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항일 영웅 1094명 찾아…648명 국가보훈부 포상 신청


'경기도 독립운동 참여자 및 유공자 발굴 연구용역' 마무리

이원봉 선생 인명카드. /경기도

[더팩트ㅣ수원=이승호 기자] 경기도는 새로 찾은 숨은 독립유공자 1094명 가운데 공적을 확인한 648명의 포상을 국가보훈부에 신청했다고 9일 밝혔다.

경기도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도내 독립운동 역사를 재조명하고, 숨은 애국지사를 찾기 위한 '경기도 독립운동 참여자 및 유공자 발굴 연구용역'을 지난해 5월 착수했으며, 최근 용역을 마무리하고 이같이 조치했다. .

도는 객관적 입증자료가 부족해 서훈을 받지 못한 독립운동 참여자의 △문헌 조사와 수집 △개인별 공적서 작성과 서훈 신청 △참여자 발굴 학술회의 개최 등을 했다.

이는 안중근 의사 유묵 확보, 광복 80주년 기념 독립운동가 80명 선정, 독립기념관 설치 추진 등 독립운동 기념 사업의 하나다.

◇항일 투쟁의 본산 경기도

도는 일제강점기 당시 경기도에 본적이나 주소를 둔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국권 침탈 전후부터 광복 직전까지의 행적을 △3·1운동팀 △국내항일팀 △해외항일팀 등 3개 부문별로 나눠 조사했다.

연구팀은 문헌 조사에 그치지 않고 도내 시·군 현장 조사와 자문회의, 학술회의도 열었다.

사료 조사의 경우 판결문 등 형집행 기록과 국외 자료를 대조해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인사들을 찾아냈다. 출신, 포상, 활동 검증까지 3단계 검증으로 자료의 신뢰도를 높였다.

이번에 발굴한 1094명을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367명으로 가장 많았고, 10대 소년도 70명이나 있었다. 직업군으로는 농업 종사자가 232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학생 97명과 상인 68명이 뒤를 이었다.

이는 독립운동이 지식인뿐만 아니라 민초들의 삶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도는 설명했다.

3·1운동 참여자(391건)와 국내 항일운동(339건)이 절반 이상이었고, 지역은 개성(120건), 수원(95건), 안성(81건), 고양(71건) 등의 순으로 분포했다. 이는 경기도 전역이 항일 투쟁의 본산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도는 분석했다.

◇안성·파주·평택 등 곳곳서 활동한 숨은 영웅들

경기도는 도 전역에서 다양한 항일운동을 전개한 숨은 독립유공자를 이번에 찾아냈다.

안성 출신 강건식 선생은 의열단 중앙집행위원 후보로 활동하며 황포군관학교에서 군사 교육을 이수했다. 밀정을 처단하는 역할을 했으며, 일제가 요시찰인으로 등재해 감시했지만 잡히지 않았다.

파주 출신 김정환 선생은 러시아 모스크바공산대학 졸업 뒤 귀향해 '조선농인사'를 설립하고 문맹 퇴치 운동을 했다. 개성공산당 고문으로 활동하며 독립운동 자금 마련을 위해서 부호의 집을 방화하는 등 거사를 치른 뒤 만주로 망명했다.

부천 출신 나성호 선생은 세브란스 의전을 졸업한 의사로 러시아와 중국 접경지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독립운동의 거점을 마련했다. 고려공산당 간부로 주요 정보를 수집·보고하는 임무를 수행했으며, 일제 강점기 내내 체포되지 않고,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과 항일 투쟁을 벌였다.

용인 출신의 박철원 선생은 비밀결사체 '한족동맹'을 결성해 일본군 동태를 탐지했다. 이후 한국광복군에 합류해 남경·상해 지구에서 독립군을 모집하는 초모공작을 주도했다.

평택 출신 이장헌 선생은 일본 도쿄 유학 중 마르크스주의 연구회를 통해 동지들을 결집했다. 동료들이 체포되자 귀국해 은신했다.

개성 출신 이종익 선생은 모두 3차례 투옥됐다. 개성공산당 활동으로 출옥한 뒤 '특별요시찰인'의 감시를 뚫고 끊임없이 항일 조직 활동을 벌였다.

평택 출신 권익수 선생은 3.1운동 참여로 태형을 받았다. 이후 조선일보 기자로 활동하며 일제 황태자 방문 반대 경고문을 배포하는 등의 활동으로 모두 3차례 옥고를 치렀다.

안성 출신 김필연 선생은 안성 만세 시위 도중 체포돼 1년 넘게 이어진 잔혹한 고문과 열악한 수감 환경을 견디다 판결 전 옥중에서 순국했다.

이원봉 선생은 경기도 출신은 아니지만 시흥에서 활동하며 근우회 등에서 여성 학생들의 권익 향상을 주도했다. 3차례나 옥고를 치르면서도 고무공장에 위장 취업해 노동 조직을 결성하고 파업을 모의하는 등 항일과 노동 운동에 헌신했다.

장단 출신의 최영순 선생은 조선총독부 승강기 운전수로 근무하며 화장실 벽에 '대한독립 만세'를 쓰고 태극기를 그려 넣는 등 항일 의식을 선전하다 체포됐다.

개성 출신 이우용 선생은 조선어연구회 창립 멤버로 한글 보급에 힘썼다. 학생들에게 '영웅모범'이라는 노래를 가르쳤다는 이유로 투옥됐으며, 이후에도 40여 년 동안 문화 독립운동에 매진했다.

용인 출신의 한붕교 선생은 총독부 체신국에서 근무하며 차별 대우에 각성해 비밀결사를 조직하려 했다. 동료들에게 독립운동 참여를 권유하다 발각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도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찾은 인물들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했다. 모두 33개의 상세 항목으로 구성된 이 데이터를 보훈 정책과 역사 교육의 핵심 기초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공적 확인 648명, 국가보훈부 포상 신청

도는 독립운동 참여자 1094명 가운데 판결문과 수형 기록 등 객관적인 증거가 명확하고, 국가보훈부 포상 기준을 충족하는 인사 648명을 우선 선정해 국가보훈부에 포상을 신청했다.

나머지 446명은 독립운동 사실은 확인되지만 구체적인 활동 기록이 부족한 '자료 보완' 대상이거나 독립운동 이후 친일 행적 등의 결격 사유, 독립운동으로 보기 어려운 활동 사례 등이라고 도는 설명했다.

연구팀은 판결문, 수형인명부 등 행형(行刑) 자료와 일본 외무성의 '불령단관계잡건', '대한민국임시정부자료집' 등 국내외 방대한 사료를 분석해 이들의 공로를 증명했다.

도는 후손이 없거나, 유족이 있어도 조상의 독립운동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를 대신해 공적을 증명하고 포상 절차를 진행했다.

도는 독립유공자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유족을 찾기 위한 필수 자료인 제적등본이 확인될 경우 이를 국가보훈부에 추가로 제출해 보훈부의 신속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는 31개 시·군에 제적등본 발급과 관련한 행정 협조를 요청하고, 포상 심사 결과가 유족뿐만 아니라 도에도 통보될 수 있게 국가보훈부와의 소통 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기리고 그분들의 이름을 되찾아드리는 것은 후손으로서 당연한 책무"라며 "발굴한 독립유공자분들이 합당한 예우를 받도록 국가보훈부는 물론 시·군과 협력해 경기도 독립운동사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민선8기 경기도 독립운동 기념사업 역점 추진

민선8기 경기도는 여러 독립운동 사업을 추진했다.

도는 지난해 광복 80주년 기념 사업으로 광복회 경기도지부와 함께 경기 지역 독립운동가 80명을 선정했다. 오희영, 오희옥 지사 등의 업적을 주요 독립운동 기념일에 차례로 공개해 알렸다.

이와 함게 일본 소장자와의 협상을 벌인 끝에 지난해 안중근 의사의 유묵 가운데 하나인 '장탄일성 선조일본(큰 소리로 길게 탄식하며, 일본의 멸망을 미리 조문한다)'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이 유묵은 안 의사가 일본제국 관동도독부(여순감옥과 재판부를 관장)의 고위 관료에게 건넨 작품으로, 이후 그 관료의 후손이 보관해 왔다.

경기도박물관은 4월까지 안중근 의사 유묵을 포함한 전시물을 볼 수 있는 안중근 의사 특별전을 진행한다.

도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경기도 독립기념관은 현재 독립기념관의 청사진을 마련하는 마스터플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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