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 가르기'…포스코 첫 부분파업의 상흔


영업이익 급감·지역상권 붕괴 속 노조원당 8000만 원 요구
생존 갈림길에 선 포항시…집단 이기주의 멈춰야

포스코 노조가 9일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더팩트ㅣ포항=박진홍 기자] 9일 창사 58년 만에 첫 부분파업에 돌입한 포스코를 바라보는 포항 지역민들의 시선에는 분노와 우려가 교차한다.

지난 세월 포스코는 포항에 있어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1968년 인구 5만 명의 작은 어촌마을에 불과했던 포항을 인구 50만 대도시로 키워낸 주역이 바로 포항제철소이기 때문이다.

최근 포항시가 이차전지, 바이오·헬스케어 등 미래 신산업으로 다각화를 꾀하고 있으나 여전히 지역 경제의 심장부는 포항제철소다.

'포항 경제의 70%는 포스코에서 나온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이유다.

◇벼랑 끝에 선 포항…활력 잃어 가는 지역 경제

하지만 현재 포스코를 둘러싼 안팎의 상황은 백척간두(百尺竿頭)다.

중국의 저가 공세 등 거센 파고에 부딪치며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1조 8000억 원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3%나 급감했다.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포항 지역 경제로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수백 곳에 달하는 포스코 협력·하청·연관 업체들은 일감 급감으로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영일대해수욕장과 쌍사거리 등 포항 대표 상권들은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30% 감소하면서 신음하고 있다.

시내 중심 상권의 공실률은 30%를 넘어 체감 50% 수준에 달한다.

아파트 미분양 급증세까지 겹치면서 지역 전반이 깊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여기에 노동환경의 변화는 포스코의 험로를 더 재촉하고 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협력업체 직원 7000여 명 직고용은 향후 경영 압박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 흡수로, 기존 협력·하청업체 수익 구조가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돈줄이 막힌 지역 경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나마 기대를 모았던 에코프로마저, 전기차 판매 부진과 중국산 저가 공세로 공장 가동률이 30%에 머물며, 구원투수 역할을 못 하는 실정이다.

포스코 노조가 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결의 집회를 열고 9일부터 부분 파업을 선언했다. /포스코 노조

◇'1조 4000억 요구' 포스코 노조… 지역 사회의 반발

이러한 위기에서 나온 포스코 노조의 임금협상 요구안은 지역민들에게 큰 반감과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더팩트>가 입수한 비공개 자료에 따르면, 노조가 요구한 내용은 △기본급 7.1% 인상(평균 23만 원, 연봉 환산 700만 원) △격려금 600%(2000만 원)이다.

또 △우리사주 50주(현 시세 1500만 원) △5년 치 자연상승 적용(기본임금 12%, 연봉 약 1100만 원) △명절상여금 200%(660만 원)이다.

이를 모두 더하면 1인당 단발성 성과금만 8000만 원에 달하며, 직원 1만 8000명에게 지급할 경우 총 소요 재원만 무려 1조 4000억 원에 이른다.

연간 수백조 원 영업이익을 올리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와 달리, 1조 원대 영업이익을 겨우 지탱하는 포스코의 현실을 무시한 처사다.

지역에서 "회사가 망하든 말든 내 몫부터 챙기겠다는 한탕주의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 나오는 배경이다.

◇허허벌판 광야에 내몰리기 전…"거위의 배를 갈라선 안 된다"

앞으로 기업들을 옥죄는 법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원칙이 무너진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기업 생존 자체를 장담할 수 없다.

향후 주 52시간 근로제 및 노란봉투법과 맞물려 불어닥칠 후폭풍까지 고려하면 지역 사회의 걱정은 태산이다.

지금은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회사를 지켜야 할 때다.

기업이 쓰러져 직원들이 거리로 내몰릴 경우 한 달에 300만 원 벌기도 힘든 냉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회사를 나오는 순간 마주하는 것은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허허벌판의 광야뿐'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결코 갈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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