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합천=이경구 기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을 전통 방식으로 다시 새기는 장기 불사가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시작됐다.
800여 년 전 국난 극복과 나라의 안녕을 기원했던 선조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세계 평화와 인류의 안녕을 기원하는 새로운 대장경 판각의 대장정이다.
경남도는 29일 합천 해인사 법계탑 마당에서 열린 '해인사 대장경 판각 고불식'에 박완수 도지사가 참석해 사업의 시작을 축하하고 전통 판각기술 계승에 뜻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이번 고불식은 팔만대장경 경판 8만1352장을 전통 방식으로 다시 새기는 사업의 출발을 알리는 의식이다. 50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장기 불사의 첫걸음으로, 대장경에 담긴 역사적 가치와 호국정신을 미래 세대에 전하고 전통 판각기술을 체계적으로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행사는 '다시 새기는 대장경, 인류를 향하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박완수 도지사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신성범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와 사부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반야심경 봉독과 헌화, 축사 등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장경판전을 순례하고 전통 판각 시연을 함께하며 대장경 판각사업의 원만한 추진을 기원했다.
박완수 도지사는 축사에서 "800년 전 대장경 판각은 외침을 물리치고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호국불교와 국민 통합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며 "오늘 다시 시작하는 판각은 세계 곳곳의 전쟁과 재난 등 지구와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려는 염원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남도에서도 뜻을 함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판각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힘을 보태겠다"며 "오랜 기간 이어질 판각사업이 평안하고 안전하게 마무리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팔만대장경은 고려시대 몽골의 침략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나라와 백성의 안녕을 기원하며 조성된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기록유산이다. 정교한 목판 제작기술과 뛰어난 인쇄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오늘날까지 선조들의 호국정신과 문화적 역량을 보여주는 소중한 유산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인사는 전통 판각기술의 계승을 위한 기반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2024년 대장경 판각학교를 설립해 전문인력 양성과 기술 교육을 추진했으며, 지금까지 스님과 재가자 등 670여 명이 교육을 받았다. 국가무형유산과 지방무형유산 각자장 등 10여 명의 전문 교수진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또 경판 제작에 필요한 산벚나무 약 300톤을 확보해 제재와 건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통 판각 교육과 경판 제작을 위한 '대장경 타운' 조성도 준비하고 있다.
이번 판각사업은 단순히 옛 경판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신을 계승하고 전통문화의 가치를 미래 세대에 전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해인사는 전통 판각기술을 체계적으로 전승하는 한편, 대장경에 담긴 평화와 상생의 의미를 세계에 전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hcmedia@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