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심술 사나운 원광대…희생양 원광보건대 "복학은 눈칫밥에 재입학은 거부"


올해 3월 원광보건대와 통합…학습권 보호에는 뒷전
제적생 재입학 기회 없어…교육부 "행정 조치할 것"

23일 익산시 신용동 옛 원광보건대학교 정문이 원광대학교와의 통합으로 교명과 심볼마크 등이 뜯겨진 채 흉물로 방치돼 있다. 원광보건대는 지난 2월 28일자로 폐교됐다. /익산=김수홍 기자

[더팩트ㅣ익산=양보람·김수홍·김종성 기자] 호남권 대표 사학이자 원불교 교립학교인 원광대학교가 정부의 글로컬30 선정으로 전문대학인 원광보건대학교와 통·폐합한 가운데 폐교된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에는 뒷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생활 형편 등을 이유로 등록금을 미납해 학업이 중단된 제적생들의 재입학 기회조차 막아 교육받을 권리를 빼앗고 있다는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2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3월 원광대는 원광보건대와 국내 최초로 4년제 일반학사와 2년제 전문학사 통합 모델인 '통합 대학'으로 출범하면서 신입생 4089명(정원외 포함)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두 대학이 2024년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지정돼 핵심 혁신 전략으로 대학 통합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부는 이듬해 4월 심의 기구인 대학설립개편심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학교법인 원광학원이 신청한 원광대(일반대)와 원광보건대(전문대)의 통·폐합을 승인했다. 통·폐합 요건을 충족하는지 살펴봤다는 것이다.

실제로 원광대가 제출했던 통·폐합 신청서에는 교사·교원·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을 비롯해 학생·교직원 보호 대책, 특성화 추진계획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원광대는 원광보건대와의 통합을 이유로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선정돼 5년간 국비 1375억 원과 도비(전북도) 750억 원, 시비(익산시) 300억 원을 포함해 총 2545억 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받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통합 이후 사라진 원광보건대 재·제적생들의 권익 보호 장치는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다.

현재 원광보건대 소속으로 입학했던 재학생과 복학생들은 통합된 원광대의 4년제 대학 체제 안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2학년 이상은 기존 대로 소속 학과에서 학점을 이수하고 있지만 학제가 존재하지 않은 1학년 복학생은 4년제인 원광대에서 개설한 교과목을 수강 신청해야 한다.

23일 익산시 신용동 옛 원광보건대학교 공식 누리집 첫 화면에 공지된 2026학년도 대학 통합에 따른 학사 안내에는 오는 2031년 2월 28일까지 존속기한 명시와 그 이후 타대학 편입으로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 /익산=김수홍 기자

내년 이후부터 원광보건대 존속기한인 오는 2031년 2월까지는 더 복잡해진다. 1년 단위로 원광대와 기존 원광보건대 소속학과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게 달라지고, 2029학년도부터는 아예 학제 미존재로 원광대 개설 교과목을 수강신청한 뒤 이수해야 한다.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학과 현실에서 교육과정과 행정 시스템 변화 등으로 인해 적지 않은 혼란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A 씨(응급구조과·2학년)는 "이미 원광대에 유사학과가 있어서 후배도 없는 폐과된 학과 소속이라 소외감을 느낀다"며 "대학 자체도 없어졌기 때문에 학교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더부살이 신세가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통합 이후 학교의 관심은 신입생과 기존 유사학과인 4년제 대학 학생들에게 집중돼 있다는 분위기"라며 "전문대학 학생들은 행정적 배려나 지원에서도 점차 소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B 씨(간호학과·3학년)는 "'통합'이라는 말만 뒤집어쓴 흡수 통·폐합으로 우리는 학교를 잃었다"며 "대학 졸업장에 '원광대학교 총장'이라고 기재된다고 들었지만 증서의 학과명에 (폐교된) '원광보건대학교'도 추가로 표기돼 학우들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제적생들이다.

원광보건대가 지난 2월 말로 폐교되면서 과거 제적된 학생들은 재입학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학교 측은 공식 누리집 공지사항을 통해 '2031년 2월 28일까지 졸업하지 못하는 경우 타대학으로 편입학해야 한다'고 못을 박은 상태다. 가정형편 등 여러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했던 학생들은 학업을 다시 시작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게 된 것이다.

이는 지역교육 혁신을 통한 지역 인재 양성하고자 하는 이재명 정부의 교육분야 국정과제와도 배치된다.

반면, 지난 2008년 전문대학인 국립익산대학과 통·폐합한 전북대학교는 16년째 '전북대학교와 익산대학 통합 세부 실행계획서(2008년 1월 11일)에 따라 익산대 휴학생 및 제적생에 대해 전북대의 관련·유사학과로 재입학을 시켜주고 있다. 학업 중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교육받을 권리'를 위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 사립대학지원과 관계자는 "양 대학 통합으로 인해 현재 원광보건대에 재학 중이거나 학업을 중단한 제적생 등 학생들에게 어떠한 피해도 있어선 안 된다"며 "원광대에서 제출했던 당시 통·폐합 신청서와 우리 부의 승인 사항 등을 확인하고, (언론의 지적대로) 미흡하거나 지적된 사항에 대해서는 해당 대학 관계자들을 소집해 행정조치 등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광대 대외협력홍보처 관계자는 "관련 규정은 대학 공식 누리집을 (직접) 찾아보라"는 말만 되풀이한 채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23일 익산시 신용동 옛 원광보건대학교 캠퍼스 내부가 을씨년스런 날씨만큼 한산하다. 전문대학인 원광보건대는 지난 2월 28일자로 동일한 학교법인이자 4년제 종합대학인 원광대학교와의 통합으로 인해 폐교됐다. /익산=김수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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