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전남광주=최치봉 기자] 광주공항 반도체 팹 윤곽이 드러나면서 안정적 전력공급 방안 마련이 '발등의 불'이다. 군 공항 이전과 용수 확보에 비해 기저 전력과 송배전망 확충이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탓이다.
9일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전남광주에서 생산되는 상시 전력은 6~7GW로 전국의 10%가량이다. 이 가운데 28~30%인 2GW 정도가 전력 수요량이 많은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보내진다. 한빛 원전은 설비용량은 5.9GW이지만 지난해 12월에 이어 오는 9월이면 설계수명을 다하는 1·2호기가 멈춰 선다. 이에 따라 실제 생산량은 4GW로 떨어진다. 타지역으로 보내지는 전력량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나머지는 LNG 등 화력과 신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된다. 현재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0.43GW에 불과하다. 더욱이 계통망 부족으로 전기가 송전 용량을 초과해 생산되면 그대로 버려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전남광주 지역에는 오는 2031년까지 태양광 전력 생산 인허가가 보류된 상태다. 아무리 많은 전기를 생산하더라도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송배전망 확충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이런 가운데 전남광주통합시는 2035년까지 신안 8.2GW를 비롯해 진도·완도·여수·고흥 등 서남해안 해상풍력단지를 조성, 총 30GW의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완성될 경우 해상풍력 이용률을 30~35%로 잡을 때 평균 9~10GW의 상시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산업단지 등에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송전망, ESS, 변전소 등 계통 안정화 설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최근 RE100과 전기의 '지산지소' 원칙에 따라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민원과 천문학적 투자비를 고려한다면 단기간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원전 추가 건설과 초고압 변전소 확충이 더 시급한 실정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영광원전 2기를 추가 건설할 수 있는 부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수명이 거의 다한 한빛원전 1·2호기의 수명을 연장해 재사용하고, 추가로 7·8호기를 건설한다면 2~3GW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민과 환경단체 등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광주공항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팹 입지 결정 이후 신장성변전소 건립이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완공 예정인 신장성변전소와 광주공항간 거리는 20km쯤 떨어져 있으나 주민 수용성 등을 고려한 우회 설계 노선은 40km에 이른다. 이곳과 광주공항 사이에 345kV 초고압 송전선로가 깔리는데 도심 통과 구간이 많아 지중화할 경우 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전소를 통해 한빛원전 등에서 생산된 전력을 끌어올 경우 반도체 팹 1~2기 정도 가동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D램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SK하이닉스의 경기 이천캠퍼스는 팹 1기당 800MW 안팎의 전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비교하면 광주공항 1단계로 들어설 예정인 팹 2기에 필요한 전력량은 1~2GW로 추정된다.
신장성변전소 가동만으로도 급한불은 끌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팹 3~4기 또는 6~8기로 증설될 경우 광주반도체 클러스터 전용 전력만으로도 현재 전남광주통합시가 생산하는 총전력량과 맞먹는 6GW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전력 수요량 6.3GW는 향후 확장성을 고려한 안정적 공급량 분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과 유럽의 빅테크 기업들은 2030년까지 RE100에 미달하는 업체의 제품을 납품받지 않거나 탄소세를 물리는 방향으로 국제무역질서 재편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해외 고객의 요구를 외면하기 힘든 실정이다.
결국 서남해안 풍력단지와 태양광으로 만들어진 전력을 도시의 산업단지로 끌어와야 한다는 결론이다. 서남해안과 광주권을 잇는 중간 지점에 초고압 송전선로와 변전소 추가 건립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에 전남광주통합시는 한국전력의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송전설비 장단기 신증설 계획을 꼼꼼히 따져 맞춤형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한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력망은 미국·일본 등과 달리 고리 형태의 '환상망' 방식으로 구축된 만큼 여러 방향에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며 "계통망 연결의 거점인 초고압 변전소와 송전로 확보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합시가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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