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전국 첫 광역지자체 통합시장의 초라한 성적표…민심 바로미터는 무엇?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취임 100일을 맞은 8일 광주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그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전남광주시

[더팩트ㅣ전남광주=최치봉 기자]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의 취임 100일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정부의 통합 재정 인센티브 20조 원과 사상 유례없는 호남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안고 출발했는데도 그렇다.

취임 100일을 맞아 뉴시스와 지역 언론사 등이 공동으로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민 시장의 시정에 대한 평가는 과반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 시장의 시정 평가(10월 3~5일 전남광주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 조사, 무선 ARS 100%, 응답률 0.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는 '긍정적'이란 답변 34.1%보다 훨씬 높은 54.3%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같이 싸늘한 민심은 전남광주시 출범 한 달 만인 지난 8월 3일 같은 언론사들이 같은 여론 조사 기관을 통해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당시 긍정 평가는 36.9%, 부정 평가는 34.9%였다(7월 30~31일 전남광주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 조사, 무선 ARS 100%, 응답률 6.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전남과 광주가 40년 만에 통합되면서 미래 발전 청사진이 애드벌룬처럼 떠올랐는데도 말이다.

두 달 남짓 지난 시점인 이번 조사에서 긍정 평가는 1차 조사 때보다 2.8% 포인트 하락하고, 부정 평가는 무려 19.4% 포인트 급등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달 발표한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평가에서도 민 시장은 긍정 44.3%로 전국 16개 시·도지사 가운데 11위를 차지했다(8월 28~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만 4400명 조사, 유무선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 3.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3%p).

이유는 뭘까.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부정 평가 이유는 시민 10명 중 3명이 '지역갈등 심화'를 꼽았다. 그나마 긍정 평가는 10명 중 4명이 '반도체 산단 유치' 등을 지목했다.

이재명 정부가 광주공항 일대를 호남반도체 국가산단 후보지로 지정하고, 반도체 팹을 돌리는 데 필요한 전력, 용수 문제 등의 해결에 발 벗고 나섰다. 정부 관계 부처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왔다. 민 시장의 표현대로라면 1000년 만에 올까 말까 한 지역 발전 기회다.

그러나 시민의 40%만이 "좋다"고 동의할 정도로 평가는 냉정하다. 이에 대해 민 시장은 최근 한 경제단체 모임 강연에서 '학습된 무기력'이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수십 년간 소외된 지역에 엄청난 먹을거리가 굴러들어 와도 체감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불감증은 정부가 하향식으로 정책 결정과 집행을 주도하면서 시민들은 '관찰자'에 머물고 있는 탓인지도 모른다. 단체장의 역할보다는 정부의 의지가 더욱 돋보인 영향으로도 비춰진다.

전남광주시장은 이같이 흩어진 시선을 하나로 모으고 이를 행정 추진 동력으로 삼아야 하는 데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부정 평가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히는 '지역갈등 심화'는 국립의대 유치를 둘러싼 동부권과 서부권의 대립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국립의대 추천 과정에서 나타난 크고 작은 오류와 갈등 조정 능력 상실은 민 시장의 정치력과도 직결된다. 당초 목포대를 중심으로 한 서부권에 의대를 추천할 것 같은 제스처를 보였으나 동부권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제3의 평가위원회를 만들어 심의를 맡기고,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서부권의 불복은 명약관화했다. 소송으로 맞대응하는 등 현재 진행형 갈등이다. 그렇다고 동부권이 100% 만족한 것도 아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호남권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눈앞에 다가왔다. 해묵은 현안인 광주군공항도 무안으로 이전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광주에 둥지를 틀 준비에 나섰다. 국립의대는 순천대로 가고, 목포권은 지역완결형 광역의료체계 안으로 들어오면서 서부권과 인근 섬사람들의 의료까지 맡게 된다.

민 시장은 취임 100일을 맞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행정 통합은 옳은 선택이었다. 통합 이후 해묵은 현안이 풀리고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타당한 얘기다.

그러나 행정은 구체적이고 섬세해야 함이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 행정통합 체감도를 묻는 말에 10명 중 6명이 '체감이 안 된다'고 꼽았고, 그 이유의 상당 부분이 '생활 행정에 실질적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통합 이후 겨우 100일째다. 민 시장의 시정 운영이 긍정 쪽으로 반전하기 위해서는 큰 줄기의 행정 방향을 잡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시민 개개인이 피부로 느끼는 통합 체감도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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