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TK 행정통합법 보류, '망국적인 지역 차별' 조장 아닌가?


과거 '지역감정' 없애자더니 이젠 거꾸로 자행하나?
TK통합, 오랜 준비와 기다림…당리당략 접근 안 돼

대구시청 동인청사(왼쪽)와 경북도청. /대구시, 경북도

[더팩트┃대구=박병선 기자]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관련해 다른 지역에서 바라보는 관점과 대구·경북에서 바라보는 관점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다른 지역에서 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깔아놓은 판에 대구·경북은 '4년간 20조 원, 공공기관 유치' 인센티브를 노리며 뒤늦게 달려든 것 같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과거부터 대구시와 경북도의 화두는 통합이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1990년대 지방자치가 시작될 때부터 '한 뿌리'라는 공감대 속에 끊임없이 공동사업, 교류 협력 등을 추진했고, '언젠가는 합치겠지'라는 무의식을 공유해 왔다.

2019년부터 본격적인 통합 논의를 시작해 2024년에는 당시 홍준표 시장과 이철우 도지사가 통합에 합의했으나 막상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경북 북부지역의 반대 등으로 머뭇거리며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정부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자, 대구시와 경북도가 행정통합 대열에 동참한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20조 원'과 '공공기관'은 통합의 목적이 아니라 통합을 위한 추진제나 촉매제였다. 경북 북부지역을 제외한 대구·경북 전체의 뜻을 순식간에 모을 수 있게 된 이유다.

이처럼 TK통합은 전남·광주와 대전·충남과 확연히 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

TK통합에 대한 역사성과 경험을 알 리 없는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말 TK행정통합 특별법을 국회 법사위에서 보류시켰고 아직 법사위를 열지 않고 있다.

법사위 보류 때는 '대구시의회 반대', '국민의힘 지도부 반대'를 이유로 들었다가 국민의힘에서 '대구시의회 찬성', '당 지도부 찬성'으로 이를 불식시켜 놓으니 '필리버스터 중단, 당론 채택'을 요구했다. 국민의힘에서 그것까지 수용하자, 이제는 '경북 북부 8개 기초의회 반대', '대전·충남통합 당론 채택'을 이유로 들고 있다고 한다.

비논리적인 데다 억지가 엿보인다. 국민의힘을 편들고자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것만큼은 민주당이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전남·광주 특별법을 통과시켜 놓고 대구·경북 특별법만 불발시키면 그 결과가 걱정스럽지 않은가.

가장 우려할 것은 이 사태를 계기로 '망국적인 지역차별'의 불씨를 지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강덕 경북도지사 예비후보는 대구·경북 특별법과 전남·광주 특별법의 특례 규정 전반을 비교 분석해 보니 '27전 27패'라고 할 정도로 차별적이고 굴욕적이라고 했다.

이런 차별적인 특별법마저 통과시켜 줄 생각이 아직 없다는 데 자존심에 상처 입은 이들이 많다.

20, 30년 전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없애자'라고 외치던 이들의 후예들이 이제는 거꾸로 지역차별을 하더라도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현재 분위기인지 모르겠다.

눈앞의 정치적 이득에 취해 뜻하지 않게 지역차별을 조장하면 정권, 나아가 대한민국 미래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다.

댓글에 자주 보이는 '특정 정당만 찍으니 당해도 싸다'라는 말은 민주당 지지자의 보편적인 심정일 수 있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집권세력의 이념이 돼선 곤란하다.

민주당이 지역민의 자존감과 자부심을 꺾지 않는 방향으로 선택을 하는 것이 순리다.

이제 TK특별법 통과 데드라인은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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