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혁신도시도 기업도시도 원주…강원 균형발전, 또 정치 논리에 흔들리나

강원도 청사. /춘천=서백 기자

[더팩트 ㅣ 춘천=서백 기자] 강원도가 오는 27일까지 연구개발특구 본부 입지 선정을 위한 공모 서류를 접수하는 가운데 춘천시·원주시·강릉시 등 3개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까지 맞물리면서 강원도 균형발전 정책의 공정성과 형평성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경쟁을 단순히 어느 도시가 연구개발특구 본부를 차지하느냐의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그동안 강원도의 주요 국가정책 사업이 어느 지역에 집중됐고,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은 어디였는지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원주시다. 원주시는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과정에서 혁신도시를 유치한 데 이어 기업도시까지 품었다. 공공기관 이전과 기업 유치, 산업·주거 인프라 확충이라는 굵직한 성장 기반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다.

물론 원주시의 발전은 지역 사회의 노력과 경쟁력이 만들어낸 성과다. 그러나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라는 대형 국가정책 사업이 한 도시에 집중된 것이 강원도 전체의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원주혁신도시 모습. / 원주=서백 기자

당초 기업도시는 원주시에, 혁신도시는 도청 소재지인 춘천시에 분산 배치하는 방안이 더 합리적이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 남는다.

원주시의 산업 경쟁력과 춘천시의 행정 중심 기능을 연계했다면 강원도의 양대 성장축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다. 도청 소재지와 공공기관은 행정적 기능에서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정책 협의와 업무 조정, 인적 교류 등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행정의 중심인 춘천시에 공공기관을 배치하는 방안 역시 충분한 검토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원주시 집중이었다. 춘천시는 강원도의 수부도시이자 도청 소재지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성장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춘천시가 오랜 기간 인구 30만 명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이와 무관하다고만 볼 수 없다. 인구 정체의 원인을 공공기관 이전 문제 하나로 돌릴 수는 없지만 행정 중심 기능만으로는 도시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최근 춘천시 남산면 광판리 일원에 기업혁신파크 조성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미 조성된 원주 혁신도시·기업도시와는 차이가 있다. 사업 선정과 실제 기업 입주, 일자리 창출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엄연히 다른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마저 기존 혁신도시 중심으로 추진된다면 원주시 집중 현상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우상호 강원도지사는 14일 강원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춘천시·원주시·강릉시 등 빅3 도시 외 지역에도 공공기관이 분산 배치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균형발전은 단순히 인구가 적은 시군에 공공기관을 나눠주는 문제가 아니다.

기존 국가정책 사업의 수혜 정도와 지역별 성장 여건, 행정적 기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춘천시가 도청 소재지라는 행정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산업적 성장 기반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현실 역시 균형발전 정책에서 외면해서는 안 될 과제다.

여기에 내년 4월 7일 예정된 강릉시 국회의원 보궐선거라는 정치적 변수도 있다.

공공기관 이전과 대형 국책사업의 입지 결정이 선거 일정과 맞물리는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특혜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강릉시 역시 동해안권의 핵심 도시로서 정당한 발전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지만 선거를 앞둔 지역이라는 이유로 정책적 배려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

연구개발특구 본부 선정도 마찬가지다. 춘천시는 바이오산업과 대학·연구기관의 집적 역량을, 원주시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산업단지 기반을, 강릉시는 국가출연 연구기관과 동해안권 연구개발 거점이라는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특구 면적도 춘천 3.4㎢, 원주 5.5㎢, 강릉 2.8㎢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면적이 넓다고 본부 입지까지 최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강원도 전역을 총괄하는 본부인 만큼 교통 접근성과 연구 인력, 기업 집적도, 산업 연계성, 부지 확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미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를 품은 지역에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물론 연구개발특구 본부까지 집중된다면 기존의 지역 간 발전 격차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고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입지 여건을 무시한 채 특정 지역에 사업을 배분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균형발전은 정치적 나눠 먹기가 아니며, 효율성이라는 명분이 특정 지역에 대한 끝없는 집중을 정당화하는 면죄부도 아니다.

강원도는 이제 추상적인 균형발전 구호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 국가정책 사업의 지역별 수혜와 현재의 산업 기반, 미래 성장 가능성을 함께 평가하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 이전과 연구개발특구 본부 선정이 내년 강릉시 보궐선거를 비롯한 정치 일정에 영향을 받는다는 의혹을 사지 않도록 선정 과정과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원주시에 집중됐던 과거를 반복할 것인가. 춘천시의 인구 정체와 상대적 소외를 계속 외면할 것인가. 강릉시를 비롯한 다른 지역의 발전 요구를 객관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강원도의 미래를 결정할 국책사업이 특정 지역이나 정치인의 성과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 이전도, 연구개발특구 본부 선정도 선거용 선물이 아닌 강원도 전체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

kseo77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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