어긋날까 보좌진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안 대표가 온 김에 한 곳이라도 더 함께 가고픈 후보들은 이날 '안철수 쟁탈전'을 벌였다. 여럿이 함께 유세를 나온 후보들은 앞다퉈 안 대표 옆자리를 사수하려 하는가 하면, 일부 후보는 갑자기 일정에 없던 시장 유세를 하며 안 대표를 데려가기도 했다. 당황한 보좌진은 미처 타지 못한 일부 캠프 인원을 거리에 두고 출발, 나머지 사람들은 택시를 타고 추격전을 벌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거리 유세에선 여느 정치인과 다름없이 어묵과 떡갈비, 떡, 김 등 주는 대로 받아먹으며 '먹방'(먹는 방송)을 찍었다. 또한 유세하는 내내 "싸움만 하는 1, 2번 말고 문제 해결하는 국민의당 3번을 선택해달라"고 소리쳤고, 또 후보를 소개할 땐 무조건 '보석 같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모든 장소에서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는 통에 따라다닌 취재진과 당 관계자는 "이제 내가 다 외울 지경"이라면서 연설을 따라하기도 했다.

백종주(안양시 동안구갑·왼쪽) 후보와 안양 관양시장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안 대표./안양=서민지 기자

그러나 아무리 '수락산 날다람쥐'라 해도 9개의 일정을 소화하고 나니 목이 쉬었다. 그럴수록 연설 메시지는 조금 더 절박해졌고, 내용도 조금씩 달라졌다. 여태껏 에둘러 "일 잘하는 3번"이라고 표현하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최원식 후보를 지원 유세할 땐 대놓고 "호소드린다. 어느 쪽 택하시겠나. 몇 번 택하시겠나"라고 거듭 물으며 3번을 강조했다. 또 최 후보를 '보석 같은 후보'라고 소개하기보다 "무인도에 딱 한 명만 데려가라면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이 자리에서 "3번을 뽑겠다"는 유권자들의 대답을 받아내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였다.

쉴새없는 '그물망' 스케줄이 끝날 무렵, 안 대표의 보좌진에게 "저러다 안 대표 쓰러지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양치 못 하니까 점심도 저녁도 안 드시긴 했다. 그래도 당 지지율만 올라간다면, 대표님 쓰러뜨려야지"라는 우스갯소리가 돌아왔다.

과연 '수락산 날다람쥐' 안 대표는 남은 10일 동안 총선 대장정에서 꼬꾸라지지 않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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