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100일은 도시의 미래를 바꾸기에는 짧지만, 도시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에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황병직 영주시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밝힌 시정 운영의 핵심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다. 새로운 사업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관행을 바꾸고, 시민의 불편을 해결하며, 행정이 먼저 실행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7월 1일 취임한 황 시장은 시민 중심의 행정혁신을 시작으로 지역 기업 현장 방문과 투자유치, 첨단산업 기반 조성, 농업·관광 경쟁력 강화 등 영주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힘을 쏟았다. 시원나잇페스타와 풍기인삼축제의 운영방식을 바꾸고,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 민원을 다시 살피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행정 전반에 변화를 시도했다.
황 시장이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선 '성공의 경험'이다. 새로운 시도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경험이 쌓여야 공직사회에 자신감이 생기고, 그 자신감이 다음 도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취임 100일 동안 추진한 주요 시정 과제와 투자유치 성과, 미래산업 구상, 앞으로의 시정 운영 방향을 살펴봤다.
◇시민의 불편부터 살피는 행정으로 전환
황 시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시민을 대하는 행정의 태도부터 바꾸는 데 주력했다. 취임식에서 시민들을 앞자리에 모시고, 취임 이후에는 19개 읍면동을 직접 찾아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현장에서 확인한 시민들의 요구는 명확했다. 행정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장기간 해결되지 않거나 반복되는 민원을 다시 검토하는 '민원 3심제'와 시장·간부 공무원이 민원창구에서 시민을 직접 만나는 '1일 민원담당관제'를 추진하고 있다. 읍면동장실 재배치와 시청 주차장 개선 역시 시민의 눈높이에서 불편을 찾아 바꾸려는 시도다.
황 시장은 제도를 만드는 것 자체보다 시민이 변화를 체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공직자들에게 무조건 더 많이 일하라고 요구하기보다 같은 업무라도 더 나은 방법을 찾고, 현장에서 소신 있게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책임과 부담만 커진다면 조직은 바뀌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일하는 사람이 달라져야 행정이 바뀌고, 행정이 바뀌어야 시민도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황 시장의 생각이다.
◇축제 운영방식 바꾸며 공직사회에 자신감 심어
황 시장이 행정혁신의 성과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는 것은 시원나잇페스타와 풍기인삼축제다.
시원나잇페스타는 기존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야간 공연과 먹거리,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줬다. 풍기인삼축제는 영주문화관광재단이 주최·주관하도록 운영체계를 바꿨다. 홍보 역시 기존 방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고 직접 찾아가 알리는 방식으로 다변화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축제 프로그램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직자들이 새로운 방식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다음 사업에 도전할 자신감을 얻는 과정이라는 의미가 있다.
황 시장은 새로운 시도가 준비 과정에서는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을 요구하지만, 직접 실행해 보면 기존 방식으로는 발견하지 못했던 가능성이 드러난다고 보고 있다.
그가 말하는 '변화의 DNA'도 여기서 출발한다. 한 번의 성공은 개별 사업의 성과로 끝날 수 있지만, 성공을 경험한 조직은 다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공직사회 전반에 축적해 영주 시정의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기업 현장에서 투자 여건 점검…지역 경제 선순환 모색
지역 경제 활성화와 투자유치도 취임 초기부터 역점을 둔 분야다. 황 시장은 SK스페셜티와 KT&G, 노벨리스코리아, 베어링아트 등 지역 주요 기업을 직접 찾아 현장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추가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력과 용수, 도로 등 기본적인 기반시설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기업의 요구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행정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투자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9월에는 대한홍삼, 풍기인삼농협과 총 130억 원 규모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한홍삼은 2030년까지 영주에 건강기능식품 제조공장을 조성하고 본사와 공장을 이전할 계획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인삼을 원료로 활용하기 위해 풍기인삼농협과 협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황 시장은 이번 투자협약을 기업 유치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 농업과 일자리로 연결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기업이 투자하고 지역에 일자리가 생기며, 농민들이 생산한 인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기회를 얻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첨단베어링 국가산업단지도 같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산업단지 조성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실제 기업 입주와 투자 확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한홍삼 투자 역시 협약 체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황 시장은 후속 절차를 꼼꼼히 챙겨 협약이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드론·대드론부터 농업로봇까지…미래산업 가능성 구체화
영주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한 신산업 발굴도 진행 중이다. 황 시장은 새로운 산업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영주 비상활주로를 첨단 드론과 대드론 분야의 시험평가 기반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지난 9월 기본계획 수립과 사전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사업의 필요성과 추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단계로, 앞으로 관련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화 가능성을 살펴볼 계획이다.
농업 분야에서는 서비스로봇 실증사업에 선정돼 국비 3억 5250만 원을 확보했다. 경사지 과수원이 많고 농촌 고령화가 심화하는 영주의 현실을 고려해 로봇이 수확과 운반 등 농작업의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현장에서 확인하려는 사업이다.
기술 도입 자체를 성과로 내세우기보다 실제 농가의 어려움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특징이다. 황 시장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는 사실보다 현장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끝까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립국악원 영주분원 유치·체류형 관광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문화관광 분야에서는 영주가 보유한 역사문화 자원을 지역경제와 연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영주는 선비문화와 풍부한 역사문화유산을 갖추고 있다. 황 시장은 이러한 자원을 전통음악과 결합하면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고 국립국악원 경북 영주분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유치 정책세미나에서는 공연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 기능을 갖춘 문화시설의 필요성이 논의됐다. 다만 분원 유치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안인 만큼, 영주에 시설이 필요한 이유와 입지 여건을 구체적인 자료로 제시하고 관계 기관과 협의를 이어가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관광정책의 방향도 방문객 수를 늘리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관광객이 영주를 방문해 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음식점과 전통시장을 찾고 숙박시설을 이용하며 더 오래 머물도록 유도해야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역사와 문화, 지역의 먹거리를 관광산업과 연결해 관광객의 소비가 소상공인과 지역 상권의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넘어 지역 경제와 연결
고향사랑기부제 역시 황 시장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연계해 추진하는 정책 가운데 하나다.
영주시는 지난 9월 제2회 SBS·행정안전부 고향사랑기부대상에서 대상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함께 받았다. 황 시장은 이를 영주를 응원한 기부자들과 제도 운영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로 평가했다.
앞으로는 기부금 모금 실적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답례품을 통한 지역 농특산물 판로 확대와 기금사업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높이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영주만의 특색 있는 답례품을 발굴하고, 기부금이 시민 생활 개선과 관광·상권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에 쓰이도록 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기업 성장·농특산물 부가가치·정주 여건 개선에 집중
황 시장이 제시한 향후 시정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기업이 성장하고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영주를 만드는 것이다. 첨단베어링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산업 기반을 확충하고 기존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한편, 신규 투자유치를 통해 지역경제의 활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둘째는 영주가 가진 자원을 시민의 소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풍기인삼과 영주사과, 영주한우 등 지역 농특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관광객의 방문이 전통시장과 음식점, 숙박시설의 소비로 이어지도록 관광산업과 지역 상권의 연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셋째는 시민들이 영주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정주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일자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주거와 교육, 의료, 교통, 문화, 복지 등 생활 전반의 여건을 개선해 시민들이 영주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취임 100일은 영주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투자협약은 실제 투자로 이어져야 하고, 신산업은 타당성 검토를 넘어 구체적인 사업으로 발전해야 하며, 행정혁신 역시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증명돼야 한다.
황 시장은 이러한 과제들을 풀어가는 동력으로 공직사회의 실행력과 시민의 응원을 꼽는다.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고 직접 실행하며 경험을 쌓는 공직자들이 있고, 그 변화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있는 만큼 영주가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황 시장이 취임 100일 동안 강조한 것은 새로운 사업의 숫자가 아니라 변화를 만들어내는 조직의 힘이다. 관행을 바꾸고 실행을 통해 성과를 쌓으며, 그 성과가 다시 다음 도전의 기반이 되는 시정 운영 체계를 만드는 것.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영주의 미래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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