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부산=손연우 기자] 부산시가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건립을 중단하고, 부산오페라하우스 개막작으로 추진하던 라 스칼라 극장 초청공연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14일 부산시청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숙의 과정에서 나온 의견과 사업 여건을 종합한 결과,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건립 사업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며 "라 스칼라 공연도 부산오페라하우스 개막작으로 초청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 시장은 퐁피두 분관 중단 이유로 이기대 자연환경 보존과 계약의 공공성, 장기적인 재정 부담, 지역 예술계와의 동반성장 계획 부족을 꼽았다.
그는 "세계적인 미술관은 필요하지만 이기대의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이곳에 지어야 할 이유는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며 "정책점검단과 문화협력위원회에서도 입지 재검토 의견이 거듭 제기됐다"고 했다.
계약 조건에 대해서는 "세금을 투입하는 만큼 부산이 무엇을 보장받는지 분명해야 한다"며 "점검단에서는 부산시에 유리하도록 계약조건을 개선하고 제공받을 작품과 콘텐츠를 구체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다수였다"고 설명했다.
재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업계획 수립 용역에서는 건립에 시비 약 1100억 원, 운영에 매년 약 125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제시했다"며 "점검단에서는 사업 경제성 분석 결과의 신뢰성이 부족해 부산의 재정이 장기간 감당할 수 있는지 다시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이어 "지역 예술계와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고 기존 미술관과의 역할 분담도 불분명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전망이 충분하지 않아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최종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전 시장은 "분관 건립을 대신해 지역의 전시 역량을 높이는 데 투자하겠다"며 "시립미술관과 현대미술관의 전시·연구·소장 역량을 높이고 해외 우수 미술관과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항에는 지역 예술인들이 오랫동안 요청해 온 복합문화전시공간을 전액 국비로 조성하겠다"며 "현재 2030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해양수산부·부산항만공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라 스칼라 초청공연은 기부·협찬 부족과 지역 예술인 협력계획 미비, 공연장 준비 기간을 고려해 개막작으로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전 시장은 "당초 시는 사업비 100억 원 가운데 40~50%를 기업 기부와 협찬으로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예산 편성 등 준비를 본격화해야 할 시점까지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며 "재원 조달이 계속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연을 확정하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의 자세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이 어떤 제작 경험을 나누고 이후 어떤 협력으로 발전시킬지 현재 계획에서는 충분한 방안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큰 비용을 들이는 공연인 만큼 부산의 예술 역량을 키울 협력 계획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공연장 준비 상황에 대해서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오페라극장 중 전국 최대 규모로, 이만한 규모의 극장을 운영해 본 전례가 없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공연장과 운영체계 전반의 완성도를 충분히 확보한 뒤 첫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전 시장은 "오페라하우스는 예정대로 올해 말 준공하고 시설 안전성과 성능 점검, 시범 공연으로 운영과 서비스를 안정화 단계를 거쳐 2028년에 정식 개관하겠다"며 "개관 페스티벌은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부산의 역사와 삶, 문화적 정체성을 담아 준비하겠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오페라하우스의 운영이 안정되고 본궤도에 오르면 필요한 재원과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해 라 스칼라 극장을 포함한 세계적 수준의 오페라 공연 초청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부산시는 박형준 전 시장 재임 당시 세계적인 미술관 유치를 통한 문화·관광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이기대에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건립을 추진했으나 자연환경 훼손과 건립·운영비 부담, 계약의 공공성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졌다. 라 스칼라 초청공연 역시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을 기념해 추진됐지만 재원 확보와 지역 예술인 참여 방안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 시장 취임 이후 두 사업을 재검토한 시는 석 달간 퐁피두 분관 정책점검단과 오페라하우스 운영자문단 검토, 시민토론회와 여론조사 등을 진행했으며 지난달 문화협력위원회 심의와 30일 타운홀 미팅에서 수렴한 의견을 종합해 최종 결정을 내렸다.
부산시가 시의회 승인을 거쳐 추진해 온 퐁피두 분관 건립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사업 철회에 따른 후속 절차와 행정의 책임을 둘러싸고 시와 시의회 간 갈등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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