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가속도…전력,용수, 정주 여건 마련 동시 진행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결정된 전남광주시 광산구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전투기가 이륙하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전남광주=최치봉 기자]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전격전'에 돌입했다. 전력, 용수, 정주 여건 조성 등 2030년 반도체 양산체제 진입을 위한 3대 핵심과제가 정부 주도로 발빠르게 추진되면서다.

전력 확보를 위해서는 호남권 재생에너지의 계통 접속 제한이 10월 1일부터 풀린다. 수용량을 넘어서는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더라도 전력망에 연결이 가능하게 된 셈이다.

안정적 용수 확보를 위해 저수량 약 1억t 규모의 동복댐이 증설되고, 정주 여건 마련을 위한 주택, 교육, 교통 등 각종 인프라스트럭쳐 확충 밑그림도 그려지고 있다.

30일 전남광주시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광주공항 반도체 팹 건설을 앞당길 것을 주문했다.

우선 전력 계통망 제한이 풀리면서 호남권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내년부터는 신규 사업 허가가 이뤄지고, 계통망 접속 허용에 따라 기존 사업 신청자들의 사업 착수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공항에 들어설 반도체 팹 4기에 필요한 전력량은 6.3GW이다. 기존 한빛원전 3~6호기에서 생산 중인 4GW의 대부분은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송출된다. 수명을 다한 1~2호기도 폐쇄하지 않고 재사용할 경우 추가로 2GW를 확보할 수 있다.

전력 '지산지소' 원칙에 따라 배송망 조정을 통해 효율적으로 반도체 공장과 연결이 가능하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의 안정적 공급망을 갖추면 반도체 팹을 돌리는데는 충분한 전력이 확보된다. 우리나라 전력망은 미국·일본 등의 지역별 공급망과 달리 전국이 환상형(고리형태)으로 구성된 만큼 생산지와 상관없이 송배전 제어가 가능한 때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같은 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전력망 혁신대책'을 보고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기존 전력망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것"이라며 "지난 2024년 9월부터 막힌 재생에너지 계통 제약을 해제하고, 호남의 재생에너지 신규 접속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고 밝혔다.

기후부는 기존 망으로도 호남권에만 태양광 2.6GW의 수용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전력망 내 ESS(전력저장장치)를 설치해 낮에 태양광 발전량을 충전했다가 밤에 전력망으로 흘려보내 망의 이용률을 높이는 방식도 적용된다.

기후부 이재식 정책관은 "2030년까지 호남권 해상풍력으로 계통을 선점하고 있는 게 16.7GW인데 실제 진입 가능한 건 3GW 내외로 지금 예상이 되고 있다"며 "2030년 이전에 회수했다가 실제 진입하는 2033년 내외에 맞춰서 조정해 주게 되면 10GW 이상 정도 될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호남권은 2030년 송전단 수용량이 37GW에서 64GW로, 배전단 수용량이 18GW에서 30GW로 각각 크게 확대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서남권 산업단지 후보지 항공 시찰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은 전날 열린 제3차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확보를 위해 광주 군공항의 임시 분산배치 시기를 앞당길 방안을 마련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다만 미군과의 협의가 군공항 조기 분산 이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광주 동구남구갑)은 지역 방송과의 대담에서 "한국과 미군은 2020년부터 광주 대구 수원 김해 청주 등 5개 공동작전 기지에 대한 이전에 대해 포괄협정을 논의해 왔고, 2024년에 이 협정안에 이미 가서명까지 했다"며 "백지상태에서 이전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닌 만큼 이 문제도 곧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군공항 임시 분산 배치가 당초 예정된 2028년 중순보다 앞당겨 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통령은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노동자와 가족이 지역에 정착할 주거·교육·의료 대책도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전남광주시도 정부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정주 여건 조성에 발벗고 나섰다.

주거·교통·문화·의료·교육 등 전 분야를 개선하고, 광주 군공항 부지와 도심 및 인접 시군을 30분 생활권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영산강을 중심으로 첨단 광주과학기술원(GIST)∼광주 군공항 반도체 클러스터∼나주 한국에너지공대(KENTECH)를 잇는 정주 축을 조성할 계획이다.

지역으로 인재와 가족을 유인하기 위해 교육특구 지정, 국제학교 등 글로벌 교육 기반 조성, 기업 임직원 자녀의 특목고·영재고 입학 특례 등 교육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용수 확보 방안도 당초 동복댐 증고에서 신규댐 추가 건설로 방향을 선회했다.

당초 기존 동복댐을 15m 가량 높인 뒤 저수량을 확보해 반도체 팹을 돌리는데 필요한 하루 65만t의 일부를 확보하기로 했다. 그러나 댐 증고시 수압 증가에 따른 안전성 등을 고려해 댐 하류 200m쯤 떨어진 곳에 새로운 댐을 조성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높이 60m쯤 규모의 댐이 새로 건설되면 저수량이 지금보다 2배 가량인 2억t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주암댐, 탐진댐, 나주댐 등 지금은 농업용수 등으로 활용 중인 주변 댐의 물을 도수관 추가 설치 등을 통해 끌어오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전남광주시 관계자는 "반도체 팹 조기 착공과 양산에 필수적인 전력, 용수, 정주 여건 마련과 광주군공항 이전후보지로 결정된 무안군의 주민투표, 토지수용과 이전부지 개발 등이 동시 이행될 것으로 본다"며 "반도체 팹 건설은 정부와 기업, 지자체가 공동의 목표로 추진하는 국가 미래설계인 만큼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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