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만큼 똑똑한 스마트폰 시대가 활짝 열렸다.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세상의 중심은 게임이다.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의 성장 사업군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는 지하철 풍경은 모바일게임의 위상을 보여준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올해 새로운 도전을 맞는다. 밖에선 해외 업체들의 공세가 한층 거세지고 안에선 재도약을 위한 총력전이 펼쳐진다. 2015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매너리즘 빠진 업계 향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와
게임 마니아 박모(34)씨의 휴대전화(스마트폰)에는 외산 모바일게임이 수두룩하다. 그 흔한 국산 모바일게임이 하나도 없다. 이유를 물어보니 “국산 모바일게임은 피곤하다”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박 씨가 요즘 즐기고 있는 모바일게임은 일본산 게임 ‘드래곤퀘스트8’이다. 그는 이 게임을 가리켜 “돈을 계속 쓰면서 남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니 재미있다”고 말했다.
모바일게임 대세론 속에 외산 모바일게임이 안방시장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13일 국내 구글 플레이 게임 최고 매출 순위 10위권을 살펴보니 핀란드산 모바일게임 ‘클래시오브클랜’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위권을 보면 외산 모바일게임의 공세가 얼마가 거센지 알 수 있다. 20위권 가운데 전체의 60%를 외산 모바일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이 중 ‘도탑전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위권을 넘나들던 외산 모바일게임의 기대주다.
요즘 눈에 띄는 현상은 외산 모바일게임을 즐기기 위해 외국 오픈마켓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박 씨의 경우 모바일 가상사설망(VPN)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 오픈마켓으로 우회 접속하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국내 오픈마켓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외국 오픈마켓으로 접속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드래곤퀘스트8’도 이런 경로로 내려받았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묻자 그는 “국산 모바일게임은 카카오에서 경쟁만 부추긴다”며 “나보다 늦게 게임을 시작한 친구가 현질(현금결제)로 더 높은 랭킹에 올라선 모습을 보면 맥이 빠진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냐는 질문에는 “현질에 지친 주변의 친구들은 죄다 이렇게 즐기고 있다”고 했다. 그가 사용했던 VPN 프로그램의 다운로드 수를 보니 100만을 기록했다. 이 중 1%의 사용자가 외산 모바일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가정하면 그 수가 1만 명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질에 지친 모바일게임 망명자 사례가 의외성을 지녔다면 국내 게임 시장에서 날로 거세지고 있는 외산 모바일게임의 공세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여기에 국내 게임업체들도 자체 개발보다는 점차 수입을 선호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그야말로 외산 모바일게임의 안방시장 공략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이들 국내 업체가 외산 모바일게임 수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직접 개발하는 것 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1억~3억 원 정도면 사올 수 있었다. 빅히트작의 경우 약 10억 원대에 거래됐다. 반면 직접 개발하면 약 20억~30억 원의 비용이 든다. 여기에 모바일게임 사업을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는 것이 아닌 단타로 여기는 전략은 외산 모바일게임 수입을 부추기는 주된 요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외산 모바일게임들의 발걸음도 날로 바빠지고 있다. 예전과 달리 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데다, 대규모 마케팅을 앞세워 국내 업체를 기죽게 만들기도 일쑤다. ‘클래시오브클랜’과 ‘도탑전기’는 대표적인 예다. 이 중 ‘클래시오브클랜’은 시쳇말로 요즘 가장 ‘핫’한 외산 모바일게임이다.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등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닿는 곳에서는 이 게임의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13일 오후 서울 삼성역에서는 가장 많은 수인 6개의 스크린도어에 ‘클래시오브클랜’ 광고가 붙어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들 게임이 앞으로도 1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산 모바일게임의 한국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게임 강국인 한국에서 통해야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신작 모바일게임 ‘캔디크러쉬소다’를 준비 중인 외산 모바일게임 업체 ‘킹’은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네트워크와 기기를 사용하는 한국 시장은 모바일게임에 있어 매우 매력적인 곳”이라고 밝혔다.
급변하는 모바일게임 시장 상황에 한 국내 중소 게임 개발사 사장은 “우리 (게임) 업체들이 자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게임 강국 이미지에만 빠져 자만하지 말고 콘텐츠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를 포함해 아시아 모바일게임은 이용자들이 돈을 계속 쓰도록 하기 위해 랜덤 (아이템) 박스 비즈니스에 의존하지만 유럽과 북미의 모바일게임의 경우 콘텐츠 자체의 재미를 해친다는 이유로 이를 지양하고 있다”는 말에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모바일게임 시장이 나아가야 할 길을 깨닫게 했다.
[더팩트 | 최승진 기자 shai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