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한나 기자] 배우 김강우(36)는 진중하다. 최근 종영한 KBS2 '골든크로스'속 강도윤과 형제처럼 닮았다. 하지만 닮은 캐릭터라도 연기는 쉽지 않았다.
일단 거대 권력에 휘둘려 억울하게 가족을 잃고 결국엔 복수까지 이루는 강도윤의 끈기를 표현하는 것은 배우 김강우에게 촬영 내내 내려진 숙제와 같았다.
그래서일까.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김강우는 "차기작에서는 앉아서 지시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 "머리에 쥐날 정도의 대사량, 글씨 읽기 싫어요!"
일단 '골드크로스'는 김강우에게 '생고생'으로 정리되는 작품이다. 감정신도 많았고 치고 박는 액션신에 대사량도 엄청났다. 몸 좋기로 소문난 김강우도 이번 드라마는 '링거 투혼'을 할 정도로 힘들었다. 그만큼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기도 하다.
"정보석 선배와 치고박는 마지막 회 장면은 정말 힘들었어요. 그 폐교에 또 갈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허허. 그 곳에서 생매장 당하는 장면을 찍은 후 '내 인생에 여길 또 올일은 없겠지'했는데 말이죠. '골든크로스' 촬영하면서 고생한 것은 맞는데 그래도 전 링거액까지 맞아가며 호사를 누린 편이죠. 스태프나 배우들이나 하나같이 고생할 걸 예상하고 들어간 작품이잖아요. 혹사 당한 것처럼 그려지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프라이드를 가지고 한 작품이니까요."
"대신 대사량은 정말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많았어요. 괄호치고 '부들부들 떨며'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며' 등의 지문도 많았고요. 요즘엔 덕분에 글씨 읽는게 싫어요. 항상 신문이라도 봐야 하는 스타일인데 아예 보기 싫더라고요. 이제 차기작도 봐야 하는데 두 장 읽으면 잠들어 버리던 걸요."
이렇게나 힘들 걸 예상했으면서도 출연을 결정한 이유가 궁금했다. 돌아온 대답은 '자신있었다'로 간결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믿었던 자만은 아녔다.
"'골든크로스'는 연기로 승부를 봐야 하는 드라마라고 생각했어요. 그러고 나서 출연진 면면을 보니 자신이 있더라고요. 영화 판에서 잔뼈가 굵은 분들이 작은 역할에도 다 와줬더라고요. 힘들긴 힘들어도 촬영하고 나면 개인적으로도 남는 게 있겠더라고요.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의의도 있었거요. 요즘 드라마는 개인과 소수 집단의 행복만을 그리는 것이 많은데 이 작품은 요즘에 많이 없는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잖아요.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응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청률도 잘 나와서 놀랐던거고요."
◆ "다음엔 로코하고 싶어요"
그랬다. '골든크로스'는 5,7%라는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10.1%를 찍으면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같은 역전극을 쓴 주인공이지만 김강우는 덤덤하기만 했다.
"모니터링을 해보니 객관적으로 봐도 재밌고 다음 회가 궁금한 드라마였어요. 후배들이 연기를 잘해주기도 했고요. 대충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던걸요. 내 연기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래도 기억에는 많이 남네요."
그간 유독 작품운이 없던 배우. 이번 '골든크로스'의 호평 속에 기분이 붕 뜰 법도 하지만 차분하기만 하다.
"작품보는 눈이요? '골든크로스'는 작가가 좋았고 제가 운 좋게 들어간 것 뿐이죠. '골든크로스'가 대표작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나 하나 밟아 나가는 과정이니까요. 40대 중반 쯤 됐을 때 외부에서 평가를 해주겠죠. 흥행이 안됐다고 해서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으니까요. 그래서 다음 작품에 고민이 많아요. 로맨틱코미디를 별로 안 했었으니깐 하고 싶기도 하고요. 놀면서 할 수 있고 심각하지 않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으니 예상하지 못한 말이 불쑥 나온다.
"'골든크로스'에서 뭔가 힘들고 고난을 이겨내고 치열한 면이 많이 부각됐죠. 원래 저는 안 그래요. 이제는 좀 반대의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어떤 캐릭터를 맡게 될지 모르니까 신문도 여러 개를 보고 항상 저를 가운데에 놓으려고 노력해요. 복근도 그래서 또래 남자들 보다 조금 배 안 나온 정도로만 관리한단 말이에요. 잘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