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전=선치영 기자] 대전의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이 정작 지역 기업의 성장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근모 대전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동구1)은 3일 열린 시의회 제299회 제1차 정례회 산업건설위원회 회의에서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연구 성과를 대전 지역 경제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대덕브릿지' 조성을 제안했다.
정 의원의 핵심 지적은 분명하다. 연구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지역 산업은 여전히 정체돼 있다는 것이다.
대덕특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KAIST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밀집한 국내 최대 연구 클러스터로 2024년 기준 입주 기관은 3063개, 매출은 27조 5102억 원에 달한다. 2005년 입주 기관 752개, 매출 2조 5600억 원과 비교하면 20년 만에 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덕특구의 성장이 대전 지역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 의원의 진단이다.
정 의원이 대전과학산업진흥원(DISTEP)의 2025년 연구를 분석한 결과, 출연연과 공동 R&D를 수행한 대전 기업과 그렇지 않은 비교 기업 사이에서 통계적으로 매출액의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대전의 산업 기반 역시 연구 도시라는 위상에 미치지 못한다. 2024년 대전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약 3822만 원으로 전국 평균 약 4948만 원보다 낮았으며 제조업 비중도 17.5%에 그쳤다.
정 의원은 대전시가 2027년 국방기술진흥연구소, 나노종합기술원, KAIST 등 11개 출연기관에 981억 원을 출연할 계획과 관련해 "연구기관에 대한 지원 규모는 확대되고 있지만 연구 성과를 지역 기업으로 연결하는 산업화 통로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이 제시한 해법은 대전역세권을 대덕특구와 지역 기업을 연결하는 산업화 거점으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대전역세권에서는 도심융합특구 약 124만㎡를 비롯해 '메가 충청 스퀘어', 2029년 완공 예정인 미래형 환승센터, 총사업비 약 1조 3700억 원 규모의 복합2구역 재개발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정 의원은 이들 사업이 각각 교통·주거·상업 기능 확충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대덕특구의 연구 성과를 실제 산업으로 연결하는 기능까지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대전역세권 개발사업들을 하나의 틀로 묶어 △대덕특구 연구기관의 위성 거점(R&D 전초기지) △기업 실증·창업 공간 △출연연-기업 공동연구 플랫폼 등을 집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른바 '대덕브릿지'다. '대덕브릿지'는 대덕특구와 대전역세권을 연결해 연구와 산업 현장을 잇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 의원은 "대전시는 전국 어느 도시도 갖지 못한 연구 인프라를 갖고 있다"며 "문제는 연구 역량이 아니라 그것을 지역 기업의 성장으로 연결하는 고리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대전역세권에서 이미 추진 중인 개발사업들을 따로따로 두지 말고 대덕특구와 지역 기업을 잇는 '대덕브릿지'로 통합 설계해야 한다"면서 "대전이 '연구 도시'에서 '기술사업화 도시'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단순한 개발 구상에 그치지 않고 실행을 위한 단계적 로드맵도 제시했다.
우선 대전시와 출연연, 코레일, 국토교통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전역세권 통합 마스터플랜에 R&D 전초기지 기능을 반영하자는 것이다.
이어 미래형 환승센터와 메가 충청 스퀘어, 복합2구역 등의 준공 시기에 맞춰 출연연 위성랩과 기업 실증 공간을 순차적으로 입주시켜 연구-실증-창업-사업화가 한 공간에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안이다.
정 의원은 이번 정책 제안을 대전시와 관계기관에 전달하고 향후 상임위 질의와 조례 발의 등을 통해 후속 조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결국 정 의원의 제안은 대전의 강점인 '연구'를 지역 경제의 실질적인 성과인 '기업 성장·생산·고용·매출'로 전환하자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덕특구의 연구 성과와 대전역세권의 공간·교통·산업 기능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이 '연구 도시'라는 명성을 넘어 연구 성과가 기업의 성장으로 증명되는 '기술사업화 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지 정 의원의 '대덕브릿지' 제안이 향후 대전시의 정책 방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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