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다원 기자] 8년 만에 공동배분된 월드컵 중계권이라 지상파 3사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다. 과거 스타 플레이어들을 해설위원으로 줄줄이 데려오는가 하면 메인 캐스터 역시 대부분 스타 아나운서로 배치해 축구 팬의 마음을 홀렸다. 그러나 SBS는 오랜만에 불붙은 시청률 싸움에서 종전과 달라지지 않은 식상한 콘셉트로 '죽 쒀서 남주는' 꼴을 당하고 말았다.
SBS는 8년간 월드컵 중계를 독점하며 축구 중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뒀다. 차범근 차두리 배성재 등을 내세워 관록 있는 중계를 강조했지만 경쟁사 중계진과 차별화된 전략이 부재해 '지루하다' '평범하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여기에 차두리가 감탄사가 대부분인 존재감 없는 해설로 시청자에게 외면받았고 국내 방송위원으로 박지성을 내세웠지만 큰 활약을 펼치지 못해 쓰라린 시청률 성적표를 완성하고 말았다.
대한민국 경기는 물론, 대다수 경기 중계에서 시청률 우위를 점한 건 KBS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뛰었던 알제리전(10.1%, 이하 전국기준) 러시아전(16.6%) 벨기에전(16.9%) 모두 KBS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 14일 열린 결승전 독일 대 아르헨티나 경기 역시 7.3%의 시청률로 가뿐히 경쟁사를 눌렀다. 이뿐만 아니라 황당 스코어로 큰 화제가 됐던 브라질 대 독일(4.8%) 아르헨티나 대 네덜란드(7.6%) 등 준결승 경기도 모두 KBS가 선점했다.
KBS의 이런 선전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 앞서 노조 파업이라는 큰 장애가 있었음에도 일궈낸 성적이라 눈길을 끈다. 비교적 조용하게 월드컵을 맞았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시청률 상승에 도화선을 지폈다. 여기엔 해설위원으로 나선 이영표의 정확한 분석과 날카로운 예측이 견인차 구실을 했다.
이영표는 그동안의 분석자료를 치밀하게 검토해 전문적인 단어 구사력과 편안한 진행으로 축구 팬의 성원을 이끌어냈다. 특히 경기 스코어나 선수 기용에 대한 예측을 여러 번 맞추며 '문어영표' '표스트라무스' 등 재밌는 별명들을 낳아 그 인기를 입증했다.
MBC도 안정환 송종국 김성주 3톱 체제를 구축하며 오랜만에 뛰어든 중계전쟁에서 고군분투했다. 특히 안정환 해설위원은 독특한 화법과 '버럭' 해설, 귀가 즐거워지는 유행어들로 '월드컵이 발견한 보석'이라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나도 독특한 탓이었을까. 시청자 사이에는 호불호가 갈렸고, 결정적 경기에서 KBS에 1위를 내주고 말았다.
이처럼 KBS가 월드컵 중계의 승자로 당당히 올라섰지만 대한민국의 16강 진출 실패로 시청률이 급감해 마음은 편치 않은 상황이다. 또한 몇백 억원을 쏟아부었던 MBC SBS 역시 '본전'을 찾지 못하고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16강 진출 실패로 각 방송사가 쏟아부었던 예산의 절반조차 회수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조만간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방송사들의 반쪽짜리 월계관을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