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궁정쿠데타] '여성 3인방' 시게미쓰-신영자-서미경,신격호 회장 움직일까

롯데家 여성 3인방 영향력 주목 롯데 형제의 난이 본격화된 가운데 롯데家 여성 3인방 시게미쓰 하츠코(둘째 부인),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장녀), 서미경(셋째 부인)의 입감이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주-동빈 형제의 친모인 시게미츠 하츠코(가운데) 여사가 지난 1일 오후 일본 하네다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시게미쓰 여사는 지난달 30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시아버지 제사에 참석하러 한국을 방문했다고 말했지만 정작 시아버지 기일이던 지난달 31일 서울 성북동 신동주 전 부회장 자택에서 진행된 제사에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TV조선 뉴스 갈무리

'두 형제의 지분 싸움' 캐스팅보트는 두 부인과 딸 손에

롯데가(家) 신 씨 가문의 '형제의 난'이 한일 경제계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신격호(92) 그룹 총괄회장을 상대적으로 근거리에서 보필하고 교감을 나누는 부인들과 장녀 등 롯데가 여성 3인방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두 아들 신동주(61)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두고 팽팽하게 대립하는 양상에서 신 총괄회장이 각별하게 생각하는 두 명의 부인과 딸의 발언에 큰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으로 인해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터라 그가 아내와 딸의 목소리에 어느때보다 귀기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변의 시각이다.

신 총괄회장은 세 명의 부인을 뒀다.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 같은 고향 출신인 첫째 부인 故 노순화 씨 사이에서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이 태어났다. 둘째 부인은 일본인 시게미쓰 하츠코 씨로 동주-동빈 형제의 모친이다. 마지막 셋째 부인은 1970년대 활동했던 영화 배우이자 제1 회 미스 롯데 출신인 서미경 씨다. 슬하에는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 있다.

신 총괄회장은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을 할 때 시게미쓰 여사와 만나 결혼했다. 1954년에 첫째인 신동주 전 부회장을 낳고 이듬해 둘째인 신동빈 회장을 출산했다. 그는 그간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두 아들이 경영권을 두고 다투는 지난달 30일 전격 입국해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신영자 이사장 외에 신 총괄회장을 설득할 수 있는 두 형제의 모친이 등장하자 그의 의중이 무엇인지 시선이 집중됐다. 그는 이날 김포공항에서 "히로유키(신 전 부회장)와 아키오(신 회장) 중 어느 쪽이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일각에서는 시게미쓰 여사가 차남 신동빈 회장측에 가깝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으나 그는 서울체류 및 일본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확실한 의중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본롯데홀딩스 관계자에 따르면 시게미쓰 여사 역시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2002년 신 총괄회장이 50% 가까이 보유하던 지분을 두 아들에게 상속하면서 시게미쓰 여사에게도 상당한 지분이 넘어갔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 시게미쓰 여사는 첫째 부인의 딸인 신영자 이사장과 평소 팔짱을 끼고 다닐 정도로 가깝게 지내는 사이로 알려져 광윤사 지분을 보유한 아내와 딸이 입을 맞추면 신 총괄회장의 의중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주위에서는 판단한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왼쪽)과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 /더팩트DB

장녀 신영자 이사장에 대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랑은 유독 각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28일 일본에서 돌아온 신 총괄회장과 신영자 이사장이 함께 차에서 긴밀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이를 뒷받침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모시고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것도 이복누나인 신영자 이사장의 설득 덕분이었다는 추측이 나온다. 신동빈 회장측은 신영자 이사장이 신 전 부회장과 교감하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말해 신 이사장은 반 신동빈 전선을 막후에서 지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신 이사장과 시게미쓰 여사와의 인간적 친분이 비지니스측면에서는 어떻게 작동할 지 주목된다.

셋째 부인 서미경씨와 딸 역시 신 회장의 총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롯데백화점과 영화관 매점 사업권 등 알짜 사업을 소유하고 있고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 주식을 0.1% 보유하고 있다. 딸 신 고문도 롯데쇼핑 주식의 0.09%, 계열사 롯데푸드와 코리아세븐 주식도 각각 0.33%와 1.4%씩 갖고 있다. 서씨와 신 고문이 가진 지분이 이번 '형제의 난'에서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추측되는 이유다. 아울러 모녀는 신 회장 측으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부동산과 땅, 건물 등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신영자 이사장이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신 총괄회장을 모시고 일본으로 건너간 것과 달리 서씨 모녀는 아직까지 두 형제 가운데 누구의 손을 잡을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신동빈 회장 측은 본인 소유 지분(19.1%)과 우호세력인 우리사주(12%) 외에 20% 이상 우호지분을 추가로 확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50% 이상 집결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 씨가 영화배우로 활동하던 모습 /영화 단둘이서(1976) 스틸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자신의 보유 지분(19.1%)에 광윤사(27.65%),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1% 안팎 보유 추정) 등을 확보했으며 여기에 신 총괄회장의 지분을 더할 경우 3분의 2 이상 지분 확보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실제로 지난달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본롯데홀딩스의 결의권은 아버지가 대표를 맡고 있는 자산관리회사(광윤사, L투자회사 등)가 33%를 갖고 있다"며 사원주주회의 32% 지분과 신 전 부회장 본인의 2% 지분을 합하면 3분의 2에 달해 신 회장이 갖고 있는 일본롯데홀딩스와 자산관리회사의 결의권 지분보다 많다고 주장했다.

결국 신 총괄회장을 비롯한 나머지 친족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뜻이다. 시게미쓰 여사와 신영자 이사장, 그리고 서씨 모녀가 신 총괄회장을 어떻게 설득할지 여부에 따라 신 총괄회장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격호 셋째 부인 서미경/더팩트DB

한편 지난달 31일 신 총괄회장의 부친의 제사를 위해 롯데가 일족(신 총괄회장, 둘째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이사장, 5촌 조카 신동인 롯데자이언츠구단주 직무대행 등)이 서울 성북동 신 전 부회장 자택에 모두 모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신 총괄호장의 두 남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과 신준호 푸르밀 사장 외에는 정작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신동주 전 부회장은 여러 매체들과 잇따라 인터뷰를 갖고 신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해임지시를 내렸다는 등 공세를 펼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통해 현 상황을 정면돌파한다는 각오이나 아직까지 주주 성향 파악이 확실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달 10일께 주총이 열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더팩트 | 김민수 기자 hispiri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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