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부여=김형중 기자] 이용우 부여군수가 정부의 지천댐 건설 추진 결정에 대해 "부여군민의 희생까지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주민 권익과 지역 발전대책을 사업 추진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 군수는 31일 담화문을 통해 "부여를 배제한 지천댐은 없고, 확약 없는 협조도 없다"며 "주민의 생존권과 재산권, 부여군의 정당한 몫과 지역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댐 건설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7일 지천댐을 부여·청양 지역에 다목적댐으로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지천댐을 통해 하루 18만t의 용수를 금강권역에 공급하고 100년 빈도의 홍수에도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 군수는 지천댐 건설의 국가적 필요성을 무조건 부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댐 건설에 따른 편익은 충청권 전체가 누리면서 피해와 규제는 은산면 주민과 부여군이 떠안는 구조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여군은 지천댐 건설에 대해 단순한 '조건부 수용'이 아닌 '선결조건부 수용' 입장이다. 주민 권익과 지역 발전대책을 먼저 확정하고 이후 사업에 협조하겠다는 의미다.
부여군이 제시한 선결조건은 5가지다.
우선 부여군과 은산면 주민을 지천댐 사업의 동등한 이해당사자로 공식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지천댐 전체 편입면적은 약 4.1㎢로 계획돼 있으며 부여군 은산면이 전체 편입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편입 대상 320가구 가운데 부여군이 160가구로 약 50%를 차지하는 만큼 사업 과정에서 청양군과 동등한 협의·지원의 당사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충남도, 부여군, 청양군, 사업시행자, 주민대표 등이 참여하는 '지천댐 상생발전 협의체'를 구성하고 댐 규모와 수몰 범위, 보상, 용수 배분, 환경대책, 지역지원사업 등을 협의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로는 토지보상에 그치지 않는 주민 '생활재건' 대책을 요구했다.
부여군은 댐 건설로 인한 피해가 수몰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활권 단절과 농업환경 변화, 교통 불편, 지가 하락, 상권 위축, 영농 여건 악화 등 수몰선 밖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간접 피해까지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밤 재배농가를 비롯한 농업인의 영농 손실과 간접 피해를 조사해 대체농지와 영농전환, 생계안정 대책을 마련하고, 이주가 불가피한 주민에게는 주택과 농지, 생활편의시설을 갖춘 집단이주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는 지천댐 건설에 따른 '추가 규제 제로 원칙'을 명문화하라는 요구다.
부여군은 댐 건설 이후 상수원보호구역이나 수변구역 지정, 공장설립 및 개발행위 제한 등 각종 규제가 추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정부 계획과 상생협약에 추가 규제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시하고, 불가피하게 규제가 필요한 경우에는 주민과 부여군의 사전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네 번째는 지천댐에서 확보되는 용수와 편익의 부여군 우선 배분이다.
이 군수는 "부여군민의 희생으로 확보한 물이 외부 산업단지와 다른 지역으로만 공급되고 정작 부여군민과 농업인이 물 부족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여군의 생활·농업·산업용수 우선 배분량을 댐 기본계획에 명시하고, 은산면과 부여 서부권의 상수도 확대와 농업용수 공급망 구축, 배수 개선, 하천정비 및 홍수방어시설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댐 용수 공급과 운영에 따른 편익이 지역 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천댐 부여군 상생기금'을 별도로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법정 지원을 넘어서는 '부여권 특별지원 패키지'를 사업 추진 전에 확정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충남도가 기존에 제시한 1000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 약속을 반드시 승계하고, 부여·청양을 묶은 총액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부여군에 지원할 사업과 규모를 별도로 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변휴양·생태관광·치유산업 육성과 주민참여형 소득사업, 지역특화 연구·교육기관 유치 등을 통해 은산면과 부여 서부권을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접근도로와 군도·지방도 확·포장, 상하수도와 농업기반시설 확충, 주민 정주단지와 생활SOC 조성 등을 국가와 충남도의 책임 아래 추진하고, 사업명과 사업비, 재원 분담, 추진 시기, 책임기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 정부 계획과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군수는 "구두 약속은 약속이 아니다. 사업명과 예산과 일정이 적힌 문서만이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부여군은 청양군과 공동 대응이 필요한 사안에는 적극 연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피해지역과 영향 정도가 다른 만큼 주민 피해조사와 보상, 지역발전사업은 부여군의 여건에 맞춰 별도 계획과 예산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현행 '댐건설·관리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댐 주변지역 정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보장된 협의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했다.
정부와 충남도에는 주민대표와 부여군이 참여하는 '지천댐 부여권 특별상생협약' 체결을 요구했다. 주민 피해 방지대책과 부여군 특별지원사업이 정부 계획과 예산으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부여군의 협의와 협조를 선결조건 이행과 연동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군수는 "군민의 권익을 침해하는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대해서는 법과 제도가 부여군에 부여한 모든 절차적 권한을 행사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천댐은 은산면의 소멸을 앞당기는 댐이 아니라 은산면과 부여 서부권의 새로운 발전을 이끄는 댐이 돼야 한다"며 "주민에게 규제를 남기는 댐이 아니라 일자리와 소득을 만들고 지역의 희생을 강요하는 댐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이 편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상생의 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군수는 "부여를 빼고 지천댐을 논하지 말라"며 "주민 없는 결정은 없고 확약 없는 협조도 없다. 부여의 희생에는 반드시 부여의 미래로 답해야 한다"고 톤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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