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잠실구장 = 이준석 인턴기자]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는 필연적으로 엮일 수밖에 없다. 서울을 연고지로 사용하고 있으며 구장도 함께 나눠쓰고 있다. 두 팀이 대결할 땐 더욱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나오기도 한다. 팬들도 이런 뜨거운 구도에 즐거워한다.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은 '잠실 라이벌'이다.
올 시즌엔 한 가지 닮은 점이 더 생겼다. 바로 새로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는 것이다. 신호탄은 두산이 쐈다. 지난해 11월 27일 김진욱(54) 전 감독을 경질하고 송일수(64) 2군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두산은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나고 공격적인 야구를 한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송 감독을 선임한 이유를 설명했다. LG는 올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감독을 바꿨다. 지난 5월 11일 자진해서 사퇴한 김기태(45) 감독의 뒤를 양상문(53) 전 MBC 스포츠플러스 야구 해설 위원에게 맡겼다.
하지만 올 시즌 두 팀은 뚜렷한 감독 교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성적이 떨어졌다. 팬들은 두 감독에게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더팩트>는 10일 두 팀이 대결한 잠실구장을 찾은 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영원한 LG 팬"이라고 밝힌 서정덕(29) 씨는 "양상문 감독이 부임하고서부터 LG가 상당히 안정적인 팀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서 씨는 "특히 선발과 불펜의 조화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양 감독이 투수 교체 타이밍을 잡는데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하지만 서 씨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양 감독에게도 부족하다는 것이 있다는 의미였다. 그는 "양 감독에게 아쉬운 점은 과감한 면을 보이지 못한다는 점"이라면서 "승부수를 던져야 할 상황에서 너무 움츠러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서 씨는 송일수 감독에 대해선 "두산 특유의 색깔을 이어 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유의 달리는 야구가 사라진 것이 참 아쉽다. 잠실 라이벌이긴 하지만 두산의 고유한 색깔이 없어져 아쉬운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 팬 김명준(24) 씨는 "양상문 감독은 선수단 장악에 성공한 것 같다"면서 "LG라는 팀을 시즌 중에 맡았는데도 불구하고 선수단의 동요를 막은 것은 분명히 훌륭한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송일수 감독의 지도력에 대해선 "솔직히 실망스러운 느낌"이라면서 "지키려는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경기에서 지더라도 화끈한 경기를 보고 싶은 것이 팬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라고 아쉬워했다.
이날 <더팩트>와 만난 팬들은 두 감독을 향한 찬사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감독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그들의 이야기가 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애정을 품고 있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