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현직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재정을 놓고 정면 충돌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취임 이후 줄곧 '재정 위기'를 내세우며 전임 도정을 탓하자, 김동연 전 지사가 "확장 재정은 잘못이 아니라 책임"이라며 장문의 공개 반박 글을 게시했다.
김동연 전 지사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확장 재정으로 책임을 다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추미애 지사의 재정 진단과 전임 도정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그는 "그동안 도 재정을 둘러싼 논란에 말을 아껴왔다"면서 "재정이 어렵다는 것과 그 원인을 전임 도정의 확장 재정에서 찾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적었다.
이어 "확장 재정은 민선 7기와 8기를 관통한 일관된 원칙"이라며 "경기와 민생이 어려울 때는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재정이 나서고, 경기가 회복되면 지출을 조정해 다시 곳간을 채우는 것이 재정 운용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내수를 진작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취지"라며 "민선7기에는 코로나19가 닥쳤고, 민선8기에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 위기'가 이어졌다"고 했다.
김 전 지사는 특히 "민선8기에는 윤석열 정부의 긴축 재정과 세수 결손까지 겹쳤다"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국가 재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기도마저 지출을 줄였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도민에게 돌아갔을 것"이라며 "경기도가 민생의 방파제가 되어야 했다"고 적었다.
지방채와 기금 차입을 두고도 "단순히 빚을 낸 것이 아니라 도민의 삶과 경기도의 미래에 투자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도로·철도·하천 사업과 정부 고유가 피해지원금의 경기도 부담분 등에 지방채와 기금 차입을 활용했다"며 "모두 도민의 삶과 안전, 미래와 직결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민생 사업의 9개월분 편성을 놓고는 "9개월 뒤 사업을 종료하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하반기 추경에서 여건을 다시 점검하고, 시급성이 낮은 사업을 감액·조정해 나머지 재원을 보완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지사는 경기도 재정이 '위기'라는 진단에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2025년 경기도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12.86%"라며 "전국 시도 전체의 15.52%는 물론 서울시의 21.62%보다도 낮다. 정부가 정한 채무비율 주의 기준 25%에도 크게 못 미친다"고 했다.
이어 "채무 증가 속도와 자산 대비 부채비율 상승은 엄중하게 관리해야 한다"면서도 "증가 폭만으로 재정 위기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추 지사가 지적한 세수 구조의 문제점에는 공감했다.
그는 "취득세가 2021년 약 11조 원에서 2025년 약 7조 8000억 원으로 28% 줄어든 반면 국고보조사업에 따른 도비 부담은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5.5% 증가했다"며 "부동산 경기에 핵심 세원이 크게 좌우되는데, 의료급여와 생계급여, 보육처럼 줄일 수 없는 지출은 계속 늘어나는 구조다. 어느 한 예산을 절약하거나 조정하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김 전 지사는 "중앙정부와 국회, 경기도와 시군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면서 "민선8기의 개별 사업과 집행에 부족함이 있었다면 평가받겠다. 채무가 늘어난 사실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경제가 어렵고 민생이 흔들릴 때 도민을 지키기 위해 재정을 투입한 원칙이 잘못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리를 떠났지만 책임까지 떠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기도 재정을 바로 세우고 도민의 삶을 지키는 일이라면 언제든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선9기 추 지사는 취임 이후 경기도 재정 상황을 '비상'으로 규정하며 전임 도정의 재정 운용을 문제 삼았다.
추 지사는 지난달 5일 기자회견에서 "경기도 재정이 비상 상황"이라며 재정 여건 악화를 공식화했다. 전임 도정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발행한 지방채를 꼽으며 세수 감소와 지방채 증가 등을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도가 올해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애초 예산보다 5465억여 원을 감액해 조정하면서 도의회와도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추 지사가 '재정 비상'을 선언한 와중에 12억 원이 넘는 관사 논란이 알려지면서 지난 11일에는 추 지사 사퇴 청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청원은 나흘 만인 14일 1만 명을 돌파해 공식 답변 대상이 됐다.
vv830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