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부산=손연우 기자] 부산항 북항 복합환승센터 건설 현장에서 허가 도면과 다른 기초공사가 진행돼 동구청이 공사 중지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인허가 과정의 책임 규명과 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부산해양강국범시민추진협의회와 사단법인 미래사회를준비하는 시민공감은 3일 오전 부산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는 단순한 설계 변경 문제가 아니라 북항 복합환승센터 사업의 적법성과 공공성, 행정의 관리·감독 기능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부산항만공사(BPA)가 지구단위계획 위반 등을 이유로 협성종합건업의 자회사인 피큐건설에 토지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한 데 이어 인허가권자인 동구청도 건축법에 따른 행정절차에 착수했다"며 "사업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북항 복합환승센터 공사 현장에서 건물을 지탱하는 기초 말뚝의 위치가 동구청이 허가한 도면과 상당 부분 다르게 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큐건설이 공공보행로의 3.3m 단차를 낮추기 위해 마련한 변경 예정 도면에 맞춰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도면은 동구청의 정식 변경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동구청은 허가사항 변경 절차 없이 공사가 진행된 것을 건축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지난달 31일 피큐건설에 공사 중지를 포함한 시정명령을 사전 통지했다. 최종 처분은 사업자의 의견 제출 등 관련 절차를 거쳐 결정된다.
이와 관련해 두 시민단체는 "시민사회와 언론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이후에야 행정절차가 시작됐다"며 "동구청은 인허가와 설계 변경 전 과정을 공개하고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사업자에게 의견 제출과 이의신청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적법한 절차지만 이 과정이 행정처분을 늦추거나 면죄부를 주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며 "어떠한 외압이나 이해관계에도 흔들리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합환승센터가 본래 취지와 달리 수익시설 중심으로 추진됐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이들은 "부산역과 도시철도, 시내버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등을 연결해야 할 국가 관문시설이 오피스텔과 상업시설 중심으로 변질됐다"며 "수익시설의 명칭이나 용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복합환승센터라는 명칭에 걸맞게 환승 기능을 최우선으로 두고 공공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며 "시민의 신뢰를 잃은 피큐건설은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부산항만공사는 피큐건설이 부산역 연결 보행로와 같은 높이로 조성해야 하는 공공보행로를 기존 통로보다 약 3.3m 높게 설계해 지구단위계획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단차가 그대로 조성되면 부산역에서 북항과 부산항대교를 바라보는 조망이 가려지고 노약자와 장애인의 이동도 불편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산항만공사는 단차 해소를 위한 설계 변경 확약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지난 6월 16일 피큐건설에 토지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피큐건설이 공사를 계속하자 같은 달 26일 법원에 공사 중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피큐건설 측은 단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공사가 진행됐으며 허가 도면과 달라진 부분도 경미한 변경 사항에 해당해 공사 중지는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동구의회는 지난달 27일 제338회 임시회에서 북항 환승센터 관련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했다. 특위는 건축허가와 변경허가 협의 과정, 관계기관 협의 절차,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 반영 여부, 동구청의 관리·감독과 행정절차 적정성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두 시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동구청과 동구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인허가·설계 변경 과정 공개와 책임 규명, 건축법에 따른 엄정한 행정처분, 환승 기능과 공공성 회복, 사업 전면 재검토 등의 요구가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