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DeNA와 손잡고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
수년 전만 해도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휴대용 게임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가 그 주인공이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두고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을 우리도 개발할 수 없느냐”고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휴대용 게임기의 빈 자리는 스마트폰이 채웠다. 사람들은 닌텐도 게임 ‘두뇌 트레이닝’ 대신 ‘모두의마블’ 등을 즐기고 있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닌텐도는 일본 모바일게임 업체 DeNA(디엔에이)와 자본과 업무 제휴를 맺고 스마트폰용 게임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닌텐도가 모바일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닌텐도는 그동안 다른 플랫폼으로 자사 게임을 선보인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닌텐도의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 선언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장 상황에 대한 이 회사의 고민을 엿보게 한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으로 더 이상 휴대용 게임기의 매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가정용 게임시장 규모는 4000억엔대로 축소된 반면,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7000억엔대를 웃돌고 있다.
닌텐도의 모바일게임 진출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주식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닌텐도의 주가는 18일 21.31%나 급등했다. 디엔에이 주가도 21%나 올랐다. 반면 국내 모바일게임주는 같은 날 예상치 못했던 악재를 만나면서 줄줄이 하향세를 보였다. 일부에선 닌텐도의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로 국내 캐주얼게임 업체들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닌텐도의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이 어떤 반향을 이끌어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닌텐도가 모바일게임 시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닌텐도는 그동안 패키지 판매로 돈을 벌어왔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아이템 판매 등 부분 유료화가 대세다. 닌텐도가 새롭게 진출하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매출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게임성은 해치지 않으면서 이익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일본 회사의 특성상 대표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을 개발해 해외에 출시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유통이 아닌 현지화 과정의 어려움을 뜻하는 것으로 일부에서는 모바일게임용 신작이 개발됐다 하더라도 국내 시장에 나오려면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닌텐도는 지난 1889년 교토에서 화투를 만드는 회사로 출발해 완구 제조를 거쳐 세계적인 게임 강자로 도약했다. 대표적인 게임 캐릭터로는 ‘슈퍼마리오’가 있다. 디엔에이는 지난 1999년 창업 이후 다양한 인터넷 관련 사업을 전개해오다 지난 2004년부터 모바일 인터넷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더팩트 | 최승진 기자 shai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