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시민 혈세'로 만든 영주시청 기자실은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경북 영주시가 최근 기자실에 혈세를 투입, 특정 기자를 위해 최신형 사무용 칸막이와 개별 전화기를 설치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김성권 기자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공공기관의 기자실은 본래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언론인의 취재 지원 공간이다. 공공의 자산이자 지역사회의 투명한 소통을 돕는 통로여야 한다.

그러나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경북 영주시청 기자실의 풍경은 소통의 공간이라 부르기 민망할 지경이다. 취재 지원이라는 본래의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일부 기득권 기자들의 '독점적 사유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장의 실태는 기가 찰 노릇이다. 혈세를 들여 마련된 공간에 특정 기자들을 위한 최신형 사무용 칸막이와 개별 전화기가 들어섰다. 외부 취재진이나 신규 기자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심지어 개인 사물에 손을 대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서슬 퍼런 경고문까지 붙어 있다니, 이곳이 공공기관의 프레스룸인지 특정 언론사의 개인 사무실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시민의 세금으로 특정 기자들에게 '알박기'용 개별 오피스를 무료로 차려준 셈이다.

더욱 기막힌 것은 이번 환경 개선 작업이 추진된 '시점'이다. 수년간 잡음이 끊이지 않던 기자실 문제를 새 시장 취임을 앞둔 시장 권한대행 체제하에서 벼락치기로 강행했다.

지역 주민과 타 언론사들이 "현 단체장을 무시하고 새롭게 출범한 민선9기 행정 개혁 의지를 사전 봉쇄하려는 편법 행정"이라며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

다원화된 언론 환경과 인터넷·디지털 미디어의 급격한 발전으로 언론 생태계가 크게 달라진 만큼, 지자체의 취재 지원 공간 역시 특정 언론이나 기자의 전유물이 아닌 개방형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전국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영주시가 최근 기자실에 혈세를 투입, 특정 기자를 위해 최신형 사무용 칸막이와 개별 전화기를 설치해 말썽이 되고 있다. /김성권 기자

이에 인근 지자체들은 이미 지정 좌석을 없애고 인터넷 랜선과 최소한의 취재 환경만 제공하는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누구나 동등하게 앉아 취재하고 시민에게 알릴 권리를 보장받는 시스템이다.

반면 영주시는 시대의 흐름을 거꾸로 타며 권위주의 시절의 유물인 '기자 클럽'식 폐쇄 운영을 자초하고 있다. 과거 개방형 브리핑룸 전환을 위한 예산까지 확보했으나 일부 언론의 반발에 밀려 수복했다는 대목에서는 영주시 행정의 무능과 우유부단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영주시는 더 이상 "기자들 간에 협의할 사항"이라며 뒷짐만 지는 방관자 태도를 버려야 한다. 공공재를 특정 집단이 사사로이 점유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행정의 방임이자 시민에 대한 배임이다. 다원화된 현대 언론 환경에서 특정 매체나 기자에게 특혜를 주는 관행은 명백한 구태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영주시청 기자실은 과연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특정 기자의 편의보다 더 우선돼야 할 것은 모든 언론인의 공정한 취재 권리와 시민의 알 권리다. 영주시 수뇌부는 이제 결단해야 한다.

폐쇄와 독점으로 얼룩진 기자실의 명칭부터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바꾸고, 모든 언론인에게 공평하게 문호를 열어야 한다. 특권의 성벽을 허물고 공정과 상식의 공간으로 되돌려놓는 것, 그것이 영주시가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최소한의 행정 쇄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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