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포항=박진홍 기자] 지난 26일 포항시 일원에서 화려하게 열린 '제24회 통일기원 포항마라톤대회'가 부실한 코스 설계와 미숙한 운영 탓에 전국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전국에서 1만여 명의 참가자가 몰리며 외형상 대성황을 이뤘지만, 정작 '수준 이하'의 대회 진행으로 포항시의 이미지만 실추시켰다는 지적이다.
대회 당일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참가 인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코스 설계였다.
이날 오전 8시 포항종합운동장을 출발해 왕복 3차선 도로를 기분 좋게 달리던 참가자들은 출발 1km 지점인 형산대교 아래 진입로에서 달리기를 멈춰야 했다.
수천 명의 인원이 폭 3m에 불과한 좁은 통로로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극심한 병목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2~3분간 발이 묶인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먼저 빠져 나기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다 곳곳에서 심한 짜증에다가 가벼운 욕설까지 터져 나왔다.
기록 단축을 목표로 전국에서 찾아온 참가자들은, "정지와 감속을 반복하다 페이스를 완전히 망쳤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형산대교 아래 진입로를 지나 이어지는 형산파크골프장 옆 강변도로 1km 구간도, 도로 폭이 3m 안팎으로 협소했다.
참가자들은 앞사람과 옆사람을 피하느라, 제 속도를 못내는 상황이 계속됐다.
이 강변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또 한 번의 병목현상이 벌어졌다.
특히 반환점을 돈 후에는, 속도가 빠른 20km부 선두그룹과 속도가 느린 10km부 후발그룹들이 뒤섞이면서, 코스는 다시 엉망이 돼 버렸다.
현장의 편의 시설 운영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마라톤 구간 곳곳에 마련된 식수대에는 음료가 제때 보충되지 않아 갈증을 호소하는 참가자들이 속출했다.
대회 시작 전에는 홍보 부족으로 특정 화장실 앞에 50m가 넘는 줄이 늘어서는 '화장실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방문한 김모(43) 씨는 "최악의 코스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정상적인 대회 진행을 원했다면 참가 인원을 절반으로 줄였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10km부에 참가했던 포항 시민 이모(61) 씨는 "병목현상 구간에서는, 사람에 밀려 넘어지면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악천후였던 지난 4일 경주벚꽃대회 보다 기록이 나빠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육상연맹 관계자는 "예상을 뛰어넘는 참가 인원에 비해 형산로터리 등지의 교통 통제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며 "향후 대안을 찾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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