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실장, 왕따 당하는 것으로 안다(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오늘은 결산심사하는 날입니다(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당청 갈등의 당사자인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마주앉았다. 3일 유 원내대표는 위원장으로서 2014 회계연도 결산 심사를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를 주재했고, 이 비서실장은 청와대 업무보고 차 참석했다.
이날 오전 10시 10분. 두 사람은 입을 다문 채 개의를 기다렸다. 이날 운영위가 열리기 전부터 최근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유 원내대표가 이 비서실장을 상대로 어떤 언급을 할지 주목됐다. '어색한 만남'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자신이 '맡은 일'에서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의원들의 공방 자제를 당부하고, 정책질의 등에 집중하도록 유도했다.
야당은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 시행령에 대한 수정요청권'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 소지를 들어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이 비서실장을 상대로 추궁했다.
강동원 새정치연합 의원은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며)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막말과 협박을 하고, 배신의 정치라고 말한 것은 마치 용상에 앉은 제왕을 연상케 한다. 민주주의의 실종"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배신의 정치' 누가 작성했나. 비서실장은 검토 안 하나. 정호성 비서관이 작성한 게 사실이냐?"면서 "비서실장이 원고도 검토 안하고,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부터 왕따 당하고, 대통령 독대도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물었다.
이 비서실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아직까지 3인방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저로서도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또 "유승민 원내대표는 84명의 지지를 받은 당 원내내표다. 우리 당과는 다르지만 청와대가 찍어내리면 국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유 원내대표는 "위원장으로 질의에 개입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대통령에 대한 표현과 청와대 간부에 대한 표현에 있어 국회 차원에서 예의를 갖춰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결산하는 날"이라고 제지했다.
강 의원은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이병기, 개인적으로 가깝지만...처신 잘해야...내가 말하면 그 사람 물러나'라고 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 실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 오죽하면 국민들이 특검을 특검해야 한다고 하나"라면서 "위원장(유 원내대표)께서 이 실장의 소회에 대한 발언을 하도록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또한 유 원내대표는 "그 문제는 운영위가 열렸었고 결산을 위한 운영위원회인데 적합하지 않다. 비서실장한테 물어야 할 이유가 없다. (비서실장이) 피의자 신분도 아니고. 제가 지금 결산을 하러 왔지, 그런 질문을 비서실장한테 물어야 할 이유 없다. 회의를 진행합시다"라고 선을 그었다.
[더팩트 | 오경희 기자 ar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