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대구=박병선 기자] "지금 대구의 선거판은 너무나 비정상입니다. 현역 국회의원 5명이 대구시장이 되겠다고 뛰어다니고 있으니 도대체 일은 누가 합니까."
홍석준 전 국민의힘 의원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역 의원들의 잇따른 출마 선언과 관련해 "양심이 있다면 국회의원직을 내놓고 선거운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시장이 되면 좋고, 안 되면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여기면 시민들이 너무 불쌍해진다"고 비판했다.
현재 출마 선언을 한 국민의힘 의원은 주호영(6선), 윤재옥(4선), 추경호(3선), 유영하(초선), 최은석(초선·이상 선수순) 의원 등 5명이다.
홍 전 의원 자신도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만큼 경쟁자들에 대한 공격일 수 있지만, 현역 의원들의 대거 출마와 관련해 시중에 부정적인 여론이 적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다음은 홍석준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현역 의원들의 대구시장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단순히 국민의힘 경선에서 겨뤄야 할 상대라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1995년 민선 단체장 선거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이렇게 대규모로 국회의원들이 출마한 것은 유례가 없다. 정말 비상식적이다.
국민의힘 의원 수는 106석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민주당에 밀리고 처참하게 당하고 있는데 '마음이 전부 콩밭에 가 있으니' 이재명 정권과 싸움이 제대로 되겠는가.
지역 현안을 해결하려면 대구시가 기획하고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뒷받침해야 하는데, 본연의 임무를 내팽개치고 자리놀음에 골몰하고 있으니 대구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당(黨)도, 대구도 죽는 길이다.
-그렇다고 국회의원직 사퇴하고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가
당연하다. 3월 초까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으면 보궐선거가 내년에 치러진다. 4월 말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되고 난 뒤에 사퇴하면 1년간 공석이 된다. 소수 야당으로 의석수가 부족한 당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는 일이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시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지난 4일 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구에 집이 있는 사람을 시장으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단순하게 거주지 문제를 지적한 것은 아니다. 대구시장 선거에 나선 5명의 국회의원이 대구에 대한 애정을 가졌는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소지를 형식적으로 지역구에 두고 있지만, 가족이 전부 서울에 살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서울 TK'들이다. 이들은 퇴직하면 대구를 돌아보지 않고 다시 서울시민이 될 뿐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해 대선 경선 후 "'서울시민'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장면이 재연될 것이다. 며칠 전 출마 선언을 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되려면 대구 사람과 역사, 문화, 경제를 잘 알아야 하고 그 기본은 대구에 사는지 여부다.
-지난해 4월에 중도 퇴임한 전임 홍준표 시장에 대한 평가는
홍 전 시장이 재임한 기간은 대구로서는 정말 뼈아픈 시기였다. 홍 전 시장 같은 명망 있는 정치인이 시장이 된 것은 초유의 일이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기대가 컸지만, 결과적으로 실망만 안겨주고 떠났다.
홍 전 시장은 '디테일'이 약하고 행정을 제대로 몰랐다. 그래서 제 역할을 못 하고 대구에 큰 손실을 안겼다. 예산 부족, 법과 제도의 한계라고 해명할 수 있겠지만 홍 전 시장의 재임 시절만큼 좋은 환경은 일찍이 없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구를 밀어주고 싶어 했는데 그 기회를 못 살렸다. 산격동 옛 도청 청사 자리에 건립하려던 국립근대미술관·뮤지컬컴플렉스 계획이 무산된 것이 대표적이다.
애초에 윤 전 대통령 선거공약이자 국정과제로 채택된 프로젝트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일할 때 문화체육관광부와 싸워가며 계획을 잡아놓았는데, 대구시가 엉뚱하게 화원교도소 자리를 고집했다.
옛 도청 청사는 문체부 땅이어서 부지 매입비가 들지 않는 데 반해 화원교도소 부지는 기획재정부 소유였다. 문체부가 예산이 더 들어가는 계획에 찬성할 리 없었다.
2년간 대구시와 문체부가 대립하며 시간만 끌다 12·3비상계엄이 터졌다. 그간 설계비 한 푼 예산에 반영해 놓지 않았는데 이재명 정권이 그 계획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은 아예 없다. 4000억 원짜리 프로젝트가 그렇게 허망하게 날아갔다.
더욱이 홍 전 시장은 대구의 핵심 현안인 신공항 문제 해결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대형 국책사업을 하나도 챙기지 못한 것도 뼈아픈 일이다. '잘 차려놓은 밥상을 걷어찬' 시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관련해 '지역 차별' 논란이 있고 6·3 지방선거 출마예상자들의 혼란도 적지 않 것 같은데
대구경북 행정통합안이 이달 말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데 광주전남 안과 차이가 크다.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같이 안건을 심의했는데도 공항 지원 규정과 관련해 대구경북 안에는 없고 광주전남 안에는 들어 있다. 차별적인 내용이 많다.
대구경북의 면적, 인구가 광주전남보다 2배 가까이 되는데 같은 액수의 인센티브(매년 5조 원, 4년 간 20조 원)를 받아야 하는 지도 의문이지만 '예타 면제' '국립의대 신설' 등의 핵심 특례조차 빠져 있다.
6·3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이 선출될 경우 대구·경북을 총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구 사람은 경북을 모르고 경북 사람은 대구를 모른다. 선거 일정상 현실을 파악할 시간이 없다. 대구 출신 출마자들은 경북에서 자신을 알릴 틈이 없고 경북 출신 출마자들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정책과 공약을 유권자들에게 제시할 수 없다. 할 수 있다는 출마자가 있다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정부가 시·도민의 의사를 더 묻지 않고 '돈 줄 테니 따라오라'라고 하는 식으로 급하게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고스란히 시·도민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다.
-대구 경제가 완전히 망가져 회복할 길이 없다고들 하는데 해법은 있나
대구시 인구가 현재 234만 8000명 정도인데 10년 새에 20만 명 가까이 줄었다. GRDP(지역 내 총생산)는 전국에서 30년 넘게 꼴찌였지만 그래도 지역 소득·소비지수는 얼마 전만 해도 4, 5위권이었다. 현재는 그것마저 6, 7위권으로 떨어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대구 경제를 살리고 청년층 유출을 막으려면 대기업을 유치하는 방법밖에 없다. 대구의 장점인 전기, 노동력을 이용해 데이터센터, 시스템반도체, 로봇 분야의 대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대구시 경제·산업 부서를 지휘하면서 수많은 연구·개발 인프라 조성과 국책 출연·연구기관을 유치한 실적이 있다. 많은 기업을 유치하고 지원한 경험을 살리고 지역 기업인, 연구진, 중앙정부 정책, 세계 기술 동향 등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더하면 대기업 유치는 충분히 가능하다.
-대구시장 출마예정자 중 지지도와 인지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닌데 시민들에게 내세울 만한 강점은 무엇인가
대구시에 근무하면서 각종 SOC, R&D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전 과정을 기획하고 마무리한 공무원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20여 개의 예타 통과를 시도해 그 중 절반가량을 통과시켰다. 로봇산업진흥원, 자동차 주행시험장, 의료기술시험연구원 등은 전부 내 손을 거쳐 이뤄졌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아동복지법과 기업승계지원법을 대표발의해 국회 의정대상을 두 번 받았다.
대구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구를 잘 알고 대구를 위해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정책적 솔루션을 갖고 있음을 자부한다. 대구를 영남의 중심 도시로 다시 세우겠다는 목표로 출마했다. 시민들이 이런 진정성을 서서히 알아줄 것이다.
-21대 의원 시절 당내 주류에 속해 있다가 2024년 22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당시 '의외의 사건'으로 회자됐는데
2021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할 때 대구·경북 의원 중 최초로 지지 선언을 했다. 그 덕분에 대선에서 대구·경북선대위원장, 대선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을 했다. 초선이지만 규제개혁위원장도 맡았다.
윤 전 대통령과 가까웠고 의정활동을 열심히 했기에 공천에는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도 낙천한 것은 전적으로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 때문이다. 지역구(달서갑)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인 유영하 변호사를 전략 공천하는 바람에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한 전 비대위원장의 견제로 공천에 깊이 개입하지 못했다.
추측건대 한 전 비대위원장은 향후 대선에 대비해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대구와 연고가 거의 없는 유 변호사를 초선 지역구에 낙하산으로 내리꽂은 것이 아니겠는가.
한 전 비대위원장의 '대권 욕심'으로 인한 피해자가 됐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당을 위해 열심히 활동했다. 지난해 21대 대선에서 선대위 상황실 부실장으로 일했는데 공천 탈락자가 대선에 힘을 보탠 것은 보기 힘든 사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홍 전 의원은 1966년생으로 1996년 지방고시 1기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대구시 창조과학산업국장, 미래산업추진본부장, 경제국장 등을 역임했고, 21대 국회의원을 거쳐 현재는 10여 개 방송·유튜브에 고정 출연하며 정치평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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