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얼마 전 가장 인기 있는 영화 ‘명량’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팝콘과 탄산음료를 마시며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상영 시간보다 이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맛있게 팝콘을 먹으며 탄산음료를 마시던 중 화면의 끔찍한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폐해를 알리는 광고로 이미지도 내용도 끔찍했다. 그런데 문득 상영관에 들어오기 전 보았던 맥주 광고가 떠올랐다.
아이러니다.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 치자면 술 역시 담배에 뒤지지 않는다. 현재 TV 주류 광고는 청소년들이 잠든(?) 시간인 오후 11시부터 가능하다. 그러나 극장 로비 영화 예고편이 반복되는 화면에선 낮이고 밤이고 맥주 광고를 볼 수 있다. 거기다 청소년들이 좋아할 이 광고 속 인기 연예인은 참 시원하게도 술을 마셔댄다.
술을 많이 팔아야 이익을 내는 것이 주류회사다. 국내 주류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마케팅에 열을 내기 일쑤다. 11일 롯데주류도 마케팅의 하나로 홍대 한 포차에서 '소맥 제조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유튜브를 통해 인기를 얻은 이른바 소맥 아줌마를 섭외해 소맥 제조를 시연하고 이를 알리는 아카데미를 연 것이다. 놀랍기 그지없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롯데주류의 발상 전환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대단하다.
술이라는 것엔 분명 문제가 있다. 술의 가장 큰 문제는 ‘이성의 마비’와 함께 건강을 해친다는 점이다. 건강이야 본인의 몸이니 가타부타 뭐라 할 수 없다. 진짜 문제는 술을 마시고 취해 이성이 마비돼 ‘개(?)’가된 사람이 살인이나 강간, 폭행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지금껏 하루에 담배를 두 갑 이상 피운 후 이성을 잃어 살인이나 강간, 폭행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간접흡연 혹은 담배 연기로 이웃 간 갈등이나 노상에서의 말다툼 중 격해져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들어보았다.(물론, 너무 화가 나 살인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술은 다르다. 단적인 사례를 보자. 지난달 27일 오전 6시께 피의자 장모(23) 씨는 울산시 남구 삼산동의 한 대형쇼핑몰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A(18)양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당시 피의자는 만취 상태였다.
이 사건은 술이 가진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 중 하나다. 술과 관련된 끔찍한 사건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많다. 주류회사는 술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주류회사가 ‘소맥’이라는 폭탄주 제조법까지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꼴이라니….
공자는 ‘과유불급(過猶不及)’ 이라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말로 지나침은 부족함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분명 폭탄주 제조법 등을 알린 롯데주류의 마케팅은 과유불급이며 주취폭력을 부추길 수 있다. 비단 롯데주류가 아니더라도 주류회사는 마케팅에 앞서 이 같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건팀 cuba2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