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정청래 의원, “국정교과서는 국가에서 만든 신발만 신으라는 것"

정부는 지난 12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발표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현재 역사교과서는 지나치게 좌 편향적으로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국정화 추진 이유를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유신 시대로 돌아가는 격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발표 이후 정치권은 찬반으로 나뉘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더팩트>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양당의 견해를 들어봤다. 먼저 새정치연합의 반대 이유를 듣고 이에 대한 새누리당의 반박을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정청래(50·마포을·재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와 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한국판 우상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국회=문병희 기자

[더팩트 l 국회=이철영 기자] “시장 바구니를 왼손으로 들면 안 된다. 좌파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청래(50·마포을·재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와 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특유의 화법으로 이같이 말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지난 12일 정부의 공식 발표로 촉발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이날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발표하고 행정예고 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교육계 등은 반발하고 나섰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하는 보수단체는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제 이념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또 다른 갈등이 시작됐다.

찬반 논쟁이 격렬하다. 야당은 거리로 나섰고, 각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들도 국정화 반대를 줄줄이 선언하고 나섰다. <더팩트>는 1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정 의원을 만나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가진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을 들어봤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한국판 우상화 정책

정 의원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국회=문병희 기자

의원실에서 마주한 정 의원의 표정은 평소 웃음기 가득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정부와 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저지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정 의원은 “(국정화는)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극우 정권의 영구집권 전략의 일환”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국정화 시도는 학생들에게 유일 교과서를 통해 유일 역사관을 주입하려는 시도 아니냐. 뉴라이트에 만든 책을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해 ‘그는 성실하고 근면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게 무슨 의정 보고서도 아니고…. 한 개인에 대해서 부정부패가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한국판 우상화 정책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국정화 추진을 설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험생들이 수능을 보는 데 편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여론을 호도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정 의원이 보수단체의 교과서를 보여주며 5·16 군사쿠데타와 일제강점기를 근대화 시켰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문병희 기자

그는 “정부가 호도하는 것이 교과서가 하나여야 수능 보기가 편하다는 대목이다.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리다. 예를 들어 8종의 교과서가 있으면 특정 교과서에서 나온 내용은 수능 출제에서 제외한다. 공통으로 나온 것에서 문제를 내게 돼 있다. 따라서 학생들 입장에서는 특정 교과서에 나오는 것은 시험에 나오지 않으니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역사는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서 관점이 다를 수 있다. 또 관점에 따라 비중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개인의 자유다. 다양한 시각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의원은 국정 교과서는 이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을 담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는 “허위사실을 적시하면 안 된다. 역사에 대해 관점을 다양하게 하는 것과 없는 역사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면서 “을사늑약은 우리에겐 비극의 역사다. 그런데 이것에 성공했다는 단어를 쓸 수는 없다. 일제강점기는 우리 민족적 관점으로 볼 때 참을 수 없는 치욕이고 비극이다. 그런데 보수단체의 주장은 일본이 마치 우리를 근대화시켰다고 한다. 용납할 수 없다. 그렇다면 친일파는 조국 근대화를 이바지한 사람으로 훈장 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5.16 군사쿠데타를 보자. 유신 시절 국정 교과서를 보면 5·16은 4·19 정신을 계승·발전했다고 적었다. 뉴라이트 책을 보면 5.16을 한국 근대화의 출발점으로 기술하고 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4.19를 짓밟은 게 5.16인데 지금 그것을 다시 복원시키자는 거냐”라며 분노했다.

◆차라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한다고 해라

정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헌법전문을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문병희 기자

정 의원은 이번 국정화의 가장 큰 문제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그가 말하는 대한민국 헌법 부정은 정부와 여당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으로 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중략)’라고 적시했다.

그는 “대한민국 건국은 상해임시정부다. 다르게 주장하면 헌법 위반이다.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이라는 주장은 1948년 8월 15일을 건국 시점으로 보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지금 헌법이 잘못됐다고 먼저 주장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은 130개 조항으로 돼 있고 압축한 것이 헌법전문이다. (국정화하려면) ‘우리는 헌법을 부정합니다’라고 먼저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야와 영호남의 관점이 다르지만, 국민이 국민투표로 합의한 것이 헌법이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헌법전문을 부정하고 있다. 애국이니 뭐니 하는데 애국과 관련 없다. 헌법을 부정하면서 어떻게 애국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국민과 함께 막겠다

정 의원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만약 가르치고 있다면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반국가단체 수괴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고, 한숨도 끊임없이 내쉬었다. 정부와 여당은 현재 교과서의 좌 편향성을 지적하며 균형 잡힌 교과서인 국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좌 편향성 주장에 정 의원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는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 13명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럼 이들은 모두 좌익이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잡아들여야 한다. 무리수 중에서도 큰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여의도연구소의 ‘국민표준역사교과서’ 명명화 전략도 지적했다. 정 의원은 “불량식품이 있는데 포장지를 예쁘게 바꾸고 사 먹으라고 하는 것으로 이는 사기”라며 “신발을 사러 갔으면 사이즈에 맞게 다양한 색깔을 보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 국정교과서는 '국가에서 만든 신발만 신어라'와 같다. 학생들의 인성, 개성도 말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국민통합 역사교과서 플래카드. /정청래 의원 페이스북

그는 최근 SNS에 새누리당이 내건 플래카드와 함께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내건 플래카드에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적혔다. 정 의원은 “이게 사실이라면 교육부 장관부터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하라”고 했다.

그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만약 가르치고 있다면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반국가단체 수괴로 처벌해야 한다. 선생님들도 국가보안법에 의해 처벌해야 한다”면서 “이런 교과서를 통과시킨 교육부도 처벌해야 한다. 무엇보다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지는 것이다. 흑색선전도 이런 흑색선전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마지막으로 “국정화를 막는 길은 국민 여론이다. 행정예고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면 답변을 하게 돼 있다. 우리는 10만 명 의견 제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도 국정화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북한, 스리랑카, 몽골 등 몇 개국만 국정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다. 후진국 채택방식인데 우리는 선진국이 아니라 후진국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거는 종북 교과서다. 북한 국정화 따라 하기다. 아베 교과서고, 히틀러 나치시대, 유신 시대 교과서로 쿠데타 교과서”라고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명명했다.

cuba20@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