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가연 기자] 영화 속 노출에 대한 관심과 그로 인한 부담은 어쩌면 온전히 여배우의 몫이다. 여배우들의 화끈하고 과감한 장면은 많은 관객을 움찔하게 한다. 하지만 최근 그 관심이 남자 배우에게 옮겨왔다. 지난 5월 개봉한 '인간중독'의 송승헌을 시작으로 지난 2일 개봉한 '마담 뺑덕'에선 정우성이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전라 노출을 시도하며 변신을 꾀했다.
시사 전부터 영화의 노출 수위에 대해 관심이 많았지만, 뚜껑을 연 '마담 뺑덕'은 정우성의 섹시하고 농익은 매력을 200% 반영한 영화였다. 순간의 욕정과 욕망으로 한 남성이 얼마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을 정우성은 온몸으로 표현했다. 언론 시사회 후 바로 정우성을 만났다. 정우성은 오랜 인터뷰 때문인지 다소 피곤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마담 뺑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정우성은 순간 심학규로 분한다.
심학규는 파격적이고 과감하다. 멈칫했을 법도 한 데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며 정우성은 그를 선택한 이유를 털어놓는다. "캐릭터의 본질이 우선이었어요.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했는데?) 고민했던 것은 학규의 마음이었어요. 그의 초라함을 제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가였죠. 그런 학규 캐릭터를 전달하는 것 외에는 신경쓰고 싶지 않았어요. 욕망으로,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학규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노력한 만큼 캐릭터를 표현한 것 같다는 정우성에겐 두 가지 어려운 점이 있었다. 바로 전라 노출과 맹인 연기다. 함께 호흡을 맞춘 이솜(덕이 역)과 파격적인 정사 장면을 소화한 정우성은 영화 속 정사 장면에 관한 남다른 느낌을 표현한다.
"제가 생각하기에 남성 관객과 여성 관객이 보고 싶은 정사 장면이 다른 것 같아요. '마담 뺑덕'은 여성 관객이 보고 싶은 정사 장면에 가깝다고 할까요? 살을 섞는다는 원초적인 것보다 주인공들의 감정이 중요했어요. 사실 관계 자체가 아름답지는 않죠. (어떤 의미인지?) 어쩌면 '마담 뺑덕'은 치정 멜로극이지만, 무언가 윤리의식을 심어주는 작품인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큰일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죠."(웃음)
"연기가 어렵다기보다는 눈에 피로감이 쌓였어요. 시력을 잃어가는 과정의 세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오히려 제가 영화를 보면서 놀랐어요. 특히 마지막 남은 남자의 욕구를 세정(덕이, 이솜 분)을 통해 분출하는 장면이 특히 그랬죠. 치열하게 몰입했었다는 생각이 든게 동공의 위치가 평소와는 완전 달라요. 시각장애인 분들이 시력을 잃어갈 때의 순간을 사실적으로 잡아가려고 계속 노력한 것 같아요."
"덕이는 8년 전과 8년 후를 완벽하게 다르게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였어요. 감정의 기복이 커서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였죠. 무엇보다 과감한 연기(노출)도 필요하잖아요. 또 신인 여배우라면 캐릭터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보다는 개인 이미지나 스크린에 어떻게 담길까를 걱정하기 마련인데 이솜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자기 자신에 대한 걱정이 생길 수도 있었는데 잘 소화해서 앞으로 잘 할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해요."
영화 속 심학규의 사랑은 말리고 싶을 만큼 위험하지만 심학규의 열정과 욕망에는 브레이크가 있다. 자신이 가진 사회적 경제적 위치에 절대 반하지 않는다. 정우성은 심학규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내놓는다.
"어릴 때는 위험한 사랑의 후유증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었죠. 그보다는 사실 감정에 끌리는 대로 행동했던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달라진 것 같아요. 제 나이부터는 아무래도 사랑에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나름 자유롭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나이 마흔을 넘어가면서 바뀐 것 같아요.(웃음) 영화를 촬영하면서 경각심도 생겼고요. (어떤 경각심인지?) 욕망만 쫓는 위험한 사랑이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마담 뺑덕'이라니까요.(웃음)"
"다음 작품은 벌써 정했어요. 아마 영화가 될 것 같은데 아직 시나리오 완성본이 나오지 않아서 정확히 어떤 영화라고 말씀 드리기가 애매하네요.(웃음) 상반기에는 '신의 한 수'로, 하반기에는 '마담 뺑덕'으로 또 다른 영화로 바쁘게 보낸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