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첫 정례회 '혹독한 성적표'…도정 전반 질타 봇물


여야 가리지 않고 재정·예산·조직개편 질타…농민단체장 등 4명 삭발
본회의장 집단 퇴장·도청 앞 집회…추미애 도정 '사면초가'

추미애 경기도지사(왼쪽)와 최민 경기도의원(오른쪽). /이승호 기자

[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추미애 경기도지사 취임 127일, 첫 정례회에서 도정 전반에 대한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재정위기 진단과 대응, 예산 편성 적정성부터 인사·조직개편, 농정, 미래산업, 사회연대경제, 장애인 돌봄까지 주요 정책과 사업이 줄줄이 도마에 올랐다.

도의회 국민의힘 방성환 대표의원(성남5)은 4일 제395회 정례회 첫 도정질의자로 나서 추 지사의 도정 운영 전반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방 대표는 추 지사가 과거 재정 상황을 '고름덩어리'에 빗댄 발언을 거론하며 "누가 어떻게 도에 고름을 채워 7조 5000억 원이라는 재정위기를 가져왔느냐"고 추궁했다.

민선7·8기 기금 사용과 지방채 발행 등 재정 악화의 책임 소재를 따져 물은 것인데, 추 지사와 같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야유와 고성이 터져나왔다.

추 지사가 발언의 맥락을 설명하려 하자 방 대표는 "'누가'에 대해서만 대답하라"고 재촉했다. 전임 지사들의 사진과 이름이 본회의장 스크린에 등장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기까지 했다. 도정질의가 시작된 지 5분여 만이었다.

방 대표는 추 지사의 이른바 '소방 재정 빨대' 발언도 소환해 "소방관을 폄하한 데다 사과도 늦었고 진정성도 부족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추 지사는 "소방관을 폄하할 의도는 없었다"며 "소방 인건비 부담으로 민생·복지 예산 편성이 어려운 현실을 호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추 지사가 재정위기를 '사실상 부도'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도 방 대표는 "도민 불안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방 대표가 예산 삭감을 '난도질'이라고 비판하자 추 지사는 "예산이 있는데 쌓아놓고 자르는 것을 난도질이라고 하겠지만, 예산이 안 보인다"고 맞받았다.

추 지사는 "이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 정치 선동이다. 함께 책임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일 경기도의회 제395회 정례회 도정질의 첫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질의에 나선 국민의힘 방성환 대표의원과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승호 기자

추 지사와 같은 정단인 민주당의 최민 의원(광명2)도 "기존 30개 실국·151개 과를 25개 실국·141개 과로 줄이는 조직개편을 내년 1월 1일 시행하면서 내년도 예산안은 현행 조직 기준으로 심의해달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조직개편 이후 예산 이체가 불가피해 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취지다.

최 의원은 "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존중한다면 조직개편과 예산 심의 일정을 맞춰 수정예산안을 제출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도가 조직개편을 닷새 동안 입법예고 한 점도 "조례상 20일인 입법예고 기간을 단축했다. 규정대로 입법예고했다면 접수된 의견이 500건이 아니라 수천 건이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최 의원은 지방교부세 산정 구조를 분석하고 정부와 적극적으로 교섭해 지방재정 문제를 풀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노동·사회적경제와 노동안전·산재 예방, 전통시장 상인 매니저 사업 등 민생 관련 예산이 삭감되거나 전액 미편성된 점을 언급하며 "모든 사업을 0으로 만들어 놓고 백지에서 논의할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 가운데 줄일 수 있는 부분과 늘려야 할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회의에 앞서는 농정 예산 삭감과 조직 통합·축소에 따른 반발로 삭발식이 이어졌다.

서광범 농정해양위원장(국민의힘, 여주1)은 이날 농민단체장 3명과 함께 삭발한 뒤 휠체어를 타고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추 지사를 향해 농정 예산 복원을 촉구했다.

서 위원장은 "사람 머리카락 수가 한 10만 개 정도 된다고 한다. 좀 전에 삭발한 농민단체 단체장 세 분과 합치면 도내 농업인 수"라며 "추 지사는 농업을 버리지 말라. 도지사가 지켜야 할 것은 정치적 미래가 아니라 도민의 삶과 농민의 생존"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올해 1조 916억 원이던 농정 예산이 내년 본예산 2차 조정안에서 7614억 원으로 30.3%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5분 자유발언에서도 각 분야별 추 지사를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

오남석 의원(국민의힘·비례)도 5분 자유발언에서 '말은 미래, 예산은 후퇴. 지사님, 어느 것이 진실입니까'를 주제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지원 예산의 축소·미반영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오 의원은 "스타트업 서밋과 벤처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글로벌 성장 지원, 해외 진출·수출기업·전시회 지원 사업 등이 삭감되거나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추 지사의) 팹리스 기업 200개 육성 공약과 관련한 전주기 지원 사업도 빠졌고, 피지컬 인공지능(AI) 확산센터 예산은 올해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로봇산업 육성 지원도 사실상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이기대 의원(민주당, 고양9)은 사회혁신경제국 폐지와 해당 예산 삭감을 비판하며 "사회혁신경제국 예산이 올해 567억 원에서 내년 247억 원으로 줄고, 사업 수도 51개에서 31개로 감소했다"며 조직 유지와 예산 복원을 촉구했다.

우현욱 의원(민주당, 용인10)은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 사업의 예산 감액을 지적하면서 "부모의 삶은 끝나더라도, 우리 아이들의 삶은 계속돼야 한다"고 맞춤형 돌봄과 가족 돌봄 예산 유지를 호소했다.

앞서 3일 열린 5분 자유발언에서도 교통과 출산·보육 정책을 둘러싼 비판이 잇따랐다.

윤순옥 의원(국민의힘,양평1)은 "2027년 교통국 예산안에서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예산이 줄고 복지택시와 똑버스 지원 예산이 일몰될 예정"이라며 도농지역 교통 공백을 우려했다.

윤 의원은 "교통혁신을 하시겠다더니 정작 도민의 발을 묶고 계신 것은 아닙니까?"라고 따져 물으며 복지택시 지원 재개와 도비·국비 연계, 생활권 중심의 운행 대책을 요구했다.

최명진 의원(민주당, 김포1)도 산후조리비와 어린이집 지원 예산의 유지를 촉구했다

최 의원은 "지난해 출생아 수가 7만 7700여 명, 산후조리비 신청 건수가 7만 7500여 건에 이르렀고 출산율도 0.77명에서 0.84명으로 반등했다"며 기존 사업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정위기를 이유로 한 예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지만, 첫 정례회부터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도정 전반에 걸쳐 비판이 쏟아지면서 추 지사의 정책 우선순위와 재정 운용 기준이 시험대에 올랐다.

또 2일 출범한 여야정협치위원회도 도정 현안을 둘러싼 충돌로 출범 이틀 만에 삐걱거렸다.

도청 밖에서는 장애인단체와 소상공인단체가 예산 삭감과 조직 통폐합에 반발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으며, 소상공인 단체장 4명이 삭발하기도 했다.

경기도의회 서광범 농정해양위원장이 4일 경기도 농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추미애 도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한 뒤 발언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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