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황병직 경북 영주시장이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풍기인삼축제를 준비하고 운영한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전하다 두 차례나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시정 성과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공식적인 자리였지만 이날 가장 눈길을 끈 순간은 축제 뒤편에서 묵묵히 일한 직원들을 향한 황 시장의 진심 어린 감사였다.
황 시장은 14일 오후 영주시청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0일간의 시정 운영 성과와 주요 현안의 추진 상황, 앞으로의 시정 방향을 설명했다.
행정 혁신과 기업 투자 유치, 미래산업 기반 조성, 농업·관광 경쟁력 강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지만, 직원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순간만큼은 시정 계획을 설명할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황 시장은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열린 풍기인삼축제를 언급하다 고생한 직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말하던 중 감정이 북받친 듯 목이 메어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잠시 감정을 추스른 뒤에도 다시 울먹이며 직원들의 수고를 언급했다.
축제의 성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뜻밖의 감정 표현은 행사를 치르기까지 현장에서 애쓴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수많은 방문객이 찾는 축제의 무대 뒤에는 준비와 운영, 안전관리와 마무리까지 책임져야 하는 공직자들의 노력이 있다는 점에서 이날 황 시장의 발언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황 시장은 이날 취임 100일의 핵심 메시지로 '변화의 DNA'를 내세웠다. 기존의 행정 관행을 답습하기보다 새로운 방법을 직접 시도하고, 그 경험을 실제 시정 성과로 연결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100일은 도시의 미래를 바꾸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도시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에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며 "안 되는 이유보다 가능한 방법을 찾고, 시작한 일은 끝까지 결과로 연결하는 행정을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 시민과의 접점을 넓히고 행정 내부의 업무방식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았다. 취임식에서 불필요한 의전을 줄이고 시민을 앞자리에 배치했으며, 19개 읍·면·동을 방문해 주민들의 생활 불편과 지역 현안을 직접 청취했다.
민원 처리 방식도 손봤다. 반복되거나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 민원을 단계적으로 재검토하는 '민원 3심제'를 도입하고, 읍·면·동장실 재배치와 민원인 중심의 시청 주차장 운영 개선 등을 추진했다.
황 시장은 공직자들이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을 찾고 실행할 수 있는 조직 환경을 강조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시민 불편 해소와 행정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경제 분야에서는 신규 기업 유치와 기존 기업의 성장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영주시는 SK스페셜티와 KT&G, 노벨리스코리아, 베어링아트 등 지역 주요 기업을 찾아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 시설 수요와 기업 활동의 애로사항을 살펴왔다.
지난달 29일에는 대한홍삼, 풍기인삼농협과 13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대한홍삼은 2030년까지 영주시에 건강기능식품 제조시설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풍기인삼농협과 협력해 지역 인삼의 원료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영주 첨단베어링 국가산업단지도 기업 입주와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추진한다. 산업단지 조성뿐 아니라 실제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입주기업 확보와 연관 산업 육성, 인력 양성 등을 함께 살펴볼 방침이다.
미래산업 분야에서는 영주 비상활주로를 활용한 첨단드론 국방·군사시설사업의 기본계획 수립과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총사업비 7억 500만 원 규모의 서비스로봇 실증사업을 통해 과수농업 현장에서 수확물 운반 등 농작업에 로봇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문화·관광 분야에서는 지역의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하고 축제의 경제적 효과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국립국악원 경북 영주 분원 유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7년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에 선정된 3개 사업을 통해 순흥벽화고분과 의산서원, 안양원 등 지역 문화유산을 활용한 체험·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풍기인삼축제 역시 인삼 판매에 더해 체험과 먹거리, 공연 등을 함께 운영해 방문객이 축제장과 지역 상권을 두루 이용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앞으로는 방문객 수를 넘어 체류시간과 지역 소비, 농특산물 판매 등 실질적인 경제효과를 높이는 것이 과제다.
황 시장이 축제 관계 직원들을 언급하며 울먹인 장면은 이러한 축제의 성과가 행정의 계획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 직원들의 노력과 헌신을 통해 완성된다는 점을 보여줬다.
황 시장은 공직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잘못이나 실수가 있을 수 있다면서 언론 보도에 지나치게 위축되지 말고 맡은 일을 열심히 해나가야 한다는 취지의 당부도 전했다.
잘못되거나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대응하되, 건전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직자의 소신 있는 업무 수행과 언론의 비판·견제 기능을 함께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시정의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 역시 사업의 숫자가 아니라 시민의 삶에서 나타나는 변화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나 많은 사업을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시민의 삶에서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것이 황 시장이 제시한 시정 운영의 기준이다.
영주시는 앞으로 기업 투자협약이 실제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는지, 산업단지 조성이 기업 입주로 연결되는지, 농업기술 실증이 현장의 작업 부담을 줄이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주거·의료·교육·교통·문화·복지 분야의 정주 여건 개선과 원도심 활성화, 광역교통망 확충도 주요 과제로 추진한다.
취임 100일을 맞아 황 시장이 내놓은 시정 방향은 행정 혁신과 지역 경제 활성화, 미래산업 육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 직원들을 향한 감사의 말을 전하며 보인 눈물은 시정 성과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노고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환기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변화의 DNA'가 구호에 머물지 않고 시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황 시장이 강조한 새로운 행정 방식과 현장 중심의 시정이 영주의 일자리와 소득, 생활환경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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