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의 벽을 넘다…봉화군이 만든 '일손 혁명'의 기적


농업근로자 기숙사, 농촌 인력 수급 거점
가업승계농과 청년농업인도 증가

봉화군 계절근로자 기숙사 전경. /봉화군

[더팩트ㅣ봉화=김성권 기자] 지방 소멸과 고령화는 오늘날 농촌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다. 인구는 줄고 농촌은 늙어가며, 농업 현장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경북 봉화군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새로운 농촌 발전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민선8기 출범 이후 봉화군은 군민과 약속한 72개 공약 사업 가운데 53개 사업을 완료하며 공약 이행률 84.6%를 기록했다.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은 이 성과들이 지역의 구조적 문제 해결과 미래 성장 기반 구축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시범 운영에 들어간 농업근로자 기숙사는 봉화군이 수년간 추진해 온 농촌 인력 안정화 정책의 결정판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방 소멸의 해답을 찾다

봉화군이 민선8기 동안 집중한 핵심 과제는 지역의 지속가능성이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방재정 악화라는 복합적 위기 속에서도 군은 단기 성과보다 장기 성장 기반 마련에 무게를 두고 정책을 추진했다.

농업과 산림, 문화관광,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균형 있는 발전 전략을 펼친 결과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성과들이 잇따랐다.

대표적으로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은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고, 국립봉화양묘기술체험교육관과 산림복지단지 조성은 산림자원을 활용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또 치매전담형 요양시설 확충을 통해 초고령 사회에 대응하는 복지 인프라도 강화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군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농촌 인력난 해소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봉화군

◇폐교에서 농업 혁신의 거점으로

봉화군이 추진한 농업근로자 기숙사는 단순한 숙소가 아니다.

총사업비 64억 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폐교된 옛 봉성중학교를 리모델링해 농촌 인력 수급의 중심 거점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다.

현재 시설은 최대 90여 명이 생활할 수 있는 규모로 조성됐다.

기숙사 18실과 주민이용시설 내 숙실을 포함해 국내 근로자와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함께 생활할 수 있으며 공동 샤워장과 식당, 교육장 등 생활 편의시설도 갖췄다.

특히 농촌인력중개센터가 함께 입주하면서 기존에 분산 운영되던 숙소와 행정 기능을 한곳으로 통합했다.

이는 단순한 주거 지원을 넘어 농촌 인력 공급 체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농번기마다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농가 입장에서는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이 마련된 셈이다.

분천산타마을 전경. /봉화군

◇숫자가 증명하는 농촌 인력 혁명

봉화군의 인력정책 성과는 각종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2022년 146명 수준이던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1150여 명으로 늘었다. 불과 3년 만에 약 8배 증가한 것이다.

국적도 베트남 중심에서 벗어나 라오스와 캄보디아, 필리핀 등 5개국으로 확대되면서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성을 높였다.

공공형 계절근로자와 농촌인력중개센터 지원 실적 역시 2022년 5274명에서 올해 8020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약 52% 성장한 수치다.

이는 단순히 노동력 숫자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농업 생산성을 유지하고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기반이 강화됐음을 의미한다.

◇농업의 변화, 청년의 귀환으로 이어지다

안정적인 노동력 공급은 농업 현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고추와 수박 등 노동집약적인 작물의 재배면적이 다시 증가하고 있으며, 수확 이후 곧바로 다음 작물을 재배하는 이모작도 활성화되고 있다.

이는 농가 소득 향상으로 연결되며 지역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청년농의 귀환이다.

그동안 농촌을 떠났던 젊은 세대들이 부모의 농업을 이어받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력난이 완화되면서 농업 경영의 부담이 줄어들고 미래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가업승계농과 청년농업인 증가 현상은 단순한 인구 유입을 넘어 농촌 고령화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촌 인력정책이 지역 인구정책으로까지 확장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민선8기 공약이행률 84.6% 달성 카드뉴스. /봉화군

◇"성과를 넘어 지속가능성으로"

봉화군은 공약 이행률 84.6%라는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이미 완료된 사업들이 군민 생활 속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농가 규모와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맞춤형 인력 지원 정책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민선8기 군정의 핵심 과제로 추진된 농촌 인력 안정화 사업 역시 단순한 일회성 사업이 아닌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계 구축이라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그동안 군정의 최우선 역점 과제로 추진해 온 농촌 인력 안정화 사업이 농업근로자 기숙사 준공과 시범 운영으로 결실을 맺게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농업근로자 기숙사는 우수한 글로벌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봉화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 소멸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군민들이 삶의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남은 공약 사업 역시 끝까지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봉화군의 민선8기 성과는 단순한 공약 달성에 머물지 않는다. 농업근로자 기숙사 건립과 외국인 계절근로자 확대, 청년농 유입은 서로 연결된 하나의 정책 생태계다.

'일손을 확보하면 농업이 살아나고, 농업이 살아나면 청년이 돌아오며, 청년이 돌아오면 지역이 지속가능해진다'는 선순환 구조를 실제 정책으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봉화군이 보여주는 농촌 인력 혁신 모델이 전국 농촌 지역의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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