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골라인] 히딩크 떠난 네덜란드, 반전은 없었다!

네덜란드 탈락 위기! 네덜란드가 안방에서 아이슬란드에 0-1로 패하며 유로 2016 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다. /유럽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아이슬란드 '얼음 축구'에 또다시 얼어붙은 네덜란드!

11개월 전 패배와 똑같았다. 주도권을 잡고도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페널티킥을 내주며 무너졌다. 개인 기량에서 앞섰지만 조직력에서 밀리며 고개를 숙였다. '오렌지군단' 네덜란드가 안방에서 아이슬란드에 패하며 완전히 얼어붙었다.

네덜란드는 4일(이하 한국 시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암스테르담아레나에서 열린 유로 2016 예선 A조 7차전에서 아이슬란드에 0-1로 패했다. 지난해 10월 당했던 패배를 설욕하려 했지만 안방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기록하며 본선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후반 6분 기성용의 팀 동료 길피 시구르드손에게 페널티킥 골을 내주며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을 경질하고 다니 블린트 감독 체제로 새롭게 닻을 올린 네덜란드였지만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출중한 개인기로 무장한 선수들을 내세웠지만 내실이 없었다. 공격 전개가 단조로웠고 수비의 집중력이 떨어지며 졸전에 그쳤다. 부상으로 앞선 4경기에 결장했던 아르옌 로벤이 주장 완장을 차고 공격을 이끌었지만 전반 중반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고개를 숙였고, 전반 33분 중앙수비수 브루노 마르틴스 인디가 보복성 가격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놓이고 말았다. 결국 네덜란드는 개인기만 앞세운 부정확한 공격과 부상 및 수비수 퇴장에 후반 체력 열세까지 더해지며 '총체적 난국' 끝에 패배를 떠안았다.

무늬만 화려한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는 기록적인 부분에서 월등히 앞섰지만 내실이 없었다. 개인기에 의존한 경기를 펼치며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페널티킥 골을 내주며 패배의 쓴잔을 들었다. /유럽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거짓말같이 지난해 11월 아이슬란드 원정과 똑같은 패턴에 당해 더욱 뼈아픈 네덜란드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브리키르 비아르나손에게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줬고, 시구르드손에게 페널티킥 골을 얻어맞았다. 페널티킥을 내준 지점과 상황, 선수까지 모두 똑같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원정에서는 전반 초반에 실점했고 이번 홈 경기에서는 후반 초반에 무너졌다는 점 정도다. 전반에 힘을 빼고 후반을 노린 아이슬란드의 전략적인 선택에 꼼짝도 못하고 완전히 얼어붙어버린 오렌지군단이다.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기대를 모았던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따로 놀며 답답한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인디는 불필요한 파울로 퇴장을 당하면서 경기를 망쳤고, 다비 클라센과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의 중원 장악도 썩 좋지 못했으며, 공격 자원으로 투입된 멤피스 데파이와 루치아노 나르싱도 무기력한 모습에 그쳤다. '백전노장' 베슬레이 스네이더가 이를 악물고 열심히 뛰었지만, 부상과 퇴장 악재로 에너지가 완전히 바닥난 네덜란드를 구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면에 아이슬란드는 또 한번 네덜란드를 잡아내며 돌풍을 태풍으로 바꿔놓았다. 이번 원정 경기에서도 승리하며 지난해 10월 홈에서 거둔 2-0 승리가 우연이 아님을 확실히 증명했다. 180cm대 후반으로 이뤄진 수비라인이 '막강 파워'로 네덜란드 공격진을 눌렀고, 시구르드손을 중심으로 중원과 공격도 상황에 맞게 잘 움직이며 승리찬가를 불렀다. 특히, '얼음'을 연상하게 만드는 냉정한 경기 운영 능력이 돋보였다. 네덜란드의 화려한 개인기에 주눅들지 않고 기회를 노렸고, 결국 수적인 우위를 점한 후반 초반에 승부수를 띄워 골을 넣고 승점 3을 챙겼다.

사실, 아이슬란드는 불과 몇 년 전까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100위권 초반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현재 피파랭킹은 23위(9월 기준)다. 5년 정도 만에 피파랭킹을 100계단 가깝게 끌어올렸다. 이런 급속한 발전의 중심에는 스웨덴 출신의 라르스 라게르백 감독이 있다. 2011년 아이슬란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라게르백 감독은 해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새 판을 짰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플레이오프(크로아티아에 1무 1패로 패배)까지 오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번 예선에서 아이슬란드는 라게르백 감독과 함께 아이슬란드 국적의 헤이미르 할그림손 감독을 공동 사령탑으로 올려놓으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라게르백의 국제 경험에 할그림손의 아이슬란드 노하우를 더해 조직력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아이슬란드-네덜란드 희비교차! 아이슬란드가 승점 18로 사실상 본선행을 확정지었고, 네덜란드는 승점 10에 머무르며 불안하게 3위를 지켰다. /유럽축구연맹 홈페이지 캡처

이번 경기 결과로 아이슬란드는 승점 18을 확보하면서 A조 선두를 지켰다. 남은 3경기에서 승점 1만 추가해도 본선행을 확정지을 수 있다. 홈에서 카자흐탄과 라트비아를 상대하기 때문에 사실상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네덜란드는 승점 10에 머무르면서 3위를 유지했다. 같은 시간에 벌어진 경기에서 터키(승점 9)가 라트비아와 1-1로 비기면서 3위를 빼앗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체코가 카자흐스탄을 2-1로 꺾으며 승점 16이 되어 2위 경쟁에서 한발 멀어지게 됐다. 터키 원정-카자흐스탄 홈-체코 홈으로 이어지는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겨야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유로 2016 본선 직행 티켓을 바라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터키와 플레이오프로 향하는 3위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네덜란드다.

스포츠에 절대강자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메이저대회 경험이 전무한 아이슬란드가 '얼음 태풍'을 몰아칠지, 월드컵과 유로 대회 본선에서 항상 우승후보로 평가 받았던 네덜란드가 엉망진창의 경기력으로 예선 탈락의 위기를 맞이하게 될지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역시 공은 둥글다.

[더팩트 | 심재희 기자 kkaman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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