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년 전 검찰사 이규원의 발자취 따라…'진짜 울릉도'를 만난 62km의 여정


3월 28일~6월 13일 총 7회 걸쳐 '울릉도 일주 옛길 탐방' 성료
학포에서 성인봉까지…역사·자연·주민들 삶을 걸으며 기억하다

울릉도 일주 옛길 탐방에 나선 참가자들이 푸른 녹음이 우거진 가파른 산길을 힘차게 오르고 있다. /울릉산악회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흔히 울릉도 여행이라고 하면 번듯하게 잘 닦인 일주도로를 따라 유명 관광지를 버스나 자동차로 둘러보는 풍경을 떠올린다.

하지만 울릉도의 진짜 속살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화려한 관광지 뒤편, 섬의 역사와 주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옛길'로 눈을 돌려야 한다.

지난 3월 28일부터 6월 13일까지 총 7회에 걸쳐 진행된 울릉산악회의 '이규원 검찰사 흔적 찾기 울릉도 일주 옛길 탐방'은 그런 의미에서 가장 '울릉도다운' 행사였다. 참가자들은 누적 거리 총 62km에 달하는 험난한 옛길을 걸으며 울릉도의 역사와 숨겨진 자연경관, 그리고 작은 마을과 사람들의 삶을 온몸으로 만났다.

산행 중 나리분지 일원에서 마을의 유래를 설명 듣고 있다. /울릉산악회

울릉도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도 '이규원 검찰사'라는 이름은 그리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이번 탐방에 참여한 한 주민은 "울릉도 토박이임에도 이규원 검찰사를 알게 된 것은 불과 10여 년 전"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144년 전인 1882년, 고종의 명을 받은 이규원 검찰사는 울릉도 검찰 임무를 맡아 육로와 해상으로 섬을 한 바퀴 돌며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당시 기록인 '울릉도검찰일기'를 보면 그는 지금도 장비를 갖추고 걷기 힘든 험준한 길을 직접 발로 다니며 울릉도의 지형과 마을 구조, 주민들의 생활상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그의 철저한 조사는 울릉도가 사람이 충분히 살 수 있는 비옥한 섬임을 조정에 알리는 계기가 됐고, 일본의 영토 침탈 야욕에 대응하기 위해 조선인 주민들을 이주·정착시켜야 한다는 결정적인 보고로 이어졌다. 즉, 오늘날의 울릉도를 있게 한 역사적 초석을 다진 인물이 바로 이규원 검찰사인 셈이다.

이규원 검찰사 각석문에서 역사를 설명 듣고 있다. /울릉산악회

이번 탐방은 '울릉도검찰일기'의 기록을 바탕으로 해 서면 학포마을을 시작으로 태하, 현포, 천부, 내수전, 저동을 거쳐 나리분지와 섬의 지붕인 성인봉까지 울릉도를 크게 한 바퀴 도는 여정으로 진행됐다.

길을 걷는 동안 여정의 의미를 더해준 것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했다는 점이다. 학예연구사, 식물학자, 숲길해설사, 플로거, 등산 강사 등이 동행하며 길동무가 됐다.

초록으로 불든 나리분지 숲길을 걷고 있다. /울릉산악회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학자는 울릉도의 희귀 식물에 눈을 반짝였고, 학예사는 바위 하나에 얽힌 역사를 설명했으며, 플로거는 섬의 환경을 정화했다.

각자의 시선이 더해질 때마다 울릉도의 이야기는 한층 더 풍성해졌고, 참가자들에게는 단순한 트레킹을 넘어 울릉도를 더 깊이 이해하는 귀중한 시간이 됐다.

이 길의 시작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울릉산악회 선배들이 울릉도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알리기 위해 개척하고 이어온 발자취가 오늘날의 탐방으로 이어진 것이다.

아직은 울릉도의 옛길이 완전히 정비되지 않아 '아무나 쉽게 갈 수 없는 길'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탐방을 계기로 이 길의 가치가 재조명돼 앞으로도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기를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다.

울릉도 최고봉 성인봉 정상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찍으며 62km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울릉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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