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지'는 옛말…울릉도, 6월부터 명품 공연 14편 무료 상영


울릉군, 예술의전당 'SAC ON SCREEN' 선정
"군민 문화 복지 향상·삶의 만족도 증진 기대"

울릉한마음회관 전경. /김성권 기자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문화 인프라의 불모지로 불리던 경북 울릉군에 작은 기적 같은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영화관 하나 없는 섬마을 주민들이 이제는 집 앞 공연장에서 서울 예술의전당의 수준 높은 공연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울릉군은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이 주관하는 2026년 공연 영상화 사업 'SAC ON SCREEN(삭 온 스크린)' 공모에 최종 선정돼 오는 6월부터 본격적인 상영에 들어간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선정은 단순한 영상 상영 사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리적 한계로 문화생활에서 상대적 소외를 겪어왔던 울릉 주민들에게 '문화 향유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첫 대규모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울릉군 주민들에게 문화예술은 물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먼 이야기였다.

영화 한 편, 뮤지컬 한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포항이나 대구 등 육지로 나가야 했고, 왕복 여객선 비용에 숙박비까지 부담해야 했다. 특히 기상 악화로 배편이 결항되는 일이 잦아 일정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공연 문화를 경험시켜 주고 싶어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주민들의 문화적 박탈감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부터 울릉도의 밤 풍경은 달라질 전망이다. 한마음회관이 최신 공연 영상 시스템을 갖춘 '작은 예술의전당'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울릉군은 이번 사업을 위해 한마음회관 공연장에 최신형 레이저 프로젝터를 새롭게 도입했다.

기존 영상 장비보다 훨씬 선명한 화질과 밝기를 구현해, 공연자의 미세한 표정과 무대 연출까지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관람객들은 대형 스크린과 고음질 음향 시스템을 통해 실제 공연장 객석에 앉아 있는 듯한 현장감을 경험하게 된다.

상영 작품은 클래식, 연극, 뮤지컬, 오페라, 발레 등 총 14편이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호평받은 수준 높은 공연들이 엄선돼 매월 둘째·셋째 주 목요일마다 주민들을 찾아간다. 관람은 전석 무료다.

울릉한마음회관에서 울릉군민의 날과 독도의 날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김성권 기자

사업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울릉읍의 한 학부모는 "아이들에게 오케스트라나 발레 공연을 보여주려면 비용 부담도 크고 배 시간도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동네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니 정말 꿈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면의 한 주민 역시 "평생 오페라 공연 한 번 직접 보기 어려웠는데 친구들과 편하게 공연 보러 갈 수 있게 돼 너무 반갑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특히 "문화생활 때문에 육지로 나가야 했던 불편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환영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울릉군은 이번 사업이 단순한 영상 상영을 넘어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족과 이웃이 함께 공연을 관람하며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세대 간 문화 공감대 역시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재원 울릉군 문화체육과장은 "문화예술 접근성이 낮은 지역 주민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 콘텐츠를 제공하게 돼 매우 뜻깊다"며 "군민 문화 복지 향상과 삶의 만족도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 울릉도에서도 이제는 클래식 선율이 흐르고, 발레의 우아한 몸짓과 뮤지컬의 감동이 주민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든다. '문화 오지'라는 말 대신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섬'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꿈꾸기 시작한 울릉도, 올여름부터 한마음회관의 목요일 밤은 섬 주민들의 삶을 위로하고 연결하는 특별한 예술 무대로 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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