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너포위' 박정민, 채찍질로 성장한 '진국' 배우

박정민은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지국 역을 맡아 안정된 코믹 연기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 김슬기 기자

[더팩트ㅣ이건희 기자] 지난달 17일 종영한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이하 너포위)'에서 유독 눈에 띄는 배우가 있다. 진지한 스토리를 코미디로 전환하는 강남경찰서 신입 형사 지국 역의 박정민(27)이 그 주인공이다.

박정민은 '너포위'에서 이응도 반장 역의 성지루, 차태호 형사과장을 연기한 임원희와 함께 웃음을 담당했다. 차승원 이승기 중심으로 드라마는 흘러갔지만, 박정민은 동료 형사 박태일을 연기한 안재현과 함께 '남남 케미'를 자랑하며 나오는 장면마다 시선을 사로잡았다.

안방극장에서는 낯선 얼굴일지 몰라도 이미 '파수꾼' '전설의 주먹' '피끓는 청춘' 등 영화와 다양한 연극 무대에서 쌓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연기 덕분이었지만,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더팩트>가 그 사연을 들으니 그는 지국이 아닌 '진국'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보여준 연기에 대해 만족하지 못했다. / 김슬기 기자

◆ "우는 연기 못해, 발가벗겨진 느낌"

시청자들에게 지국 캐릭터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박정민 역시 첫 드라마 출연작에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그는 '너포위' 속 자신의 연기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쉽게 만족하지 않는 배우 박정민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 '너포위'를 끝낸 소감은?

"처음부터 지국이 쉬운 역은 아니었어요. 특히 실제 저와 지국은 비슷한 부분이 거의 없어서 더 어려웠죠. 그래도 제작진과 좋은 동료들 만나서 잘 끝낸 것 같아요. 사람들을 만나는 게 가장 큰 수확이죠."

- 결과는 만족하나?

"전혀 그렇지 않아요. 좋게 봐 주신 분도 있는데 처음부터 캐릭터를 잘못 잡고 들어갔어요. 극 중 지국은 부여라는 곳에서 나름 잘 나갔고 공부도 잘해 서울에서 공무원이 된 인물인데 제 스스로 너무 어리바리하고 여린 인물로 설정했어요. 은대구(이승기 분)를 부를 때 "대구 대구"라고 부르는 거나 걸음걸이 등이 바보 같고 너무 짜 만든 티가 나도록 어설펐죠. 스스로 가장 아쉬운 부분이에요."

박정민은 옥상에서 범인을 체포하는 장면을 가장 만족하지 못하는 장면으로 꼽았다. /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 방송 캡처

- 특히 연기하면서 아쉬운 장면이 있었나?

"옥상에서 인질로 잡혔을 때죠. 그 장면을 찍고 나서 '드라마하길 잘했다'는 생각과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을 동시에 했어요. 스태프들고 동료 배우들이 모두 '지국이 너무 못했다'고 평가했으니까 말 다했죠. 범인을 체포하고 울었어야 했는데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울지 못했어요. 울 때까지 제작진과 동료들이 세 네 시간 정도 기다리는데 모든 게 들통 난 거죠."

- 뭐가 들통 난 건가?

"짧은 연기 생활 동안 어디 가서 '연기 못 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어요. 그런데 꽁꽁 감춰 온 약점이 들킨 느낌이었어요. 발가벗겨진 것 같았죠. 기분은 안 좋은데 사실 진짜 홀가분했죠. '나 되게 연기 못하는 사람이에요'라는 걸 드러낸 것 같아 부담이 사라졌어요."

- 그 이후로는 만족스러웠나?

"사실 처음부터 코미디에 초점을 맞췄어요. 저와 성지루 임원희 선배 정도가 작품에 숨통을 트는 역이었죠. 그런데 조금 더 진지하게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을 느꼈죠. 특히 중반쯤 작가님이 네 신입 형사들의 성장을 어수선(고아라 분)과 지국의 입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고 얘기하신 걸 듣고 '지금까지 소위 '쌈마이'로 연기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뒤통수 제대로 얻어맞은 듯했죠. 그 이후에는 정말 진심을 다해 연기했어요."

박정민은 배우가 되기에 빠지는 외모인데 운이 좋았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 김슬기 기자

◆ "내 외모 빠져, 운 좋게 배우 됐다."

박정민은 연기가 화제가 되자 한참을 진지하게 얘기했다. 조금은 숨돌릴 틈이 필요해 잠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너포위'에 함께 출연한 다른 배우들에 대해 묻자 그의 얼굴에도 미소가 자리했다. 단 외모 얘기만 빼고.

- 박태일 역의 안재현과 케미가 화제였다. 어땠나?

"재현이나 저나 둘 다 신인이에요. 서로 많이 의지했죠. 재현이가 요즘 좀 '핫'하긴 한데 은근히 개그 본능이 있어요. 그래서 재밌을 것 같은 내용은 같이 짜기도 했죠."

- 극 중 박태일과 지국의 외모 비교가 심했는데?

"실제 외모는 학교 때 더 빠졌죠. 당시 주목받지 못하고 제가 동기 가운데 데뷔하고 영화 찍고 드라마에 나올 줄 아무도 몰랐을 거에요. 어떻게 운이 좋게 데뷔는 했는데 데뷔하고 나니 외모는 더 나빠졌어요. 그런데 '너포위' 때는 좀 심했어요. 차승원 선배에 이승기, 그리고 안재현까지. 어쩐지 성지루 선배가 촬영장에서 제 옆에만 서려고 하더라고요(웃음). 좀 아쉬운 건 제 키가 178cm인데 재현이 옆에 서니까 너무 작아 보였어요. 작가님도 절 좀 작게 보신 게 있어요."

박정민은 소속사 선배 황정민처럼 연기 못한다는 말 안듣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 김슬기 기자

◆ "연기 못한다는 소리 안 들을 때까지, 채찍질 계속"

운 좋게 데뷔했다지만, 그는 꾸준하게 좋은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너포위'를 통해 한층 더 발전했다. 그리고 그는 더욱 더 멋진 배우가 될 것을 다짐했다.

- 첫 드라마라 쉽지 않았을 텐데?

"캐릭터 분석부터 달랐어요.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갈지 몰라 더 어려웠어요. 선을 잘 타고 가야 했는데 같이 만들어가고 발전하는 느낌이 강해서 드라마의 매력을 많이 느꼈죠. 이 과정을 통해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더 성장할 수 있었어요."

- 배우 박정민에게 '너포위'란 어떤 작품인가?

"데뷔한지 3년 됐는데 그 짧은 시간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어요. 이 작품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자기복제를 계속했을 거예요. 기존 박정민과 달리 어떤 것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죠. 그래도 한껏 거만해지는 성격이라 당분간은 일부러 제 가슴을 더 채찍질 할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해요."

- 더 나은 배우가 될 것 같나?

"같은 소속사 식구이기도 한 황정민 선배 인터뷰를 봤어요. '어디 가도 황정민 연기 못한다는 사람 없으니 편하게 해도 될지 않을까 생각했었다'는 내용이 감명 깊었죠. 그런데 아직 전 그런 단계 아니니까 어느 누구에게도 박정민이 연기 못한다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같은 소속사에 이름도 같은 '정민'이다. 황정민처럼 박정민에게도 '연기 못 한다'는 수식어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역시 황정민처럼 매 작품마다 그 맛을 살리는 '진국 배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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