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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축구회관(신문로) = 김광연 기자] 거센 여론에도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의 선택은 재신임이었다. 협회는 다시 한번 홍명보(45) 국가 대표팀 감독에게 기회를 줘 '2002 한일 월드컵 신화'의 토대가 된 제2의 '2000 시드니 올림픽 세대'를 태동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허정무(59)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선 국민의 희망이 되겠다고 떠났던 대표팀이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서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 비판을 달게 받으면서도 홍 감독 개인의 사퇴로 매듭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홍 감독을 계속 신뢰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예정된 결과다. 월드컵 이전부터 홍 감독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인 협회는 거센 여론에도 재신임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끌고 조별리그 H조에서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 만나 1무 2패(승점 1)에 그친 책임을 요구하지 않고 홍 감독의 가치를 좀 더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협회의 홍 감독 재신임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무엇보다 협회는 월드컵을 앞두고 홍 감독에게 1년이라는 짧은 기회를 준 것을 생각했다. 한국 축구 아이콘이었던 홍 감독의 가치도 바라봤다. 홍 감독 스스로 사퇴하려 했으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비롯해 협회가 강하게 만류했다. 미래를 고려했다. 허 부회장은 "홍 감독도 준비하는 기간이 비교적 짧았다. 모든 면에서 미흡한 점도 많았고 준비 상태도 흡족하지 못했다. 모든 자료를 검토하고 나타날 문제지만 경기력에 대해서도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준비 부족을 거론하면서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미래가 더 중요하겠다고 여겼다. 당장 불어닥칠 여론의 비판을 의식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드러냈다.
조 본프레레(68), 조광래(60) 등 전 대표팀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떠안기며 경질한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간 협회가 행한 잘못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허 부회장은 "지금까지 그랬다. 감독이 모든 책임을 떠안았다. 시간을 많이 허비했는데 지금 우선되는 것은 발전 방향을 먼저 모색하고 고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더 시간을 주며 미래를 떠올렸다. 지금까지 협회에서 보인 행보와 다른 생각이다. 홍 감독에게 지나친 특혜로 비출 수 있는 사안이지만 부족한 시간을 내세우며 앞으로 아시안컵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듬해 1월 호주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안컵이 당장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것도 협회의 큰 고민이다. 협회는 무엇보다 2009 이집트 20세 이하 월드컵과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빼어난 성적을 보인 홍 감독의 진가를 생각했다. 허 부회장은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 목표로 한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브라질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을 잘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월드컵 실패가 성공의 초석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홍 감독의 능력이 이번 월드컵에서 모두 발휘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월드컵 16강 실패 이후 거세게 몰아닥친 책임론 직후 여론도 점점 홍 감독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견이 앞섰다. 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반수 이상인 국민 52%가 홍 감독이 대표팀을 계속 맡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허 부회장은 "2000 시드니 올림픽 세대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월드컵에서 실패한 선수들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드니 올림픽 8강 탈락과 2000 아시안컵 4강 탈락 등 거듭된 실패에도 2년 뒤 한국 축구의 자양분으로 자라난 '황금 세대'의 또 다른 태동을 기대했다.
거센 책임론에 맞섰다. 침체한 한국 축구의 기틀을 마련하고 원인 점검을 우선하겠다는 게 협회의 태도다. 또 현재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미래 성공을 위한 토대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월드컵 실패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는 것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홍 감독 유임 카드를 꺼낸 협회의 초강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