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고령=정창구 기자] "고령에서 공직을 시작해 고령군수로 생을 마쳤다."
1일 지병으로 별세한 고(故) 이남철 경북 고령군수의 삶은 고령군 행정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41년간 공직에 몸담은 정통 행정가에서 민선 군수로 변신해 재선에 성공하기까지 그의 41년 공직 인생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고령과 함께했다.
이 군수는 오랜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2022년 민선8기 고령군수에 취임한 뒤 '젊은 고령, 힘 있는 고령'을 내걸고 지역의 체질을 바꾸는 데 행정력을 집중했다.
특히 대가야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관광산업과 연결하는 데 공을 들였다. 대가야 역사 문화 자원을 기반으로 관광 콘텐츠를 확충하고 대가야축제를 비롯한 지역 대표 문화·관광 자원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대가야 고령'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강화했다.
지역의 주력 산업인 농업 경쟁력 강화도 주요 군정 과제였다. 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에 대응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촌 정주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농업·관광·지역 경제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기업 유치와 산업 기반 확대에도 힘을 쏟았다. 농업과 문화관광 중심의 기존 산업구조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더해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의 자생력을 높이는 것이 고령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생활SOC와 정주여건 개선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도로와 생활 편의시설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교육·복지·문화 분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데 군정의 무게를 뒀다.
이 같은 정책의 밑바탕에는 '지방소멸'에 대한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인구 감소가 심각한 농촌지역에서 청년이 떠나지 않고 외부 인구가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을 고령의 생존 문제로 인식했다.
행정 스타일은 현장을 중시했다. 40년 넘게 지역 행정의 일선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주민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현장 행정을 강조했다. 군수가 된 뒤에도 지역 곳곳을 찾아 주민과 접촉하며 크고 작은 현안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민선8기 성과를 바탕으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그의 군정 구상은 민선9기로 이어졌다. 군정의 연속성을 확보해 추진 중인 사업을 완성하고 고령의 미래 성장 기반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별세로 그가 그렸던 고령의 청사진은 미완으로 남게 됐다.
성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청년층 유출은 여전히 고령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관광 활성화를 실제 지역 소득과 상권 회복으로 연결하고, 추진 중인 주요 사업을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완성하는 것 역시 후임 군정이 이어받아야 할 과제로 남았다.
공무원으로 시작해 군수가 되기까지 41년. 그의 공직 인생은 사실상 고령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젊은 고령, 힘 있는 고령'을 내걸고 변화를 추진했던 이 군수가 미처 완성하지 못한 사업과 정책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는 이제 남은 사람들의 몫이 됐다.
고령군은 이 군수의 마지막 길을 군민의 뜻을 모아 공식 장례인 '고령군장'으로 엄수한다. 군은 '고령군 군장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정광호 부군수와 나영완 고령군의회 의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고령군장례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유족과 협의를 거쳐 1일부터 3일까지 3일간 군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빈소는 고령대가야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3일 오전 8시다. 이어 오전 8시 30분 고령군청 광장에서 영결식을 거행한 뒤 고인은 합천추모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41년간 공직자로, 2차례 민선 군수로 고령과 함께했던 그의 마지막 길도 군민들의 배웅 속에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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