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한 그릇에 세계가 빠졌다"…구미 도심 2km 대기 행렬 '장관'


갓 튀긴 라면 맛보려 인파 몰려…이틀간 5만 9000여 그릇 판매
13개국 요리사들의 라면 열전…멕시코 참가자 32시간 날아와 대상

7일 2026 구미라면축제가 열린 구미역 일원에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축제장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대형 라면 조형물과 화려한 축제 시설물이 설치된 원도심 거리가 방문객들로 북적이며 축제의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 /구미시

[더팩트 | 구미=정창구 기자] 경북 구미시 도심이 거대한 라면 식당으로 변했다. 구수한 라면 향이 거리를 채우고, 갓 튀긴 라면을 맛보려는 사람들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이어졌다. 저마다 손에 라면 한 그릇을 들고 맛을 즐기는 사람들, 이색 라면을 찾아 골목을 누비는 관광객들로 구미역 일대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주말인 7일 '2026 구미라면축제'가 열린 구미역과 원평동 원도심 일대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농심 '갓랜드'에는 공장에서 갓 튀겨낸 라면을 맛보려는 방문객들이 몰리면서 대기 행렬이 2km를 넘어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라면 한 그릇을 향한 기다림마저 축제의 특별한 풍경이 됐다.

주말 동안 ‘2026 구미라면축제가 열린 구미역 일원 원도심 거리가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고 있다. 방문객들이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다양한 라면 요리를 즐기며 축제의 열기를 더하고 있다. /구미시

라면은 더 이상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음식이 아니었다. 이날 구미시에서 라면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낯선 이들을 한자리에 앉히고, 국경을 넘어 서로의 문화를 나누는 축제의 주인공이었다.

축제의 열기는 판매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개막 이틀째인 7일까지 라면레스토랑에서 판매된 라면은 5만 9231그릇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 6149그릇보다 28.3% 증가했다. 매출액도 지난해 3억 4000만 원에서 올해 4억 7000만 원으로 38.2% 늘었다.

올해 축제에는 라면레스토랑 25곳과 라면트럭 8대 등 33개 음식점이 참여해 저마다 개성을 담은 라면 요리를 선보였다. 구미시에서 생산한 밀가루로 만든 '구미밀가리' 라면 20만 개도 축제의 특별한 먹거리로 등장했다. 지역 농산물과 라면 산업을 결합한 구미만의 새로운 시도다.

2026 구미라면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라면 5종 패키지가 담긴 투명 가방을 등에 메고 구미역에서 대경선 열차를 이용하기 위해 승강장으로 향하고 있다. 라면을 가득 담은 이색 가방이 축제의 즐거움과 열기를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구미시

이날 축제의 또 다른 주인공은 세계 각국에서 구미시를 찾아온 라면 요리사들이었다.

'2026 구미 글로벌 라면 챌린지' 본선 무대에는 세계 80개국 1263명의 온라인 예선 참가자 가운데 선발된 13개국 대표 13명이 올라 각국의 식문화와 개성을 담은 라면 요리로 실력을 겨뤘다.

멕시코에서 무려 32시간의 비행 끝에 구미에 도착한 헤수스는 '크리미 라거 치폴레 라면'으로 대상을 거머쥐었다. 한국의 라면에 멕시코 특유의 풍미를 더한 요리로 정상에 오른 것이다.

나이지리아의 페이버는 '파이어 에구시 신라면'으로 최우수상을, 폴란드의 킹가는 '포레스트라면'으로 우수상을 차지했다. 미국의 린지는 '클래식 아메리카 블랙퍼스트라면'으로 장려상을, 키르기스스탄의 알리나는 '소고기 김치 치즈 신라면 만티'로 인기상을 받았다.

구미라면축제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축제장에서 라면을 맛보며 손가락으로 브이(V)와 엄지척을 표시하는 등 환한 웃음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구미시

나라와 언어는 달랐지만 라면을 향한 열정만큼은 하나였다. 한국의 평범한 한 끼 음식이 세계 각국의 식재료와 조리법을 만나 전혀 새로운 요리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구미의 라면축제가 세계인의 입맛과 문화를 잇는 무대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라면축제의 즐거움은 도심을 넘어 금오산으로도 이어졌다.

금오산 잔디광장에서 열린 '브레드이발소와 함께하는 금오산 키즈 페스티벌'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어린이들은 인기 캐릭터와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모래놀이와 페이스페인팅, 컵케이크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축제의 재미를 더했다.

구미역 후면 광장과 키친스튜디오 등에서도 공연과 체험 행사가 이어지면서 원도심 전체가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 거리로 가득 찼다.

구미시는 올해 대형 주무대 규모를 줄이는 대신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라면을 즐길 수 있도록 취식 공간을 확대했다. QR 주문과 카카오톡 대기 알림 서비스를 도입하고 셔틀버스와 구미라면 팝업열차를 운영하는 등 교통·관광 연계에도 공을 들였다.

김장호 구미시장(가운데)이 7일 2026 구미라면축제가 열린 구미역 일원 라면 포토존에서 관광객들과 함께 대형 라면 봉지 모형을 들고 손가락 하트를 만들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구미시

특히 이번 축제는 구미시의 대표 산업인 라면 제조업과 지역 농업, 원도심 상권을 하나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라면이 관광상품으로 변신하고, 라면 한 그릇을 맛보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이 구미의 골목과 상가를 찾는 새로운 지역경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라면축제는 라면을 통해 구미의 산업과 농업, 지역 음식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축제"라며 "마지막 날까지 방문객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안전과 편의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개막한 구미라면축제는 8일까지 이어진다. 라면 한 그릇에서 시작된 축제가 구미의 산업과 관광, 세계의 식문화를 연결하며 원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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