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광주=조효근 기자] 교권 하락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남광주 통합교육감 선거에서도 학교 현장의 목소리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교사들은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부담, 과도한 행정업무, 교육활동 침해 등으로 수업과 생활교육에 전념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교권 문제는 교사 개인의 권리를 넘어 학생의 학습권과 학교 교육의 안정성까지 흔드는 현안으로 번지고 있다.
광주에서는 최근 교권 침해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 3월 27일 광주 서구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생이 교사를 밀쳐 교사가 뇌진탕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광주시교육청이 담임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지속적으로 방해한 학부모 2명을 공무집행방해와 무고 혐의로 대리 고발하기로 했다. 이들은 국민신문고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행정심판, 고소 등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지역 한 중등교사 A씨는 "학교를 교과 공부만 하는 곳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교권을 조용히 갉아먹고 있다"며 "학교는 성적뿐 아니라 경쟁과 협동, 실패와 좌절, 관계를 배우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적 진심을 다했는데도 민원으로 돌아올 때면 무기력해지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일조차 조심스러워진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남광주특별시교사노동조합은 지난 6일부터 교육감 예비후보들을 대상으로 정책협약 게시판을 열고 후보별 서명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교권 회복과 학교 정상화 의제를 선거 과정에서 직접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노조가 현재까지 공개한 정책협약 의제는 △깨끗한 선거운동과 청렴한 교육행정 △교원 행정업무 경감 △교원 휴가권 보장 △모든 학교 교육복지사 배치 등 4가지다.
노조는 교육기자재 납품업자나 시설공사 업자 등 교육청과 이해관계가 있는 업계에 손 벌리지 않는 선거운동을 요구했다. 선거 과정에서 특정 업계에 빚을 지면 당선 뒤 교육행정의 청렴성도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다. 당선 뒤 임기 중 다음 선거를 위한 선거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함께 요구했다.
교원 행정업무 경감도 핵심 의제로 제시됐다. 노조는 교사가 수업과 생활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는 행정전문가가 맡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새로운 정책이나 사업을 시행할 때 교사에게 추가 행정업무가 발생하는지 사전에 따지는 가칭 '교원행정 유발 영향평가' 도입을 제안했다.
교원 휴가권 보장도 쟁점이다. 노조는 교사들이 연가와 병가, 특별휴가, 장기재직휴가를 사용해도 휴가 기간 중 수업을 미리 하거나 복귀 뒤 보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휴가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휴가 교사가 발생하면 대체교사를 투입해 실제 근무가 면제되는 휴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모든 학교 교육복지사 배치도 정책협약 의제로 올라왔다. 노조는 광주 지역 320개 초·중·고·특수학교 가운데 교육복지사가 배치된 학교는 90곳에 그친다며, 미배치 230교에 교육복지사를 추가 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여기에 92억 원가량이 추가로 들 것으로 추산했다.
노조 게시판 기준으로 청렴 선거, 교원 행정업무 경감, 교원 휴가권 보장 등 3개 의제에는 최대욱·장관호·이정선·김대중 예비후보가 서명했다. 7일 게시된 모든 학교 교육복지사 배치 의제에는 현재까지 3명이 서명했지만, 후보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권 회복이 교사만의 권리 보장을 넘어 학생의 학습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 현장은 이미 반복되는 교권 침해 사건을 마주하고 있지만, 이를 막고 교사를 보호할 법적·제도적 안전장치는 여전히 현장의 불안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교권 붕괴가 임계점에 달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교사가 홀로 버티는 교실은 학생들에게도 안전한 배움의 공간이 될 수 없다.
전남광주 통합교육감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선거가 구호 경쟁을 넘어 교실을 다시 교육이 가능한 공간으로 세우는 정책 경쟁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bbb250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